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션 케시의 첫 정규앨범 발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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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과 호소력과 비트를 다 갖춘 뮤지션 케시(Keshi)가 3월 25일 첫 정규앨범을 발표한다. 

1994년생, 베트남계 미국인 케시는 대형 병원의 종양학 간호사로 일하며 어쿠스틱한 음악을 만들곤 했다. 그가 ‘케이시 르엉’이 아닌 ‘ Keshi’라는 새 사운드 클라우드 계정을 마련한 건 좀 다른 스타일의 음악을 작업해보고 싶어서였다. 그리고 친구와 가족에게도 알리지 않은 그 계정을 통해, 케시의 이름과 음악이 유명해지기 시작했다. 감성적인 비트와 감미로운 보컬이 인상적인 케시는 최근 몇 년간 여러 음악 매체를 비롯해 국내의 여러 뮤지션도 ‘주목하는 목소리’로 호명한 이름이다. 2018년에 낸 첫 EP <The Reaper>와 몇 개의 EP에 이어 첫 정규앨범 <Gabriel> 발매를 앞둔 케시를 서면으로 만났다. 텍스트로 접할 뿐인 그의 답변 사이사이에서, 덤덤하지만 분명하게 배어 있는 자신감을 느꼈다. 

<W Korea> 오늘은 뭘 하면서 보냈나?

Keshi 며칠 후면 뮤직비디오 촬영이라 머리를 다듬었다. 지금은 저녁을 먹기 전에 파자마 차림으로 호텔 룸에서 쉬는 중이고. 밤에 의상 피팅을 한다. 요즘 재밌는 것들을 계획 중인데 어서 팬들에게 보여주고 싶다.

최근 발표한 싱글 ‘Touch’를 두고 연인에게 말하는 듯한 수위 높은 가사 때문에 ‘매운맛’이라고 표현하는 한국 팬들이 있다. 어떤 감정과 배경으로 쓴 곡인가?

‘Touch’는 사실 사랑보다는 ‘자신의 즐거움을 위한 욕구’에 대한 이야기다. 우리는 때로 많은 것들을 의도적으로 애매한 상태로 놔두고, 결국은 이도 저도 아닌 상황을 초래하지 않나? 그런 상황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담은 곡이다. 남녀 간의 성적 관계도 노래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당신을 곧잘 수식하는 말은 ‘간호사 출신의 뮤지션’ 이다. 원래부터 음악을 향한 애정이 큰 사람이었는지, 아주 다른 성격의 직업으로 전환하는 과정은 어땠는지 궁금하다.

텍사스 메디컬 센터에서 종양학 간호사로 일했다. 일이 내게 맞지 않았고, 아침에 일어날 때마다 굉장히 마음이 불편했다. 퇴근길이면 ‘이 일을 내 남은 평생 동안 해야 한단 말인가’ 하는 생각에 눈앞이 캄캄했다. 간호사를 관두고 뮤지션의 길을 선택하는 것은 정말 두렵기도 하고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남은 생을 나와 맞지 않은 일을 하며 사는 것에 비하면 두렵지 않았다. 언제나, 항상, 음악을 하며 살고 싶었다. 하지만 정말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삶인지에 대한 확신이 없었다. 나는 신중하게 행동하는 편이라 현실적으로 가능한, 시기적절한 때를 기다린 거다.

2019년 봄까지 간호사 일과 음악 일을 병행했는데. 뮤지션으로서의 삶을 감행하게 만든 계기나 확신에 관한 에피소드가 있나?

어느 날 같이 일하는 동료에게 불필요하게 감정 표출을 한 일이 계기가 됐다. 스트레스가 머리끝까지 차오른 거지. 매니저의 사무실에 불려가 대체 무슨 일이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 결국 무너져 내려 울음이 터졌다. 그 일로 이제는 뮤지션이 되기 위해 도전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래서, 뮤지션으로 사는 건 황홀한 인생인가? 지금 행복한가?

굉장히 행복하다. 프라이버시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니 집 밖으로 나갈 때 조금 조심스럽지만, 그 외에는 모두 내가 꿈꾸던 것들이다. 여러 순간 중에서도 스튜디오에서 작업이 잘될 때 가장 행복하다.

몇몇 인터뷰에서 당신이 본격적으로 음악을 시작할 때 로파이(Lo-Fi) 사운드 기반의 음악 스타일이 유행하고 있었다고 언급했다. 로파이의 어떤 면에 끌렸나?

2016년경에는 로파이가 듣기에 굉장히 신선한 사운드였다. 의도적으로, 사운드가 있는 그대로 들리지 않게끔 만든 음악 장르라고 생각해서 아주 흥미로웠다. 또 내가 경험해보지 못한 시대의 향수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작곡을 하는 것과 전업 뮤지션이 되어 셀프 프로듀싱을 하는 것은 어떻게 다른가?

엄연히 다른데, 송라이팅과 프로듀싱, 이 둘은 결혼한 관계 같다. 송라이팅이 가사와 멜로디라면, 프로듀싱은 이 두 가지를 가지고 드럼, 코드, 느낌 등의 요소와 함께 음악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첫 정규앨범에 대해 ‘스포’를 해준다면?

드디어 3월 25일에 첫 정규앨범 <가브리엘>을 발매한다! 앨범 안에 굉장히 다양한 사운드가 존재하기 때문에 듣는 재미가 있을 것이다. 이 앨범을 만들면서 첫 EP인 <더 리퍼>를 만들던 때도 생각났다. 도전도 하면서, 수월하고 재밌게 작업했다.

4월부터 당신의 두 번째 투어인 ‘헬/헤븐’ 투어가 시작된다. 런던과 파리 등 유럽 8개 도시에 이어 북미까지, 두 달간 이어지는데 금방 매진된 도시가 많다.

2019년 ‘스켈레톤’ 투어를 했을 때는 무엇보다 처음으로 팬들과 직접 만난다는 사실이 중요했다. 경험이 부족했으니 그저 팬들을 만나는 자체가 굉장히 신나고 즐거웠다. 이번 투어, 정말 기대된다. 공연 프로덕션에도 신경 많이 쓰고 있다. 예전 곡들은 조금 색다른 버전으로 선보이려 한다. 풀 밴드와 함께 곧 뉴욕으로 리허설하러 떠난다.

음악 하는 거 외에는 뭘 좋아하나?

친한 친구들과 게임하는 거. 평소 집에 돌아오면 밤 9시부터 새벽 1시까지 ‘Valorant’라는 게임을 한다. 내 친구들 대부분 나와 멀리 떨어져 살지만 우리는 이런 식으로 함께 시간을 보내지.

아직 케시를 모르는 이들에게 당신을 잘 알 수 있는 한 곡만 집어 소개한다면, 뭘 들으라고 추천하겠나?

딱 한 곡만 꼽아야 한다면 ‘Beside You’를 추천하고 싶지만, 곧 나올 정규앨범이 지금의 내 음악을 가장 잘 표현하고 있다. 하루빨리 들려드리고 싶다.

피처 에디터
권은경
사진
COURTESY OF UNIVERSAL MUSIC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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