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버리 2023 S/S 컬렉션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사망과 국가적인 애도 기간을 지키기 위해서 예정되어 있던 런던 패션위크의 쇼 스케줄을 연기했던 버버리는 밀라노와 파리 패션위크 사이 컬렉션을 공개했다. 장소는 버몬지(Bermondsey) 지역의 창고. 컬렉션은 배경 음악 없이 침묵으로 시작한 이후 소프라노 나딘 시에라(Nadine Sierra)가 라이브로 아리아를 불렀고 런던 컨템퍼러리 오케스트라가 피날레에서 잠시 연주하는 것으로 마무리하며 경건한 분위기를 이어갔다.
버버리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리카르도 티시는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고스(Goth) 테마와 영국 해변의 다양한 모습을 뒤섞어 2023 S/S 버버리 컬렉션을 완성했다. 2018년 9월, 버버리에서 첫 컬렉션을 선보인 이후로 영국에서 5년이라는 시간을 보낸 이탈리아 출신의 디자이너 리카르도 티시는 영국의 해변과 여름 문화의 복잡함을 잘 이해하게 됐다고 한다. “영국의 해변은 다른 지역과는 아주 다른 풍경을 가지고 있어요. 언제 비가 오고 해가 뜰지 모르는 변덕스러운 날씨 때문에 해변이라고 해서 꼭 수영복을 입지도 않습니다. 해변에서 결혼식을 올릴 수도 있고, 점심시간에 잠시 책을 읽으러 올 수도 있죠.” ‘인간애를 느낄 수 있는 곳이자 서로 다른 세계가 충돌하는 지점’인 영국 해변의 풍경처럼, 2023 S/S 버버리 컬렉션은 영국의 전통과 거리의 문화와 이국적인 요소들이 한데 뒤섞이고 충돌해 강렬한 스파크가 일어난 모습! 버버리 전통의 체크 문양을 활용한 저지 톱을 필두로 비키니는 미니 드레스나 셔츠 등 다양한 형태로 변형됐다. 테크니컬한 저지 소재 만든 이브닝드레스는 흐린 날 해변에서의 결혼식을 상상하게 했고, 벨라 하디드가 입었던 하늘색 슬립 드레스는 구제 가게에서 건진 듯 구겨진 디테일이 매력적이었다. 미국 문화의 상징인 데님으로 맥시스커트, 와이드 데님 팬츠를 만들고, 허리에 묶는 스타일링으로 변덕스러운 날씨에 대비한 데님 재킷도 흥미로웠다. 이 멋진 ‘혼종’을 위해 고스 테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어두운 메이크업은 배제하는 대신 레이스, 메시, 네트, 고딕 폰트 등 디테일과 패브릭으로 컬렉션을 완성해갔다. 선햇, 고글, 구명조끼를 닮은 백, 플랫과 힐 버전의 통 샌들 등의 액세서리도 눈길을 끌었다.
리카르도 티시는 자신의 취향과 버버리와의 접접도 영리하게 찾아낸 모습이다. 버버리 이전 경력의 트레이드마크였던 상어 귀고리, 가시 왕관 목걸이 등이 버버리 컬렉션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 나오미 캠벨, 카렌 엘슨, 에린 오코너(Erin O’Connor) 등 슈퍼모델이 런웨이에 올라 무게감을 한층 더했다.
- 프리랜스 에디터
- 명수진
- 영상
- Courtesy of Burber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