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의 법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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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락하는 자와 살아남는 자가 존재하는 서바이벌 프로그램. 부진과 각성,성장의 드라마부터 노골적으로 서로 싸워 이겨야 하는 장까지, 그 흥미롭고 잔혹한 세계를 진단한다. 

‘음악’ 더하기 ‘서바이벌’ 

한국 힙합 어워즈 2021 ‘올해의 신인 아티스트’ 부문을 수상한 호미들은 2019년 작 유튜브 서바이벌 <수퍼비의 랩 학원> 출신이다. <수퍼비의 랩 학원>엔 <쇼미더머니> 같은 호화 무대나 대형 래퍼의 피처링은 없었다. 대신 출연자의 랩과 캐릭터가 잘 보였다. 예컨대 호미들은 작은 방에서 속옷만 입고 담배를 피우며 랩을 하는 영상을 찍었다. 그들의 주무기인 ‘게토 서사’가 생생해진 순간이다.

2021년 Mnet <쇼미더머니 10>은 고전했다. 시청률 하락은 전체 평균 2% 선이 붕괴된 시즌 7을 계기로 본격화되었기에 새삼스럽지 않았지만, 강력한 경쟁자가 등장했다. 바로 자사 서바이벌 프로그램 <스트릿 우먼 파이터>다. 하필 방송 시기도 일부 겹친 ‘스우파’의 인기는 ‘쇼미’의 아성을 위협하기에 충분했다. 둘은 무대가 중심이라는 공통점이 있고, 같은 세대와 비슷한 취향의 시청자를 염두에 둔 프로그램이다.

해로 한정해도 돌풍을 일으킨 JTBC <싱어게인>, 한동철 피디의 야심작인 MBC <방과후 설렘>, <극한데뷔 야생돌>, Mnet <걸스플래닛999: 소녀대전>, TV조선 <내일은 국민가수>, SBS <LOUD> 등이 제작됐다. 하지만 <싱어게인>과 <내일은 국민가수> 외엔 별다른 반응을 끌어내지 못했다. 두 프로그램을 빼면 모두 아이돌 서바이벌이다. <프로듀스 101> 시리즈의 투표 논란 사태 이후, 아이돌 서바이벌은 돌파구를 찾지 못하는 상태다. <싱어게인>과 <내일은 국민가수>는 지향점이 다소 다르다. <싱어게인>은 세간의 표현처럼 ‘순한 맛 서바이벌’, ‘힐링 오디션’이라는 영역을 차지했다. JTBC <히든싱어>와 <투유 프로젝트 – 슈가맨>의 연장선에서 음악 ‘서바이벌’보다 ‘음악’ 서바이벌로 승부를 걸었고, 그 방식이 통했다. <내일은 국민가수>는 <싱어게인>과 비슷한 정서로 더 높은 연령층을 공략했다. 시청률은 훌륭한 대신 화제성 획득에는 어려움을 겪은 절반의 성과였다.

반면 <스트릿 우먼 파이터>는 역동적이었다. 그 기세로 2021년의 중심에 섰다. <수퍼비의 랩 학원>만큼 날것은 아니지만, 완전히 새로운 얼굴들이 자신을 맘껏 드러냈다. 실력 있는 댄서들이 무릎이 부서져라 춤을 췄다. 자부심을 바탕으로 한 근거 있는 긴장이 오갔다. 더불어(허니제이와 리헤이 간 관계에서 비롯된) 현실 세계의 갈등과 화해가 방송에서 결말을 맺으며 몰입도를 더했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을 아우르는 프로 의식과 ‘스트리트’에서 쌓인 동료애가 있었다. 그러니 이것은 연출 이상의 실제 상황이었다.

일부 예외를 제외하고, 서바이벌 프로그램은 통속적으로 말하자면 원석이 보석이 되는 과정을 관찰하는 여정이다. <쇼미더머니>가 정상궤도에 오른 건 아이돌 바비가 편견을 깨부수던 시즌 3부터였다. <스트릿 우먼 파이터> 우승 팀 홀리뱅의 초반 순위는 총 8팀 중 7위, 7위, 5위였다. 부진과 각성, 성장의 드라마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성패를 가르는 주요 장치다. 즉, 이 포맷은 태생부터 리얼리티 쇼의 특성을 닮았다. 이것은 단순한 ‘매운맛’으로는 구현하기 어려운 현장감, 그리고 그를 바탕에 둔 시청자와의 유대감을 포함한다. <스트릿 우먼 파이터>는그런 장점이 명확히 드러난 프로그램이다. 그렇게 소강 상태에 접어든 서바이벌 포맷에 다시 불씨를 댕겼다.

물론 음악 관련 이외의 서바이벌은 이미 유튜브로 무대를 옮겨 자리를 잡았다. 무엇이든 찍을 수 있으니, 그곳은 리얼리티를 구현할 수 있는 최선의 플랫폼이다. 쌍방향 소통도 원활하다. 래퍼 원썬이 유튜브에서 진행한 ‘쇼미 리뷰’ 중 심사 기준을 지적한 영상은 150만 조회수를 돌파했다. 원썬은 진심 어린 분노를 표한다. 그러다가도 좋은 무대에는 아이처럼 기뻐한다. 그의 가감 없고 애정 어린 관전평은 지금 시청자들이 음악 서바이벌에 바라는 생동감과도 맞닿아 있다. 그는 이 여세를 몰아 자신의 유튜브 랩 서바이벌 <방구석 래퍼>를 개최한다. 수퍼비 또한 <드랍 더 비트>란 이름의 유튜브 서바이벌을 기획했다. 작은 규모의 <수퍼비의 랩 학원>이 호미들이라는 선례를 만들어냈기에 자연스러운 도전이다. 얼마 전 AOMG 대표직에서 물러난 박재범이 지원 영상을 올려 이슈가 되기도 했다.

최근 <쇼미더머니>의 힘은 프로그램 이름처럼 화려함에 기인한다. 매끈한 음원과 무대로 힙합 신과 동화됐고, 그 에너지로 열 시즌을 돌파했다. 편안한 <싱어게인> 시리즈도 저대로 자신의 길을 갈 것이다. 갑자기 나타난 <스트릿 우먼 파이터>는 서브컬처란 옷을 입은 서바이벌의 기본에 대한 지침서였다. 이제 돌고 돌아 완전체로서 ‘음악’ 더하기 ‘서바이벌’, 음악 서바이벌이 남았다. 유튜브를 지켜볼 차례다.  글 | 유지성(프리랜스 에디터) 

여성 서바이버 잔혹사

누적 조회수 1억 뷰를 기록한 유튜브 예능 <머니게임>은 화장실도 없고, 난방도 되지 않는 공간에서 14일을 버텨내면 상금을 가질 수 있는 서바이벌 게임이다. 물, 식량, 이불, 심지어 변기까지 생존에 필요한 물건들은 시중 가격의 100배를 내야 구매할 수 있는데, 이때 소비는 총상금으로 주어진 4억8,000만원에서 차감되기 때문에 쓰는 만큼 최종 상금 역시 줄어든다. 참가자들은 다른 이들의 구매 내역을 모르기 때문에 서로를 감시하고 의심하며 고도의 심리전을 펼친다.

우리에게 익숙한 오디션 형태의 서바이벌에는 ‘가수 데뷔’라는 명확한 목적이 존재했다. 그래서 최후의 1인은 ‘생존자’가 아니라 ‘우승자’로 불렸고, 탈락한 이들도 경연 과정에서 자신의 실력을 발휘한다면 얼마든지 가수가 될 수 있었다. 그런데 <머니게임>은 ‘생존’ 자체가 목적이다. 참가자의 재능이나 실력이 아닌 그들의 인성과 태도가 방송 콘텐츠가 되는 셈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제작진이 공급한 조건적인 평등은 별다른 기능을 하지 못하며 가상과 현실 사이에서 출연자를 향한 비난이 확산된다. ‘날것’에 가까운 원본 영상은 궁지에 몰린 참가자들의 인격을 무참히 드러내고, 시청자들은 그들의 행동 하나하나를 분석하는데 이때 방송 콘텐츠는 그 분석을 제한하지 않기에 그 기준에 사회의 편견을 허용한다.

“조용히 ‘꽃병풍’ 역할이나 하다 가지 괜히 나대다가 인성만 드러났다.” 화제성만큼 수많은 리뷰 콘텐츠를 파생시킨 <머니게임>에 관한 이 코멘트에 20만 명이 공감을 눌렀다. 게임이 진행되는 공간은 가상이지만, 완성된 콘텐츠가 소화되는 공간은 현실이라는 것을 실감케 하는 숫자였다. 또 다른 여성 참가자는 방송 이후 SNS에 ‘내가 죽어야 끝나는 일이냐’는 글을 게시했지만, 게임에서 보여준 태도나 언행을 이유로 그 절박한 호소 또한 난타를 당하고 말았다. 그렇게 참가자들을 향한 집단 공격이 계속되는 동안 ‘룰의 공정함’을 말하던 제작자는 지상파 방송국과 함께 동일한 포맷의 서바이벌 <피의 게임>을 론칭한다.

“결정은 남자들끼리 다 해놓고 나는 그냥 따라오라고? 내가 왜?” MBC <피의 게임> 참가자 박지민은 남성 출연자 연합의 독재에 반기를 들고, 그들을 배신한 후 자신의 전략대로 움직이기 시작한다. 그러자 남성 출연자들은 그런 박지민의 행보에 분노하고 언성을 높인 뒤 ‘너를 떨어트리겠다’며 복수를 예고한다. ‘의리’라는 명목으로 팀을 꾸리고, 자신들을 제외한 누군가를 떨어트리는 행위는 ‘전략’이라 말하고, 그 룰에 따르지 않기 위해 스스로 생존 방식을 찾는 여성을 ‘배신자’로 규정하는 모습은 어딘가 낯설지 않다. 그들은 ‘남자들’을 규정한 박지민을 지탄하면서, ‘남자들’끼리 연합을 짠 명분에 대해서는 함구하며, 자신들이 만든 규칙대로 플레이하지 않은 것을 단죄하듯 몰아세워 시청자들로 하여금 박지민을 진짜 ‘배신자’로 느껴지게 만드는 데까지 성공한다.

참가자의 정치적 전략과 처세가 중요했던 <더 지니어스>와 <소사이어티 게임>에서도 이와 같은 일은 늘 발생했다. 남성 연합이 전략을 짜면, 여성 출연자는 조력자 역할을 해야 했고 여성이 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면 ‘게임에서 활약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탈락을, 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해도 결국 파이널 라운드에 가기 전에 리더가 진출해야 한단 명목으로 탈락을 시켰다. 남성 출연자 간의 끈끈한 연대에 여성 출연자들의 소극적인 플레이가 희생당하는 그림은 이후에도 ‘정치적으로 당연한 결단’이란 명분 아래 계속해서 반복되었고, 여성 출연자는 늘 파워게임에서 밀려나는 존재로 각인되었다.

<피의 게임> 속 박지민은 연합의 반발에도 흔들리지 않는다. 오히려 ‘남자들끼리 모여 작당하지 않았냐. 나도 나대로 게임을 한다’고 받아치며 매 게임 자신의 플레이에 집중했다. 그러자 여론은 ‘박지민이 하는 것은 게임이 아니다. 트롤링이다’, ‘다른 여자들은 협조하면서 플레이를 하는데 박지민은 너무 이기적으로 행동한다’ 등 빈약한 근거와 이중잣대로 박지민의 플레이를 평가했다. 조력 포지션을 거부하고 주체적으로 행동하는 여성 출연자를 향한 폄하는 그의 플레이에 약점이 발견될 때마다 응징으로 진화했다.

<머니게임>과 <피의 게임>이 만든 정제되지 않은 자극은 예능 콘텐츠의 새로운 패러다임이란 평가를 받고 있지만, 시청자들 대부분은 그 인기가 콘텐츠의 정서적 안정성이나 완성도에 있다고 생각하진 않을 것이다. 엄연히 존재하는 사회적 갈등과 차별을 디스토피아 세계관에 감추고, 그 안에서 참가자들의 불안을 유도해 결국 현실의 편견과 차별을 불러오는 제작자의 방관은 ‘인성’ 서바이벌 콘텐츠의 치명적인 결함을 드러낸다.

이야기 속에서 여성을 발견하고 그가 속한 구조를 뜯어보는 것은 더 이상 새로운 스펙트럼이 아니다. 최근 방영된 많은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 여성들이 점점 중심을 차지하는 모습은 여성만큼 ‘생존’이란 키워드와 맞닿은 존재가 없다는 사실의 방증일지도 모른다. 안전하지 않고, 보호받을 수도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많은 여자들이 거침없이 생존의 열망을 드러내기 위해 시청자들은 계속해서 판의 허점을 지적하고, 관점의 독식을 막는 여론의 연대를 만들어야 한다. 글 | 복길(칼럼니스트)

서바이벌 예능, 어디까지

작년 10월, 카카오TV와 UFC 선수 정찬성의 유튜브 채널에서 공개된 <파이트클럽>은 ‘약육강식 격투 서바이벌’을 내세웠다. 복싱, 주짓수, 무에타이, 레슬링 등이 특기인 참가자 14명은 옥타곤 링이 마련된 숙소에서 6박 7일간 먹고 자고 싸웠다. 싸움에서 이기면 상대방의 파이트 머니를 빼앗거나 승급할 수 있다. 일주일 혹은 총 싸움 50회를 넘기기 전 최종 우승자 4명이 나오면 이 클럽은 종료된다. 의료진이 상시 대기했다. 총상금은 1억1천만 원. ‘호랑이와 사자가 싸우면 누가 이기나.’ 이 오랜 화두를 둘러싼 논쟁의 패턴처럼, 경기를 보는 사람들은 각 스포츠의 치명도와 약점 등에 대해 자기 논리를 펼쳤다. 관중의 말과 논리야 어떻든 <파이트클럽>의 제1명제는 하나였다. ‘싸워서, 이겨야 한다.’

예능을 포함한 엔터테인먼트 콘텐츠에는 때마다 그 분야의 흐름을 바꾸는 히트작이 나온다. 히트작은 그것을 레퍼런스 삼거나 그것에서 아이디어를 수혈한 유사 기획을 낳는다. 밀리터리 서바이벌, 혹은 육체를 내세워 극한의 상황에 맞서는 유의 기획이 등장하는 흐름은 누적 조회수가 1,500만 회라는 유튜브 콘텐츠 <가짜 사나이>에서 비롯된 면이 클 것이다. 격투기 팬덤을 아우르는 <파이트클럽>을 <가짜 사나이>의 자장 안에서만 볼 수는없겠지만, 이런 성격의 콘텐츠가 어느 날 뚝딱 기획되긴 쉽지 않다. ‘보통 남자들’이 모여 특수부대 훈련을 체험한다는 <가짜 사나이>의 ‘기획안’은 방송사 고위 간부의 컨펌도 필요 없다. 인터넷 방송과 그 생리를 잘 알고, ‘그저 재미 있는 걸 만든다’는 자들의 추진력이 필요할 뿐이다. <가짜 사나이>와 <머니게임>과 <파이트클럽>은 한 제작사에서 만들었다.

한때 공개를 중단했을 정도로 잡음이 끊이지 않던 2020년의 <가짜 사나이>는 ‘그들만의 리그’로 남을 수도 있었다. 그런데 채널A <강철부대>가 성공했다. ‘진짜’ 몸 좀 쓰는 출연진이 육체적 한계에 도전하는 과정에서 협력에 방점이 찍히는 드라마도 생겼다. 곧 두 번째 시즌이 시작한다. 그사이 SBS는 <더 솔져스>를 방영 중이다. UDT, SSU, 707, 특전사, 정보사 등 아는 사람만 아는 암호 같은 부대 출신의 플레이어 20명이 대테러 모의훈련, 기습 탈출, 수중 탱크에서 매듭 묶기, 12m 외줄타기 등을 한다. <강철부대>에는 없었던 미국, 영국, 스웨덴의 특수부대 출신을 멘토로 모셨다. 여기서 국가 대표급 특수부대원을 가린다는 내용이다. <강철부대>와 <더 솔져스>는 누군가에겐 판타지의 영역인 ‘프로페셔널’의 세계이기도 하다. 참가자는 자기 자신과 싸워야 한다.

탈락(하차)하는 이와 살아남는 이가 존재하는 서바이벌 프로그램. 출연진이 분투하는 동안, 시청자는 누군가를 지지하거나 누군가가 탈락하길 바란다. 혹은 지지하거나 탈락할 만하다고 심판한다. 시청자에게 묘한 지위가 생기기도 하는 셈이다. 10년 전, 시청자의 그런 집단 경험을 일으켜 화제가 된 예능이 <슈퍼스타 K>다. ‘일반인’이 영웅 신화를 쓰던 ‘대국민 오디션’은 팬덤의 몰입과 디깅을 추진력 삼아 돌아가는 아이돌 산업으로 이어졌다. 국민 프로듀서에게 아이돌을 감별할 권리를 부여한 <프로듀스 101>이 결국 ‘대국민 사기극’을 들키고 만 일련의 시간 동안, 오디션과 서바이벌이 결합한 프로그램은 무수한 계보를 낳았다. 한 예능 포맷이 꾸준한 인기 덕분에 소멸하지 않고 반복과 변주를 거듭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변이’한다. 더 자극적이거나 혹독해지고, 자본과 역량이 된다면 큰 스케일로 승부를 보려 한다. 이때 제작진이 무엇이든 과감하게 시도하면서 흥행 요소를 파악하고 대응하기 좋은 플랫폼은 지상파 TV보다 케이블 채널이고, 케이블 채널보다 유튜브다.

가장 최근, 예능 콘텐츠의 새로운 분기점이 되었을 예시는 Mnet <스트릿 우먼 파이터>와 유튜버 진용진이 기획한 <머니게임>이다. 2021년 봄, 동명의 네이버 웹툰을 실사화한 버전으로 유튜브에 뜬 <머니게임>은 기획 의도부터 놀라웠다. ‘4억8,000만원 앞에서 나타나는 숨겨진 인간성을 알아보고자 한다.’ <오징어 게임>이라는 ‘극’ 이 나타나기 전, 인터넷 방송 특유의 비장한 선언문처럼 등장한 <머니게임>은 비슷한 맥락의 콘텐츠였던 tvN <더 지니어스> 시리즈와 달리 농담기가 없더니, 이내 잔혹한 얼굴이 드러났다. DIA TV에선 온라인 게임에 기반을 둔 <공범>을 선보였다. ‘상금 1억원이 걸려 있는 마피아 게임. 당신은 누구를 먼저 추방하시겠습니까?’ 상금이 있는 승자 독식 게임에서는 구조상 음모와 배신이 디폴트다. 제작진의 입장에서는 그래야 리얼한 그림이 나온다.

되짚어보면, 놀랍게도 그동안 예능은 꽤 많은 소재를 ‘서바이벌’로 끌어왔다. 팔도의 한식 명인은 물론 창업 인재, 사진가, 모델, 작곡가, 기자와 광고 제작자와 아나운서 지망생 등등이 승자로 남기 위해 미디어를 통해 겨뤘다. 다만 그때는 ‘서바이벌’보다 누군가의 ‘도전기’에 초점이 맞춰지곤 했다. 이제 경쟁이나 서바이벌 포맷은 익숙하다. 그리고 지금은 필터링이 약한 미디어의 시대다. 유튜브와 SNS가 성장하던 때부터 감지된 그 ‘노 필터’의 유해성은 ‘서바이벌’이라는 형식과 만나면 극대화된다. ‘누가 누가 이길까(버틸까)’ 하는 원초적 재미가 바탕이든, 싸움 구경 좋아하는 사람 심리를 이용하는 것이든, 자극의 강도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자극적인 것에 질린 이들을 향해 다시 ‘순한 예능’이 고개를 드는 주기가 찾아올까? 카카오TV가 <생존 남녀: 갈라진 세상> 참가자를 공개 모집 한 걸 봐도, 당장은 서바이벌 콘텐츠가 얼마나 순항 중인지 알 수 있다. 모집 공고 내용을 보면 벌써부터 악질적인 냄새가 나지만 말이다. ‘남자끼리 10일 생존 시 1억. 19세 이상 건강한 남성. 범죄 이력 없는 남성. 남중, 남고 출신 우대.’ ‘여자끼리 10일 생존 시 1억. 19세 이상 건강한 여성. 범죄 이력 없는 여성. 여중, 여고 출신 우대.’ 글 | 권은경(<더블유> 피처 에디터)

피처 에디터
권은경
사진
GETTYIMAGES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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