김고은 가창력 논란

우영현

맞습니다. 얄미울 만큼 노래 잘하는 김고은이 연기만 한다면 재능 낭비입니다.

I’ll never love again

<비긴어게인3>에서 김고은의 첫 소절을 듣자마자 박미경의 레전드 리액션 짤이 단박에 떠올랐다. “무대를 뒤집어 놓으셨다.” 나지막이 속삭이듯 부르는 음색이 듣는 이들을 별다른 기교 없이 유혹한다. 영상 속 김고은은 시선을 아래로 돌리고 노래를 시작해, 그렇게 하염없이 노래를 부른다. “Don’t wanna feel another touch(다른 손길은 원하지 않아요) / Don’t wanna start another fire(다른 사랑을 시작하긴 싫어요) / Don’t wanna know another kiss(다른 키스도 알고 싶지 않아요)” 만약 정면을 응시하면서 이 소절을 불렀다면 감동의 농도가 지금과는 달라졌을지도. 김고은이 얼마나 능숙한 배우인지 알 수 있는 대목. 섬세하게 노래를 연기한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음색 깡패’ 김고은의 또 다른 팝송으로는 지인의 SNS 라이브에서 부른 아델의 ‘When We Were Young’을 추천한다. 넋을 놓고 듣고 또 들었다.

가을을 남기고 간 사랑

<기생충>, <오징어 게임>의 음악감독으로 잘 알려진 정재일이 명곡을 재해석하는 프로그램 <너의 노래는>에서 패티김의 ‘가을을 남기고 간 사랑’이 김고은에게 주어졌다. 정재일은 원곡의 드라마틱한 공기를 덜고 “배우가 연극 무대에서 독백을 하듯이 담담하게 부르길” 의도했고, ‘천재 뮤지션’의 뮤즈가 된 김고은은 “덤덤하게 편지를 써 내려가는 느낌”으로 이에 화답했다. 김고은은 이 노래를 부르며 현빈과 탕웨이가 주연한 영화 <만추>를 떠올렸다고 한다. 이 작품이 오래 남긴 여운처럼 김고은 버전의 ‘가을을 남기고 간 사랑’에는 슬픔과 애절함보다 그런 고독함과 쓸쓸함이 감돈다. 문학적이라 말할 수 있는 가사가 선명히 반짝이는 것도 그래서일 거다. 라이브 영상의 정수는 “아 그대 곁에 잠들고 싶어라 / 날개를 접은 철새처럼” 소절을 부르는 김고은의 클로즈업된 얼굴이다. 이런 소망을 가진 이의 마음이 얼마나 아름다운가를 여실히 보여준다.

어두운 마음은 오늘 밤 지나갈거야

이소라의 ‘내 곁에서 떠나가지 말아요’, 이하이의 ‘한숨’, 선우정아의 ‘도망가자’. 김고은이 공개 석상에서 부른 곡들이다. 가창력을 왈가왈부할 필요는 없지만, 김고은의 매력적인 보컬이 슬프고 쓸쓸한 곡하고만 합이 잘 맞는 건 아니다. <유미의 세포들 시즌2> OST로 선보인 ‘어두운 마음은 오늘 밤 지나갈거야’에서 김고은은 간결하고 단정하게 노래한다. 맑은 음색은 더 해맑게 들리고 특유의 발성에는 흡입력이 더 돈다. 그러니까 듣는 이의 마음도 가볍고 부드럽게 만드는 신비로운 목소리. “행복이란 무너진 마음 위에 / 쉬지 않고 예쁜 꽃을 심는 것 / 매일매일 피어나는 용기로 / 조금만 더 행복하자 / 어두운 마음은 오늘 밤 지나갈 거야” 멜로디와 가사의 정서에서 옥상달빛이 생각나기도 하는데 역시나 작사, 작곡을 맡았다. 옥상달빛 특유의 색깔과도 잘 융화했다는 점에서 어떤 캐릭터든 맞춤옷처럼 다양하게 연기할 줄 아는 배우처럼 김고은은 노래한다. 아참, 김고은이 그런 배우이지.

HERO

김고은이 참여한 노래들로 앨범을 짠다고 하면 이 곡은 히든트랙쯤 될 것이다. 영화 <변산>의 OST ‘HERO’는 주연 배우들이 직접 참여했는데 박정민이 메인, 김고은이 피처링을 맡았다. 못 하는 게 없는 박정민이 유려하다 못해 현란하게 랩을 늘어놓고, 김고은은 훅 부분의 랩을 무심하게 선보인다. 안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본 사람은 없다는 뮤직비디오는 박정민이 직접 연출했다. 여러모로 진귀한 영상이다.

내겐 너무 멋진 언니들 (feat. 드라마 속 캐릭터)

이렇게나 다양한 나나

로몬, 로몬, 로몬

프리랜스 에디터
우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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