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아씨들’ 재미있나요?

우영현

드라마 <작은 아씨들>에 매료됐다면 이 영화들도 보길 권한다. 닮은 듯 다른 세 자매, 여성 간의 강한 연대감, 자매 못지 않은 우애. 여러모로 <작은 아씨들>과 공통분모가 보인다.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이 <작은 아씨들>과 비슷한 세계관을 공유하고 있다고 말해도 민망하지 않은 이유. 영화는 세 명의 고졸 출신 사원들이 회사의 못된 경영진과 맞짱 뜨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작은 아씨들>에서 취약한 현실의 세 자매가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는 가문에 맞서는 내용과 닮아 보인다. 또 이건 어떨까? 주인공들이 숨겨진 진실을 파헤친다는 이야기 전개도 그럴듯한 연관성을 맺는다. 대기업 입사 8년 차를 맞았지만 학력 차별에 밀려 온갖 잡무만 도맡는 베테랑 말단 사원 자영(고아성), 유나(이솜), 보람(박혜수)은 회사의 폐수 방류 현장을 목격한 뒤 합심해 내부 비리를 까발린다. 주인공들의 정의롭고 용기 있는 행동은 사회적 부조리를 뛰어넘어 둥지와 같은 회사를 지키는 결말로 수렴되는데,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통해 영화는 차별을 받는 약자들의 연대를 힘주어 얘기한다. 특히나 결코 가볍지 않은 메시지를 유쾌하고 반듯하게 풀어내는데, 보고 나면 이게 얼마나 옳은 선택인지 알 수 있다. 자영, 유나, 보람이 위 캔 두 잇!을 씩씩하게 외치는 장면은 그래서 뜻깊다.

세자매

고된 삶을 속으로 우겨넣듯 불평 없이 감내하는 유약한 맏언니 희숙(김선영), 품위를 우선순위로 세우고 모든 것을 완벽하게 지휘해 내는 듯한 둘째 미연(문소리), 술에 빠져 허덕이느라 골칫덩이 취급을 받는 막내 미옥(장윤주). 영화 <세자매>에는 <작은 아씨들>과 마찬가지로 한 가족이라는 공통의 토양에서 자랐지만 완전히 다른 성격과 기질을 타고난 세 자매가 등장한다. 현실에 충분히 있을 법한 그들은 저마다의 말 못 할 문제를 껴안고 있는 와중에 아버지의 생일을 계기로 곪을 대로 곪아온 오랜 상처가 끝내 터져 버린다. 세 자매의 내밀한 사연을 통해 영화는 가족이라는 제도적 관계를 내세워 편하게 무마되는 잘못에 대해서, 가족이라는 이유로 미적미적 외면되는 사과에 대해서 말하며 많은 것을 느끼게 한다. 누구나 태어나는 순간 가족의 일원이 된다는 점에서 모두가 이해하고 공감할 수밖에 없는 이야기. 설령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김선영, 문소리, 장윤주의 열연에 빠져들지 않을 도리가 없다.

우리집

우리집은 내가 지킬 거야. 물론 너희 집도.” 영화 <우리집>은 어른들도 풀기 힘겨운 가족의 문제를 그 나이대의 방식으로 해결하기 위해 애쓰는 세 아이의 이야기를 섬세하고 흥미롭게 그린다. 부모님의 잦은 다툼이 고민인 12살 하나(김나연)는 집안 형편 탓에 자주 이사를 다니는 10살 남짓한 유미(김시아), 7살 유진(진예림) 자매를 우연히 만나 마음을 나누는 단짝이자 이들을 살뜰히 챙기는 맏언니가 되어준다. “우리집은 진짜 왜 이러지?, “우리집도 진짜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하는 아이들의 마음씨와 생각은 되려 어른보다 더 큼직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유미와 유진은 곧 이사를 가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되고, 아이들은 위기에 처한 관계를 지키기 위해 모험에 나선다. 손을 꼭 붙잡은 아이들은 길 위에서 다투기도 하고 다시 풀기도 한다. 그렇게 투닥투닥하며 하나, 유미, 유진은 같은 집에서 자란 것처럼 함께 성장한다. 이를 연기한 아역 배우들도 그랬을까? 누가 봐도 작은 아이들이지만 누가 봐도 영락없이 진짜 배우다.

프리랜스 에디터
우영현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리틀빅피쳐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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