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트로 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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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렬하게 쏟아졌던 스트리트 패션과 원마일웨어라는 실용적 트렌드와 대비되는 ‘테일러링’이라는 이름을 단 완고한 옷들의 기세가 심상치 않다. 전통의 슈트부터 개성 따라 다양한 조합이 가능한 셋업 슈트까지. 자유와 해방을 갈망하는 다종다양 요즘 슈트.

BOTTEGA VENETA

BURBERRY

COPERNI

DIOR

MICHAEL KORS

MAX MARA

PROENZA SCHOULER

턱시도 가라사대

이번 시즌, 가장 두드러진 슈트 트렌드는 바로 턱시도다. 실크로 뒤덮인 피크트 라펠, 혹은 숄칼라가 달린 약식의 예복을 가리키는 일종의 정장이다. 1960년대 이브 생 로랑의 르스모킹 이후 여성의 옷장을 풍요롭게 채워온 생로랑은 전통적 턱시도 슈트뿐만 아니라 턱시도 드레스라는 새 장르를 시도했다. 보테가 베네타의 수장으로 화려한 데뷔전을 치른 마티유 블라지 또한 잘 재단된 턱시도 슈트의 힘이 얼마나 강렬한지 아는 듯했다. 클래식한 턱시도 재킷에 큼직한 화이트 팬츠를 매치한 막스마라, 바이커 쇼츠와 매치한 코페르니의 스타일링법도 눈여겨볼 만하다.

COPERNI

COPERNI

ALEXANDER MCQUEEN

ALTUZARRA

레츠 컷아웃

몇 시즌 동안 컷아웃 디테일의 전성시대가 이어지더니, 이제 슈트까지 파버렸다. 클래식한 형태에 조그마한 슬릿을 장식한 알렉산더 맥퀸, 재킷의 가슴을 과감하게 도려낸 알투자라, 허리와 어깨를 슬쩍 노출하는 코페르니 등 그 면모도 다채롭다. 점점 더 가까워지는 이 대담한 트렌드를 두 팔 벌려 환대할 때다.

LOUIS VUITTON

LOUIS VUITTON

DION LEE

CALCATERRA

PETER DO

PETER DO

DEL CORE

DOLCE&GABBANA

AMBUSH

모어 오버

품이 낙낙한 정장 재킷은 시즌마다 빠지지 않지만, 이번 시즌은 더욱 과장된 실루엣이 특징이다. 컬트적이고 깨끗한 테일러링이 주 무기인 피터 도 컬렉션의 커다란 재킷 등이 그 예다. 돌체앤가바나와 엠부시, 델 코어의 슈트는 역삼각형 실루엣을 만들어주는 어깨 패드가 필수였던 여피족의 ‘파워 슈트’를 떠올리게 한다. 넥타이를 맨 더블브레스트 슈트에 더 큼직한 재킷을 레이어드한 루이 비통 컬렉션은 또 어떤가. 태생 자체로 멋이 넘치는 오버사이즈 슈트는 쿨하고 파워풀한 여성의 욕망을 대변한다.

SPORTMAX

RALPH LAUREN

RALPH LAUREN

TOD’S

진리의 쓰리피스

팬츠, 베스트, 재킷까지 쓰리피스로 완벽하게 셋업한 슈트 룩을 마음에 품고 있는 여성이 꽤 있을 것이다. 이번 시즌에는 베스트와의 조합보다는 재킷 위에 더 큼직한 재킷이나 점퍼를 입는 쓰리피스 스타일이 더 돋보인다. 특히 칼같이 매끈하게 테일러링된 슈트와 보타이, 여기에 보머 재킷과 야구모자를 함께 스타일링한 랄프 로렌 컬렉션의 룩을 베스트로 꼽고 싶다.

MICHAEL KORS

GABRIELA HEARST

베스트 초이스

90년대를 풍미한 정장 베스트는 이제 클래식이라 불린다. 이 포멀하고도 섹시한 슈트 베스트를 가장 쿨하게 연출하는 법은 이너를 생략하고 톱처럼 스타일링하는 것. 레이어드 없이 목과 어깨 라인이 드러남으로써 베스트의 모던한 매력이 가장 극대화된다.

DIOR

MIU MIU

PRADA

DOLCE & GABBANA

PORTS 1961

JIL SANDER

JIL SANDER

TODS

ALEXANDER MCQUEEN

AMBUSH

스커트와 한 쌍

일명 ‘투피스’라 불리며 유니폼 같은 오피스룩 이미지가 강한 치마 정장은 현대적 해석을 통해 새로운 이미지를 부여받았다. 펜디, 엠부시 컬렉션의 짧은 스커트부터 미우미우의 미디 길이 스커트, 그보다 조금 더 긴 프라다, 디올의 스커트, 스포트막스, 토즈, 돌체앤가바나, 앤 드뮐미스터 등의 롱스커트까지 다양하다. 스커트 슈트는 길이와 실루엣에 따라 천차만별의 이미지를 드러낸다. 초커와 투박한 부츠로 로큰롤 무드를 가미한 엠부시, 브리프와 레이어링하며 치골까지 내려 입은 스타일링을 선보인 미우미우 등 동시대 디자이너들은 스커트 슈트에 적극적인 변화구를 주었다.

PROENZA SCHOULER

PROENZA SCHOULER

ROKH

SPORTMAX

VERSACE

진정한 해방

억압과 규제의 상징이었던 코르셋이 창의적인 디자이너들에 의해 자유의 상징성을 얻으면서 트렌드로 거듭났다. 이는 슈트 재킷의 형태에도 영향을 미쳤다. 베르사체는 코르셋 뼈대의 형태를 재킷과 결합했고, 스포트막스는 재킷 위 코르셋을 덧입은 것과 같은 룩을 선보였다. 이 외에도 프로엔자 스쿨러는 허리를 강조하는 커머번드를 재킷 위에 더했고, 록황은 허리부터 어깨까지 얇은 벨트를 여러 번 둘렀다. 이러한 실루엣의 장점은 몸을 졸라매어 허리를 강조할 수 있다는 것. 명민한 디자이너들은 과거 불편한 속박의 그것과는 달리 클래식한 디자인만 취했다. 해방의 명을 받은 코르셋 디자인이 어디까지 재밌는 변주를 이어갈지, 기대되고 또 기다려진다.

GUCCI

CHLOE

NENSI DOJAKA

EFTYCHIA

ERDEM

MM6 MAISON MARTIN MARGIELA

마스터피스

기본에 충실한 검정 팬츠 슈트는 그 어떤 옷차림보다 근사하다. 넥타이까지 갖춰 입은 구찌의 슈트 스타일링부터 아슬아슬한 스트링 톱 위에 재킷을 걸친 넨시 도자카의 센슈얼한 룩까지, 자신의 체형과 취향에 맞는 슈트 한 벌이면, 그 어떤 스타일링도 가능하니까.

돌아온 슈트 베스트

함께할 때 더 빛나! 셋업 패션

패션 에디터
김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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