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만난 '리코리쉬 피자' 속 여성들 | 더블유 코리아 (W Korea)

가상의 ‘발보아 레이디스 소사이어티’

2022-06-24T17:20:21+00:002022.05.18|FASHION, 화보|

“숙녀분들, 모두 자리에 앉아주세요. 이제 시작하죠. ”1970년대 캘리포니아의 정취가 물씬 묻어나는 샌퍼낸도 밸리 지역의 한 저택. 이곳으로 영화 <리코리쉬 피자>의 감독 폴 토머스 앤더슨은 영화에 등장한 여성들을 다시금 초대했다. 그렇게 가상의 ‘발보아 레이디스 소사이어티’가 완성됐다. 

알라나 하임이 입은 스웨터는 Giorgio Armani, 바지는 Ralph Lauren, 벨트는 New York Vintage, 신발은 Bass 제품. 대니얼 하임이 입은 스웨터는 Leorosa, 바지와 신발은 Gucci, 벨트는 Miu Miu 제품. 에스테 하임이 입은 스웨터는 Lacoste, 드레스는 Michael Kors, 신발은 AGL 제품. 셋이 착용한 장갑은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드레스는 Prada, 신발은 Salvatore Ferragamo 제품.

미국 캘리포니아에 자리한 샌퍼낸도 밸리에 둥지를 튼 한 저택.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세 부문에 노미네이트된 영화 <리코리쉬 피자>의 각본, 연출을 맡은 폴 토머스 앤더슨은 그가 배출한 신예 스타 알라나 하임을 위한 화보 촬영 준비로 분주하다. 1950년대 가상의 여성 사교 클럽을 상상하며 꾸려지는 이번 화보는, 매년 오스카 시즌을 앞두고 <더블유>와 영화감독이 특별한 화보를 기획하는 특집호 ‘디렉터스 이슈’의 2022년 프로젝트이기도 하다. 첫 번째 촬영은 땅콩 모양의 청량한 파란색 수영장 옆이다. 목장 스타일의 이 저택은 앤더슨 감독의 소유지이지만, 그가 실제 거주하지는 않는다. 1951년에 지어졌고, 그 모습 그대로 고스란히 보존되고 있다. 먼저 내부 주방으로 가보자. 화사한 톤의 꽃무늬 벽지와 소나무 옹이가 선명한 주방 캐비닛이 눈에 띈다. 한쪽 벽을 채운 커다란 벽난로는 화강암 슬라브로 마감해 공간에 품격을 더하며, 주방에서 거실의 경계를 가로지르는 기다란 벤치의 청록색 시트가 인상적이다. 1973년을 배경으로 한 영화 <리코리쉬 피자>를 보는 듯, 이 공간에는 70년대 캘리포니아의 정취가 가득 배어 있다.

터틀넥은 Banana Republic, 치마는 Tory Burch, 신발은 Gucci 제품.

알라나 하임이 입은 드레스와 보디슈트는 Dior 제품.

알라나 하임이 입은 드레스와 보디슈트는 Dior 제품.

“오래된 신문을 훑어보는 게 제 취미예요.” 앤더슨이 말했다. 그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그의 유니폼과도 같은 헐렁한 그레이 컬러 재킷에 검정 팬츠 차림이다. 그는 샌퍼낸도 밸리에서 자랐으며, <부기나이츠>, <매그놀리아>를 비롯한 9편에 가까운 그의 작품을 통해 밸리지역에 영원성을 불어넣었다. 그런데 51세의 그는 캘리포니아인이라기보다는 유러피언에가까운 외모다. 짧고 헝클어진 머리와 타고난 소년미, 몸에 밴 기품은 태어났을 때부터 장착된 것이라고 해야 할까. “1950년대 초반에 발행된 신문 <밸리 뉴스>를 읽고 있었는데, 그중 사교면이 흥미롭더군요.” 그는 카메라 한 대를 집어 들어 조정하며 말을 이어갔다. “저는특히 밸리 지역의 여성들이 클럽 활동을 적극적으로 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어요. 예를 들어 화훼쇼에서 본인이 기르는 소중한 난초를 들고 있는 모습 같은 거죠. 할리우드 영화에보조 출연자로 발탁된 예술학과 학생들의 아름다운 단체 사진, 명망 있는 집안 자녀의 웨딩 샤워 신과도 같은 흔치 않는 장면도 볼 수 있죠. 패션쇼 사진도 몇 장 있는데 자선 목적의 쇼가 많더라고요.”

신문 사진을 면밀히 살펴본 후, 앤더슨 감독은 <더블유>를 위한 촬영의 윤곽을 잡았다. 1950년대 당시 최신 패션 프레젠테이션에 초점을 맞춰보기로 했다. 알라나와 그녀의 자매인 대니얼과 에스테 하임, 앤더슨의 장녀 펄 미니 앤더슨과 수많은 지인, 그리고 친척들이급조한 ‘발보아 레이디스 소사이어티’를 완성하기 위해 동원되었다. 참고로 하임 자매 셋은현재 밴드 ‘하임’의 일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앤더슨은 배우 마야 루돌프와 결혼해 장녀펄을 포함해 네 자녀를 두고 있다.

대니얼 하임과 에스테 하임이 입은 코트는 Dior 제품. 알라나 하임이 입은 재킷과 바지는 Dior, 장갑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저택 근처에 자리한 골프장 ‘발보아 골프 코스’의 레스토랑인 ‘몬터레이 앳 엔시노’에 있는 연회장에서는 테이블 세팅이 한창이다. 그 시대를 기가 막히게 구현한 음식을 식탁에 차려놓는 동안, 알라나는 풀사이드 론체어에 앉아 앤더슨 감독의 카메라를 향해 포즈를 취한다. 플로럴 패턴이 레이스 커팅된 붉은색 프라다 드레스가 그녀의 첫 번째 착장. <리코리쉬 피자>의 감독 앤더슨과 주연 배우인 알라나와의 인연은 앤더슨이 하임 세 자매를 집에 초대해 가족과 함께 저녁 식사를 하며 시작됐다. 그 후, 그는 하임 밴드의 뮤직비디오 9편을 연출한다. “폴과 여러 번 작업한 후였을까요? 어느 날 저에게 ‘널 영화에 출연시킬 거야’라고소곤거리듯 말했어요. 전 연출 보조를 했어도 행복했을 거예요!” 알라나가 미소를 지었다. 그녀의 따스한 표정과 태도는 순간 사람을 매료시키는 힘을 가지고 있는데, 그게 참 매혹적이다. <뉴욕 타임스>의 마놀라 다지스 같은 비평가들조차 그녀를 ‘영화 여신’이라고 칭하는이유도 이 때문일 것이다. 데뷔작에서 하임은 온전히 현실적이면서도 신화적인 역할을 소화했다. 마치 처음 사랑에 깊이 빠졌을 때 허우적거리게 만드는 상대처럼 말이다.

에스테 하임이 입은 드레스는 Western Costume Company 제품. 알라나 하임이 입은 재킷은 Dior 제품. 두 사람이 착용한 장갑은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앤더슨은 <리코리쉬 피자>의 시나리오를 쓸 때부터 그녀를 염두에 두고 스토리를 구상했다. “극 중 제 이름이 알라나 케인이에요.” 하임이 블랙 슬링백을 갈아 신으며 말한다. “제 이름이 폴의 작품에 들어가 있다는 사실이 너무 놀라워 순간 소름이 돋았어요. 대본을 읽을 때 제가 런던에 있었는데 시차로 꽤 피곤한 상태였거든요. 그래도 폴에게 전화해 대본에 대해 쉴 새 없이 떠들었던 것 같아요. 그는 단도직입적으로 저에게 알라나 케인 역을 연기해보고 싶은지 물었고, 저는 ‘네!’라고 했죠. 저는 전화를 끊고 호들갑을 떨며 ‘내가 지금 무슨 일을 저지른 거지?’라고 혼잣말을 했어요. 그리고 그 결과 지금, 제가 여기 이 자리에 앉아 있네요.”

실제로 알라나 케인은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의 1973년 영화 <브리지>에서 자유로운 영혼의 히피 역할을 완벽히 소화한 배우 케이 렌즈를 모티프로 한 캐릭터다. 앤더슨은 종종 실존 인물을 시나리오 구상의 시발점으로 삼곤 한다. 앤더슨의 2007년 연출작 <데어 윌 비 블러드>의 주인공은 석유 재벌 에드워드 도허니를 모델로 스케치했으며, 신흥 종교 사이언톨로지를 창안한 론 허버드는 영화 <마스터>에 영감을 주었다. 앤더슨의 친구이자 현재 톰 행크스의 제작 파트너인 게리 고츠먼은 <리코리쉬 피자>의 게리 발렌타인이라는 인물의 실제 모델이다. 극 중 쿠퍼 호프먼이 연기한, 기업가 기질이 다분한 남자 주인공 말이다. 고츠먼은 영화 속 설정과 비슷하게 실제로 그가 운영하는 물침대 매장에서 일하는 렌즈와 사귀었다고 한다. <리코리쉬 피자> 속 남녀 주인공 관계는 메아리로 남을 테지만, 앤더슨 감독은 그만의 놀라운 감성으로 70년대 청춘의 모습을 우정이라는 변주곡으로 완성했다.

알라나 하임이 입은 톱과 치마, 타이츠는 모두 Undercover, 반지는 Van Cleef & Arpels 제품. 대니얼 하임이 입은 톱과 치마, 타이츠는 모두 Undercover, 신발은 Mansur Gavriel 제품. 에스테 하임이 입은 터틀넥은 Banana Republic, 치마는 Undercover, 타이츠는 Wolford 제품, 신발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터틀넥은 Wolford, 치마는 Batsheva, 신발은 Gucci 제품.

“이런 걸 발견했어요.” 앤더슨은 촬영 중간에 50년은 더 되어 보이는 러시아산 필름 롤을 들고 외쳤다. “10컷 정도 찍혀 있는데, 이걸 한 번 써보고 어떤 결과물이 나오는지 보죠.” 하임은 카메라를 또렷이 응시한다. 시선이 고요하다. 둘 사이에 대화는 거의 없다. “다 나온 거 같은데요.” 한참 후 그가 입을 뗐다. “자 이제 파티장으로 이동할까요?”

연회장, 테이블 중앙에는 분홍색과 붉은색 카네이션이 장식되어 있고, 뷔페 중앙에는 체리가 빼곡한 화려한 케이크가 놓여 있다. 앤더슨이 <더블유>의 화보 촬영과 동시에 하임 밴드의 신곡 ‘Lost Track’의 뮤직비디오도 촬영하기로 했기 때문에 큰 방 한 귀퉁이에는 영화 카메라도 스탠바이 중이었다. 큐 사인이 떨어진 듯, 여성들이 줄을 섰다. 중앙에는 알라나가 속이 비치는 에메랄드그린 색상의 디올 드레스를 입고 있고, 양옆으로 네이비 울 슈트를 입은 대니얼과 밑단이 넓은 푸른색 벨티드 드레스를 입은 에스테가 서 있다. 앤더슨은 카메라 뒤에 자리를 잡고 크게 외친다. “오늘의 우승자는 파인애플 번트 케이크를 만든 알라나 하임입니다!” 곧바로 노래가 울려 퍼지고, 대니얼은 앤티크 마이크를 잡고는 노래를 따라 부르기 시작한다. 50년대 의상을 빼입은 보조 출연자들은 대니얼 노래에 맞춰 주변을 걸어 다닌다. “좋습니다. 한 번 더 갈게요!” 앤더슨이 외쳤다.

세트 준비를 하며 꽤 긴 시간이 흐른 후, 앤더슨은 세 자매를 건물 복도로 이동시켰다. 앤더슨은 복도를 이동하는 찰나의 세 자매를 화면 속에 크게 담고 뒤에 있는 다른 여성들의 모습은 희미하게 담으려 했다. 하임 자매들은 현대의 옷을 입고 있는 반면 나머지 출연자들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빈티지한 착장이다. “저는 대조를 좋아해요.” 앤더슨은 말했다. 어떤 의미에서 그의 모든 영화는 지나간 시간과 생생한 현재의 모습을 모두 다 담아내고 있다. <리코리쉬 피자>는 1970년대를 배경으로 하지만, 밸리를 담아내는 방식에는 전혀 올드함이 없다. 앤더슨은 샌퍼낸도 밸리의 영화적 시인이 아닐까.

메인 룸으로 돌아가니 카메라 어시스턴트가 넓은 원을 측정하고 있었다. 앤더슨은 달리기를 좋아한다. <리코리쉬 피자>에서 캐릭터들은 서로를 향해 끊임없이 질주한다. 대니얼이 노래를 부르며 주위를 자유롭게 뛰어다니는 동안 다른 여성들은 의식적으로 그녀의 행동을 신경 쓰지 않는다. “좋은데요!” 앤더슨이 외쳤다. 몇 번의 달리기 장면을 더 촬영한 후 잠시 멈췄다. “다들 모여볼까요?” 그는 옛 <밸리 뉴스>지에 나올 법한 단체 사진 대열을 모델들에게 주문한다. ”정말 마법 같아요.” 만족스러운 말투다. “과거 같지만, 이 모습이 훨씬 더 근사해요.”

알라나 하임이 입은 재킷과 치마, 신발은 모두 Miu Miu 제품. 발보아 레이디스 소사이어티 멤버가 입은 빈티지 옷과 액세서리는 모두 Western Costume Company, Betty Jo Vintage, Kitty Vintage Boutique, Noble Vintage Clothier, Son de Flor 제품. 앞줄 가운데는 Alana Haim. 뒷줄 왼쪽부터 Pearl Anderson, Donna Haim, Demelza Cronin, Delaina Hlavin, Mary Wigmore, Sarit Finkelstein-Boim, Este Haim, Leslie Samovitz, Danielle Haim, Jenny Delaney, Patricia Peña, Reina Rey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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