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세대, 새로운 디자이너 8 | 더블유 코리아 (W Korea)

새로운 세대, 새로운 디자이너 8

2022-04-19T01:20:43+00:002022.04.19|FASHION, 화보|

터무니없고 과장된 디자인에 사로잡힌 새로운 세대의 재능 넘치는 디자이너들 덕분에 아방가르드는 여전히 살아 있다.

PRESSIAT 프레시아 

“나에게 옷이란 항상 보호막이다. 내 옷을 입은 착용자가 스스로를 마치 검투사처럼 강하다고 느끼기를 원했다.” 

왼쪽부터 | 고이 마나세가 입은 빨간 슈트는 프레시아, 슈즈는 하스바나키트 제품, 장갑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에반스 이케추쿠가 입은 화이트 마린풍 드레스는 프레시아, 슈즈는 하스바나키트 제품, 장갑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모모 은디아예가 입은 터틀넥 톱은 프레시아, 슈즈는 크리스찬 루부탱 제품, 장갑과 타이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CHET LO 쳇 로

“모두가 제 작품이 디지털이고, 모든 것을 포토샵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제가 내 작품을 좋아하는 이유는 진정성이 있기 때문이다. 내가 디자인한 옷을 입을 때마다 촉감이 좋아서 손으로 몸을 위아래로 만져보곤 한다.” 

메이어가 입은 수영복과 헤드피스, 풀 누들, 팔 토시, 샌들은 모두 쳇 로 제품.

 

BRADLEY SHARPE 브래들리 샤프 

“우리는 사람들이 고군분투하며 살아가는 시대에 살고 있다. 따라서 이 시대에 사는 디자이너로서 나의 목표는 사람들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무언가를 깊이 느낄 수 있는 작품을 만드는 것이다. 

마나세가 입은 가운과 헤드피스는 브래들리 샤프, 슈즈는 하스바나키트 제품, 타이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Feben 페벤 

“스웨덴에서 자라면서 에티오피아 출신인 어머니의 옷차림이 스칸디나비아식의 깔끔한 옷차림과는 매우 달라 창피해했던 기억이 나요. 하지만 요즘 나는 어머니 집에 가서 옛날 사진첩을 보면서 작업과 연구 아이디어를 얻어요. 더 이상 창피하지 않아요. 자랑스럽죠.” 

셀리나 랄프가 입은 드레스는 페벤 제품, 메이어가 입은 점프슈트와 가방은 페벤 제품, 모자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KAYA CHIE 카야 치에

“팬데믹 기간 동안 컬렉션을 디자인하면서, 저는 일상적이고 평범한 저녁 파티에 참석하고 싶은 충동을 느꼈어요. 더 글래머러스하고, 더 화려한 드레스를 입고서요.

셀리나 랄프가 입은 드레스, 스카프, 신발은 모두 카야 치에 제품, 타이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HARRIS REED 해리스 리드 

“팬데믹이 우리로 하여금 더 큰 꿈을 꾸게 하고 그 수준의 아방가르드를 갈망하게 만들었다고 생각해요. 사람들은 이전에는 원하지 않았을지도 모르는 거대하고 더 큰 모자를 원하죠. ”

셀리나 랄프가 입은 가운과 헤드피스는 해리스 리드 제품, 장갑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TERRENCE ZHOU 테런스 주

“패션을 생각하면 모든 것이 기능성과 관련이 있었죠. 하지만 인터넷과 기술의 발전을 통해 우리는 기능성 의류에만 국한되지 않고 자유롭게 옷을 입고 자신의 개성을 맘껏 표현할 수 있게 되었어요.”

왼쪽부터 | 이케추쿠가 입은 드레스는 주, 슈즈는 크리스찬 루부탱 제품, 타이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마나세가 입은 롱스커트는 테렌스 주, 슈즈는 생로랑 제품, 타이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은디아예가 입은 후프 드레스는 테렌스 주, 주름 스커트는 바드빈치 통통, 슈즈는 톰 포드 제품, 타이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MARCO RIBEIRO 마르쿠 히베이루

“원은 일종의 벽입니다. 저는 자신을 숨기는 것이 아니에요. 방패를 이용해 제 자신을 보호하는 것이죠.”

에반스 이케추쿠가 입은 스커트와 원피스는 마르쿠 히베이루 제품.

지난 몇 년간 뉴스를 보면 패션이 하나의 개념이자 산업으로서 사실상 멈춰버렸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맥킨지 글로벌 패션 인덱스에 따르면 2020년 패션 산업은 역사상 유례가 없는, 93%의 경제적 이익 감소를 기록했다. 2020년 거대 기업 바니스(Barneys)의 파산을 시작으로 곧이어 니만 마커스(Neiman Marcus)가 파산했다. “사실 팬데믹 이전부터 패션 산업 전체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츄리닝이 최고야!”와 같은 <뉴욕 타임스>발 괴담은 유명 디자이너들이 패션 스타일에 영향을 미치거나 트렌드를 결정하는 시대에 작별을 고하는 부고문처럼 읽힌다. 사실 츄리닝이 최고이긴 하다. 토요일 밤 당신이 소파에 앉아 넷플릭스를 보는데 쿠튀르 가운이나 단추가 여럿 달린 바지가 필요하겠는가? 그러나 이러한 주장에는 한 가지 문제점이 있다. 패션은 한 번도 논리에 기반하여 소비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역설적이게도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팬데믹이 심각한 상황에서, 새로운 세대의 대담한 크리에이터들은 수십 년 만에 가장 드라마틱하고 과장된 런웨이를 펼치며, 기상천외한 발명품으로 인스타그램 스토리를 채우고 있다. 팔을 넣는 구멍이 없는 앵무새 드레스, 젖꼭지를 드러내는 코르셋, 식탁만큼 큰 모자, 사람이 살아도 될 만큼 크기가 넉넉한 텐트 드레스처럼 말이다.

뮤지션 해리 스타일스의 상징적 투어 의상과 전설적인 모델 아이만이 2021년 메트갈라에서 입은 무려 1.8m의 금색 깃털 머리 장식과 금속 새장을 형상화한 드레스는 디자이너 해리스 리드(Harris Reed, 25)의 작품이다. 리드는 “현 세대는 환상에 대한 갈망이 있습니다. 지난 30년 동안 패션계는 점점 더 교묘해졌죠. 지금은 메시지를 담은 퍼포먼스 의상의 시대로 회귀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아방가르드를 되살려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돌체&가바나와의 협업, 구찌에서 인턴과 모델로 활동한 경험이 있는 그는 스타의 스타일링을 맡아 유명해졌지만, 사실 그 자신 예술혼이 아주 강한 디자이너다. 그는 “제 브랜드는 실제 키가 190cm이고, 플랫폼 위에서는 223cm인 저 자신을 코디하면서 고안해낸 결과물의 집약체예요.저에게는 피어오르는 영감의 불꽃이 필요했고 활도 필요했고 모자도 필요했어요! 그러다가 존재하는지조차 몰랐던 패션이라는 거대한 시장을 발견하게 된 거죠”라고 밝힌다. 비록 조금 과장된 것처럼 보이지만, 농담이 아니다. 옷을 차려입고 나갈 기회는 갈수록 부족하나 멜로 드라마에서나 나올 법한 그의 디자인은 마네킹 위에서 빛을 발한다. “제 최근 컬렉션의 거대한 가운 드레스는 거대한 모자와 함께 남성 모델에게 입혔어요. 그리고 셀프리지에서 처음 출시된 날 한 벌당 1만2,000달러 이상의 가격에 팔렸습니다. 다들 ‘코로나 상황이 심각한 지금, 아무도 안 살 거야! 그런 옷을 어디에 입고 나가겠니?’라고 했어요. 그런데 결과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과거를 재현한 이 과장된 옷을 여전히 원하고 있었던 거죠”라고 말한다.

복고풍과 미래를 오가는 애니메이션에서 영감을 받은 중국계 미국인 디자이너이자 바다 생물과 이국적인 과일의 혼혈종으로 보이는 뾰족한 니트 점퍼를 디자인한 리드의 동료 디자이너 쳇 로(Chet Lo)도 비슷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미국 뉴욕에서 자랐고 현재 런던 스탠더드 호텔의 스튜디오에서 일하고 있는 그는 “처음 이 점퍼를 만들기 시작했을 때 팔릴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어요. 괴상하게 생겼잖아요”라고 말한다. 도자캣, SZA, 카일리 제너와 같은 유명인이 입어 주목받은 그의 점퍼는 로의 순수한 창의성을 바탕으로 제작되었다. “대중은 이 점퍼를 통해 진정성을 느낄 수 있어요. 저는 대중이 누군가 단지 판매하기 위해 무언가를 만들 때와 진정으로 원해서 무언가를 만들 때를 구별하는 안목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요”라고 덧붙였다. 여타 젊은 디자이너들과 마찬가지로 창의적인 협업을 진행 중인 리드와 로는 알렉산더 맥퀸과 존 갈리아노 같은 경계를 허무는 예술가를 배출한 런던의 센트럴 세인트 마틴스에서 패션학을 전공하고 졸업한 지 얼마 안 된 신진 디자이너들이다. 이 둘은 패션이 지나치게 상업적인 작금의 상황을 전복하고자 애쓰고 있다.

2021년 센트럴 세인트 마틴스를 졸업하고 석사 과정을 밟고 있는 디자이너 첼시 치에 카야(Chelsea Chie Kaya)에게, 학교의 아티스틱한 분위기는 디자인 기록학을 부전공하거나 과거 런웨이 사진들을 보고 영감을 얻는 것이 아니라, 예술가 크리스토(Christo)에 대해 학부 과정 내내 집중했던 이야기로 이어졌다.카야 치에(Kaya Chie)라는 브랜드를 만들어 내놓은 그녀의 졸업 컬렉션은 끝이 날카롭고 비대칭적인 형태 위에 늘어뜨린 다양한 직물이 특징이다(거대한 어깨, 박쥐 날개 같은 엉덩이, 반쯤 잘린 치마 받이를 연상해보면 느낌이 올 것이다). 도쿄와 상하이에서 자랐고 현재 런던에서 살고 있는 카야는 “크리스토를 보면서 랩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었고, 구조물 위의 긴장감을 제 작업에 반영할 수 있었어요”라고 말한다. 그녀의 학과 동기인 브래들리 샤프(Bradley Sharpe)도 카야처럼 조각 작품을 제작하고 있다. 졸업 컬렉션을 발표하기 전 마크 제이콥스에서 잠시 아르바이트를 했던 브릿(Brit, 26) 역시 18세기 마리 앙투아네트 스타일의 실루엣과 친구들과 자주 가는 음악 페스티벌의 진흙탕 텐트 사이에서 창의적 영감을 얻었다. 브릿은 졸업 컬렉션을 위해 실제 텐트 봉을 사용하여 핵가족(또는 소수의 Z세대)이 글래스턴베리에 가서 비가 멈추기를 기다리는 듯한 모습을 형상화한 초현대적 모습의 볼 가운을 만들었다. “저는 작은 단위로 생각하는 데 익숙하지 않아요”라고 샤프는 말한다. 그는 자신과 그의 동료들이 만드는 거대한 조각 작품이 패스트 패션의 궁극적인 해독제가 될 것이라고 믿는다. “저는 항상 옷을 한 번 입고 세탁하고 한 번 더 입고 버리는 것이 아니라 예술의 형태로 봤죠. 거대할수록 조각품을 향한 경외감도 커지는 법이에요. 만약 여러분이 블레이저를 산다면, 그냥 옷장에 넣기만 하면 돼요. 하지만 이 가운 중 하나를 가지려면, 크기 때문에 거대한 옷장을 만들어야 해요”라고 말한다. 이러한 특징 때문에 많은 디자이너들 사이에서 독특하고 노동 집약적인 외관을 가진 가운을 만드는 것에 대한 반향이 생겨났다.

많은 디자이너들은 페벤 베멘비(Feben Vemmenby)라는 2020년 세인트 마틴스의 또 다른 졸업생을 언급한다. 페벤을 비롯한 몇몇 디자이너들은 팬데믹으로 대량 소비의 위험에 대해 오랫동안 숙고할 수 있을 정도로 삶의 속도가 느려졌을 때, 즉 코로나19로 락다운이 시작된 후 이런 작품들을 만들기 시작했다. 북한에서 에티오피아 부모 사이에 태어나 스웨덴에서 자란 페벤은 “팬데믹 상황에서 우리는 인간으로서 우리가 누구인지, 그리고 어떻게 쇼핑하는지에 대해 돌아볼 시간을 가졌어요”라고 말한다. “이제 더는 값싼 패스트패션을 소비하지 맙시다!”라고 리드는 더 퉁명스럽게 말한다. 한 달에 한 명의 고객과 독점적으로 작업하며, 몇 주 동안 복잡한 수작업이 수반되는 맞춤형 의상을 만드는 그는 “모두가 주문 리스트를 가지고 블라우스 50개, 드레스 50개, 베스트 50개를 만들라고 하는데, 저는 그냥 ‘다 조용히 해! 나는 재생 크리스털과 레이스 깃털이 달린 거대한 헤드피스를 만들 거야!’라고 했죠. 그 결과는? 이렇게 좋은 결실로 증명되었습니다”라며 자신감 있는 모습을 보였다. 리드는 최근 버그도프굿맨과 매치스패션과 협업해 ‘Yummy Cashmere Fluid Basics’이라는 작은 컬렉션을 출시했다. 그의 디자인 성향은 기성복을 제작하는 것과는 맞지 않았고, 그의 디자인은 데미 쿠튀르 작품을 만드는 데 더 잘 맞았다. 그는 자신의 데미 쿠튀르 작품을 이렇게 설명한다. “데미 쿠튀르를 간단한 예를 들어 설명하면 할머니가 트랜스젠더인 아들에게 물려준 것을 다시 제3의 성(논바이너리)을 가진 딸에게 물려주는 것을 말해요. 이것은 세상에 미의 순환을 되살리는 일이에요.” 이토록 호기로운 신예 디자이너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코로나19 펜데믹은 그들이 지속가능성을 깊이 고민하도록 도왔을 뿐만 아니라 판타지를 꿈꾸도록 이끌었음을 알 수 있다. 락다운으로 인해 집에 고립되었던 디자이너들은 코로나19로 인해 취소된 화려한 사회적 행사들에 대해 꿈을 꾸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게 몇 달 동안 집에서 아늑한 휴식을 취한 디자이너들은 그들의 예술적 혼을 불태울 준비가 충분히 된 것이다. 패션 역사학자인 발레리 스틸(Valerie Steele) 뉴욕 FIT 박물관 관장 겸 수석 큐레이터에 따르면, 유행이라는 것은 “크고 풍만한 옷을 입는 아이들”처럼 끊임없이 반복되는 시계의 추와 같다고 한다. “패션은 과거의 패션에 반응한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어요. 실루엣만으로도 효과가 있고, 색상만으로도 효과가 있으며, 상대적으로 겸손하거나 화려하게 작동합니다.” 일리 있는 말이다. 하지만 아마도 급진적인 OTT 스타일로 회귀한 가장 큰 동인은, 현재 밀레니엄 세대의 거의 모든 트렌드의 진원지라 할 인터넷이다. 이 드라마틱하고 눈길을 끌며, 사진을 찍으면 예쁘게 나오는 의상들은 온라인 디지털 라이프를 위해 의도적으로 고안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로의 말을 들어보자. “온라인에서 자신을 표현하는 방식은 지금 당신 모습의 큰 부분을 차지합니다. ‘멋진 작품 옆에서 사진을 찍게 해주세요’라는 생각은 상당히 유아적인 사고방식이지만, 이러한 사고에서 제 작품에 대한 관심이 시작되었고, 우리는 그 흐름을 탔다고 생각해요. 많은 경우, 사람들은 제 옷을 보고 ‘오, 정말 사진 찍으면 예쁘게 나오겠네. 그런데 그 옷을 어디 갈 때 입을 수 있을까?’라고 의문을 제기하곤 했죠. 하지만 중요한 점은 사람들이 이 옷을 입고 사진을 찍기를 원한다는 것이죠.” 개인의 온라인상 표현과 어필의 중요성은 팬데믹 기간에 기하급수적으로 커졌다.

지난해 파슨스 스쿨을 졸업하고 뉴욕에 거주하고 있는 중국 우한 태생의 테런스 주(Terrence Zhou)는 “팬데믹 기간 동안 물리적 세계에서 가상세계로의 엄청난 전환이 있었다”라고 분석한다. 세련되지만 비실용적인 의상을 만드는 디자이너로서, 주는 펜데믹을 거치면서 트렌드가 무척 자유로워졌다고 말한다. “대학에 다닐 때, 주변 사람들 모두가 ‘사람들이 네 옷을 어떻게 입겠니? 팔구멍이 없는 옷을 입고 어떻게 일하러 가거나 파티에 갈 수 있겠냐고!’라며 비아냥거렸죠. 그렇게 저는 늘 지적받는 학생이었어요. 하지만 사람들은 이제 그런 옷을 입고, 온라인에 올리는 것을 좋아하게 됐죠. 서로 맥락이 다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꽤 관련성이 있어요. 이제 인터넷과 기술을 통해 우리는 기능성 의류에만 국한되지 않고 자유롭게 옷을 고를 수 있고 자신의 개성을 맘껏 표현할 수 있게 되었으니까요.”

주는 패션의 다음 단계는 현실의 물리적 패션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래에는 사람들이 디지털 버전의 옷을 입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요즘 유행하는 NFT 패션 버전을 염두에 둔 듯하다. 그는 “가상 디지털 디자인으로 전환하면 제약 없이 창의적일 수 있다. 디지털 세상에서는 낭비되는 옷감이 없을 것이고, 노동 착취 시설과 같은 문제점을 걱정할 필요가 없을 겁니다”라고 말한다. 그리고 패션 대기업들이 새로운 세대의 크리에이터들의 작품을 도용하는 상황에 대해 “디자이너의 지적 재산권은 현실에서는 무시받지만 가상세계에서는 보호될 것입니다”라고 설명한다. 물론 모든 20대 디자이너들이 디지털 세계로의 전환을 준비하고 있는 건 아니다. 리드는 “디지털 의상은 사진 찍기에는 아주 좋지만, 무언가를 잃게 돼요. 저는 동료들이 만든 창의적인 옷을 입고 만지고 감탄하며, 그 옷을 만드는 데 80시간이 걸렸다는 것을 알아가는 과정이 너무나 아름답다고 생각해요. 그들의 피, 땀, 눈물은 반드시 기억될 거예요”라고 말한다. 샤프는 “패션에 대한 저의 인식을 물어보시면 생각나는 것은 동그랗게 둘러앉아 도란도란 얘기하며 손바느질하는 사람들이에요”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샤프와 같은 생각을 가진 디자이너들이 새로운 디지털 세계라는 현실을 회피하고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그들은 서로 다른 방법을 통해 준비하고 있다. 예를 들어, 샤프의 텐트 드레스와 리드의 비행접시 모자는 사회적 거리 두기에 딱 알맞다. 이 옷을 입으면 다른 사람과 기침하는 거리 안에 들어가는 것은 불가능하니까.

이와 동일한 개념이 마르쿠 히베이루(Marco Ribeiro)의 ‘원’에도 적용되는데, 이것은 브라질 태생의 히베이루가 다양한 효과를 위해 사용하는 견고하고 밝은 색상의 직물로 만든 원형 장식과도 일맥상통한다. 그가 만드는 원형 장식은 때로는 얼굴을 보호하는 모자이고, 때로는 과장된 목걸이 역할을 한다. 히베이루는 “원 안에 누가 있는지 알 수 없기 때문에 보호막이 된다고 생각해요. 일종의 정지 신호와 같은 효과가 있죠. 동그라미가 보이면 멈춰 서서 ‘이게 뭐지?’라고 물어야 해요”라고 덧붙였다. 메종 마르지엘라와 발망에서 일했고, 파리에 거주하고 있는 빈센트 가르니에 프레시아(Vincent Garnier Pressiat)도 비슷한 방어 노선을 그리고 있다. 프레시아는 지난해 자신의 이름을 딴 컬렉션을 통해 데뷔했다. “요즘 우리는 외출할 때, 서로를 두려워하는 상황에 놓여 있어요. 그런 반면 디지털 세계에서는 자유롭잖아요. 저는 이 자유로움을 현실 세계로 가져오고 싶어요. 제 옷을 통해 사람들로 하여금 보호받고 있다는 느낌을 주고 싶어요.” 프레시아가 디자인한 의상은 날이 딱딱하게 재단되어 있고, 코쿤 실루엣에 예술적으로 조각된 옷감을 사용한다는 특징이 있다. 그의 옷은 마치 다가오는 종말을 위해 디자인된 의상 같아 보인다. “저는 그 옷을 입은 사람이 스스로를 검투사인 것처럼, 갑옷을 입은 것처럼 강하다고 느끼기를 바라요. 전투를 겪고 난 것처럼 조금 다치고 아프더라도 여전히 똑같은 자리에서 아름다울 수 있는 효과를 거둘 수 있기를 추구하며 옷을 만들었어요”라고 말한다. 생각해보면 이 상황은 요즘 패션 업계가 처한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