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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라는 예술

2022-02-05T01:09:42+00:002022.02.05|FASHION, 뉴스|

가브리엘 샤넬이 ‘앞으로 펼쳐질 미래’의 일부가 되고자 당대의 아방가르드 예술가들을 지원하면서 시작된 예술 후원. 그 계보를 잇는 샤넬의 ‘넥스트 프라이즈(Next Prize)’가 우리의 미래를 더욱 흥미진진하게 만들고 있다. 

샤넬 넥스트 프라이즈의 심사위원들. (왼쪽부터) 카오 페이, 틸다 스윈튼, 데이비드 아자예.

‘미래란 무엇일까’라는 질문은 때론 아득하게, 때론 매우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그런 한편 미래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보다 적극적이고 광범위하게 빛의 속도로 증폭되고 있다. 더 이상 미래학자나 경제 전문가만이 우리의 미래에 대한 담론을 떠안지 않는다. 패션계에서도 미래는 가장 큰 화두이자 영감의 원천이 되어가고 있다. 젊은 디자이너들은 각자 해석한 미래에 대한 비전과 상상을 패션을 매개로 구체화하며, 불안하고 암울한 현재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기도 한다. 예술계 역시 미래를 화두로 다양한 탐색 작업이 펼쳐지고 있다. 이제 미래는 더 이상 예측 불가한 블랙홀이 아니라 총천연색 아름다움을 지닌 탐구의 대상이다. 늘 예술과 문화계의 목소리와 기대에 적극적으로 응해온 샤넬은 이러한 시대 흐름에 부응해 샤넬 하우스만의 유의미한 시도를 시작했다. 바로 지난 12월 10일, 샤넬의 ‘넥스트 프라이즈(Next Prize)’ 첫 수상자를 발표한 것. ‘넥스트 프라이즈’란 전 세계 영화, 디자인, 댄스, 음악, 예술 및 연극 분야의 판도를 바꿀 크리에이터 10명에게 1백만 유로의 상금을 수여하는 행사다. 샤넬의 글로벌 예술 및 문화 책임자 야나 필은 “넥스트 프라이즈를 통해 샤넬은 예술을 사랑하고 아끼는 하우스의 오랜 지원의 역사를 이어가며, 원대한 아이디어에 힘을 실어주고, 신진 예술가에게 미래를 상상하고 펼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한다”고 그 취지를 밝혔다.

가브리엘 샤넬이 ‘앞으로 펼쳐질 미래’의 일부가 되고자 당대의 아방가르드 예술가들을 지원하면서 시작된 예술 후원의 계보를 잇는다는 의미로 지은 ‘넥스트 프라이즈’라는 타이틀은 이 행사가 의미하는 명료한 가치를 상징한다. 알 수 없는 미래를 희망과 긍정의 힘으로 이끌어가기 위해선 무엇보다 현대의 인류, 즉 호모 사피엔스가 지닌 무한한 상상과 창조의 힘이 필요하니까. 2021년 넥스트 프라이즈의 심사위원은 배우 틸다 스윈튼과 가나계 영국인 건축가 데이비드 아자예 경, 그리고 중국의 멀티미디어 아티스트인 카오 페이가 맡았다. 더블유 화보에도 여러 차례 등장한 이 시대 최고의 배우 틸다 스윈튼은 샤넬과도 막연한 사이. 2년마다 수여되는 이 상은 영화부터 비주얼 아트까지 다양한 분야를 대표하는 전 세계 예술·문화계 리더 25명으로 구성된 자문위원회에서 만장일치로 후보를 선정한다. 상금은 작품 제작에 제한을 두지 않으며, 수상자가 상금을 어떻게 사용할지도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다. 무엇보다 수상자는 20개월에 걸쳐 창작 네트워크를 넓히고 협업하는 동시에 아이디어를 나누며 자신의 프로젝트에 영감을 줄 수 있는 여러 모임에 초청받게 된다. 이를 통해 형성된 창작 활동의 허브는 2년마다 발표되는 새로운 수상자들과 함께 견실하게 성장해갈 것이다.

샤넬은 예술 인큐베이터로서 기능할 문화상인 넥스트 프라이즈를 통해 다양한 분야에 걸친 협력과 여러 예술 형태를 아우르는 창작 활동을 더욱 발전시켜 나갈 예정이다. 그와 더불어 올해 초 샤넬은 샤넬의 광범위한 예술 및 문화 활동 지원의 일환으로 팟캐스트 시리즈인 샤넬 커넥트(CHANEL Connects)와 샤넬 문화 기금(CHANEL Culture Fund)을 출범시켰다. 샤넬 문화 기금은 미국, 영국, 프랑스, 러시아, 중국의 주요 문화 단체와 맺은 장기간 파트너십으로 독창적이고 문화적인 혁신을 불러올 새로운 프로그램을 만들어 나아간다. 또 샤넬은 미래의 예술 제작 환경에 초점을 맞춘 사업으로 인류의 창작의 자유와 잠재력 개발을 위한 지원을 강화한다. 수상자는 이러한 샤넬 파트너 커뮤니티에 동참해 예술 생태계에 새로운 아이디어를 주입하고, 문화 및 사회 전반에 걸쳐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 것이다.

샤넬이 예술·문화계의 혁신을 촉진하기 위해 신설한 ‘샤넬 넥스프 프라이즈’ 수상자들의 면면은 매우 다채롭다. 다양한 예술 형태를 아우르는 글로벌한 상답게 2021 샤넬 넥스트 프라이즈 수상자는 11개국 출신으로 다양하다. 분야도 디자인, 영화, 공연 예술 및 비주얼 아트 등을 망라한다. 그중 한국인 수상자인 정재일은 서울 출신으로 서울과 베를린을 거점으로 활동하는 작곡가이자 연주자, 음악감독 겸 프로듀서이다. 국악과 서양 악기 소리를 조합해 새로운 장르를 개척한 그는 음악에는 경계도 차별도 없다는 신념을 바탕으로 그만의 독특한 톤, 컬러, 스타일을 현대 영화 사운드트랙, 뮤지컬, 재즈, 팝 등 다양한 장르에 접목하고 있다. 가장 잘 알려진 작품으로 영화감독 봉준호의 <옥자(2017)>와 <기생충(2019)>의 사운드트랙이 있으며, 최근에는 넷플릭스의 히트작 <오징어 게임(2021)>의 음악감독을 맡기도 했다.

런던과 베를린을 거점으로 활동하는 케이켄은 세 명의 아티스트로 구성된 팀으로 온라인 세계와 증강현실을 구현해 관객이 경험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오프라인과 온라인 세계를 결합하는 작업을 선보이고 있다. 남수단 아스와 출신으로 워싱턴에 거주하는 루알 마옌은 독학으로 성공한 게임 디자이너. 자신의 남수단 난민 경험을 바탕으로 교육적이고 사회적 영향력이 있는 몰입감 넘치는 게임 및 디지털 도구를 디자인 한다. 리스본에 거주하는 카보베르데 출신의 마를렌 몬테이로 프레이타스는 아프리카 카니발 전통에서 영향을 받은 강렬한 춤과 독보적인 안무 미학으로 유명한 댄서 겸 안무가. 룬가노 니오니는 잠비아 루사카 출신으로 런던에 거주하며, 어디서도 본 적 없는 공간과 등장인물을 내세운 매우 독창적인 영화를 제작한다. 무엇보다 인류애, 뉘앙스, 위트를 통해 영화에 생명을 불어넣는 영화감독이다.

프레셔스 오코요몬은 런던 출신으로 뉴욕에 거주하며 자연계의 인종화, 기독교, 은밀함, 삶에 대한 생각과 경험, 죽음과 시간을 탐구하는 다원 예술을 선보이는 예술가이자 시인. 마리 슐리프는 베를린에 거주하는 괴팅겐 출신으로 여성 서사에 관심이 많고 독일 무대에서 공연되지 않은 여성 작가들의 글을 무대에 올리고자 애쓰는 연극 연출가. 그녀는 배제되거나 생략되고 왜곡되는 여성의 시선을 탐구하고, 남성 지배적인 연극계 관습에 도전하는 인물이다. 런던 출신의 보티스 세바는 힙합 무용극에 현대적 감수성을 입히는 실험적인 단체를 창설한 댄서이자 안무가 겸 연출가로 형태, 구조, 연출법을 실험하며 새로운 안무를 창조하고 있다. 왕 빙은 중국 영화감독으로 현대 중국 사회의 주변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자화상을 작품을 통해 세밀하게 잡아낸다. 마지막으로 에두아르도 윌리엄스는 부에노스아이레스 출신 영화감독으로 파리와 부에노스아이레스를 기반으로 활동하며 다큐멘터리와 픽션을 자유롭게 오가는 영화와 카메라 기술로 세상을 감각적으로 탐험하는 예술 작품을 만들고 있다.

이 10명의 수상자는 앞으로 샤넬에서 지원하는 멘토십 및 네트워킹 프로그램에 참여해 자신의 작품 세계를 더욱 확장할 다양한 기회를 얻는다. 독창적이고 모험적인 신진 예술가에게 야심 찬 새로운 프로젝트에 도전할 기회를 제공하는 샤넬 넥스트 프라이즈. 이를 통해 샤넬 하우스는 예술가들이 선구적인 아이디어를 실험하고, 새로운 형태의 예술을 시도하며, 동시에 분야를 초월해 진정한 협업을 펼치는 여건을 조성하는 일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며 세상에 긍정적인 영향력을 보태고자 한다. 그 유의미한 노력들이 축적되어 채워나갈 인류의 매혹적인 미래가 더없이 기대되는 순간이다.

 

다채로운 면면의 샤넬 넥스트 프라이즈 수상자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