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세 끼’를 돌아보는 3월의 신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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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살이를 하며 스스로 밥 짓는 사람이 된 이의 솔직한 분투기, <부엌의 탄생>은 ‘나의 세 끼’를 돌아보게 한다. 

35년 동안 도시에 머물다가 돌연 시골로 이사한 누군가의 생활을 상상해보자. 도시에서의 삶이 ‘허둥지둥’에 가까울수록 이 상상은 마법 같은 평화를 안겨준다. 지리산 자락의 맑은 공기, 소음 대신 새 소리, 느리게 걷기. 그런데 교촌치킨을 먹으려면 차로 25분을 달려야 한다. 편의점은 집에서 19km 거리에 있다. 배달은 꿈도 못 꾼다. 이것은… 공포다! 때로 라이프스타일을 결정짓는 건 취향도 기질도 아닌, 환경이다. 현 <더블유> 콘텐츠 디렉터, 전 시골 마을 주민 김자혜는 도시를 등진 대가로 ‘부엌으로 내던져졌다.’ 시골 환경에서의 생활에 적응하기 위한 첫 단계이자 가장 높은 허들은 ‘식사’였다. 끼니마다 손수 지어 먹어야 하는 운명이 옵션으로 딸려온 것이다. 시골 주택들의 부엌이 도시 아파트의 부엌보다 넉넉한 공간인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부엌의 탄생>(세미콜론)은 시골로 내려가는 자발적 고립을 택한 후, 세 끼니 밥 짓는 사람이 된 자의 분투기다. ‘처음 보는 풀때기들’이었던 각종 나물을 무치거나 볶아 식사에 곁들일 줄 알게 되고, 학창 시절 실습으로 만들어 먹었던 카스텔라 경단이 떠오르자 무턱대고 다시 만들어보기도 하고, 그러다 가끔 읍내에서 사 먹는 국수 한 그릇에 기쁨을 느낄 줄 알고, 여러 요리에 실패하지만 요리를 시도하는 사람이 된 김자혜가 크고 작게 느꼈던 솔직한 마음을 썼다. 4년을 보낸 ‘시골에서’와 시골에서의 삶 이후에도 스스로 해 먹는 감각을 유지하게 된 ‘도시에서’ 챕터로 구성된다. 전과 다른 생활을 통과한 후 다시 도시의 바쁜 여자가 된 그녀는 시간과 에너지를 사용할 일이 도처에 널려 있어도 식사 만큼은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이 되기로 결심했다. 매일 스스로를 먹여본 자이기에 가능한 소중한 변화다.

피처 에디터
권은경
포토그래퍼
박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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