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에 챙겨 갈 신간 3 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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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휴가를 떠나는 길에 동반하고 싶은 신간 세 권을 점찍었다. 일상을 버티는 힘과 사랑과 마음에 대한 이야기가 여기 있다. 

휴가를 준비하며 짐을 꾸릴 때, 책장에 쌓인 못다 읽은 책보다는 낯선 책을 살펴보려는 건 무슨 조화일까? 다음 세 권은 밀도 높은 신작 서가들에서 강한 끌림으로 골라낸 산문집들이다. 

<우린 열한 살에 만났다>(생각의힘)는 국제노동기구(ILO)에서 일하는 경제학자 이상헌과 온라인 커뮤니티 ‘미씨유럽’ 운영자 옥혜숙이 각자 쓴 글을 모은 기억과 추억의 집합이다. 어색하게 서로 좋아하던 소년과 소녀에서 결혼 30주년을 맞기까지, 또 부산과 서울과 영국을 거쳐 제네바에서 오랜 세월을 보내기까지, 인생의 한 시기마다 시간을 공유하면서도 두 축으로 존재한 각자의 이야기가 선하고 정답게 흘러간다. 번갈아 등장하는 그들의 목소리가 결국 이중창을 이루니, ‘따로 적으면서 같이 적은 글’이라는 책 소개가 와닿는다. 고르고 벼린 언어로 채운 산문집을 꾸준히 발표해온 시인 김소연은 이제 ‘엄마’를 말한다. ‘엄마는 엄마를 끝내고 나의 자식이 되어 유리 벽 너머에 앉아 있었다.’ 

<어금니 깨물기>(마음산책)는 알츠하이머로 투병하다 돌아가신 엄마에 대한 애증의 역사다. 엄마를 오래 싫어했던 딸이 스스로를 들여다보는 고백이기도 하다. 작가가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느낀 시기에 쓴 글이지만, 작가는 그 시간이야말로 이를 악물고 가장 열심히 산 시간임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다만 빛과 그림자가 그곳에 있었고>(책읽는수요일)는 인물과 사물, 그 자리에 감도는 분위기나 여백을 포착하는 사진으로 많은 팬을 낳은 사진가 정멜멜의 첫 에세이다. 취미가 일이 된 과정, 시행착오의 나날, 사진과 관련해 고민하고 고수하는 마음 등을 정직하고 충실하게 기록했다. 작가가 여러 도시에서 채집한 장면 61컷도 수록되어 있지만, 이번에는 그 사진 언어보다 글로 적힌 언어에 자연히, 또 당연히 더 눈길이 간다. 누군가는 이런 말을 통해 위로 받거나 스스로를 다시 발견할 수도 있을 것이다. ‘명확한 재능이 없어 표류한다고 생각했지만 무언가를 지치지 않고 좋아해왔다는 것 자체도 큰 재능이었다는 것을 이제야 안다.’ 

피처 에디터
권은경
포토그래퍼
박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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