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w Young | 더블유 코리아 (W Korea)

Now Young

2022-01-06T00:33:33+00:002022.01.06|BEAUTY, 트렌드|

증강현실에서 내 피부에 어울리는 헤어 컬러를 체험해보고, 뇌파를 분석해 지금 내게 필요한 향과 색의 입욕제를 만들어주는 세상. ‘요즘 뷰티’를 이해하는5가 지 키워드. 

검정 니트 톱, 크리스털 장식 이어링, 코 피어싱은 모두 Gucci 제품.

빨강 드레스는 Dries Van Noten, 진주 목걸이와 귀고리는 Dior 제품.

나만을 위한 테크 뷰티 

주변의 시선보다 나의 행복과 만족이 중요하며, 그래서 자신의 취향을 중요시 여기는 20~30대의 개인화에 대한 욕구는 뷰티에서도 유효하다. 테크놀로지를 기반으로 한 뷰티의 개인화에 대한 이들의 관심은 누구보다도 높고, 직접 체험하는 데 적극적이다. 덕분에 AI 기술을 기반으로 한 딥러닝 연구는 개인별 맞춤형 제품 제조로 나아갔다. 몇 년 전만 해도 그 가능성을 언급하던 기술과 플랫폼은 이제 상용화를 넘어 더욱 다양한 버전으로 진화하고 있다. 증강현실 및 인공지능에 관해 수많은 특허를 보유한 ‘모디페이스’를 인수한 로레알 그룹은 이 새로운 테크놀로지를 그룹 내의 여러 브랜드에 접목하고 있다. 로레알 파리를 통해 변화무쌍한 모발 색의 변화를 가상으로 체험할 수 있는 ‘헤어 컬러 VTO(Virtual Try-On)’ 서비스를, 메이블린 뉴욕은 VR 기능을 활용해 모든 제품을 가상의 공간을 통해 시연해볼 수 있는 ‘메이블린 뉴욕 VTO’ 시스템을 진행하고 있다. 제품을 테스트하기 위해 리무버 코튼을 준비하지 않아도 되는 가상 시연 기술은 아모레퍼시픽에서도 제공한다. 나에게 최적화된 립 컬러를 찾아서 제조해주는 ‘립 팩토리 바이 컬러 테일러’, 100가지 베이스 메이크업 색상 중 나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색을 찾아파운데이션과 쿠션 파운데이션을 제조해주는 ‘베이스 피커’가 그 예. 그리고 8개의 센서가 달린 헤드셋을 착용하면 실시간으로 뇌파를 측정하고 분석해 나를 위한 향과 색을 바탕으로 입욕제를 만들어주는 ‘마인드링크드 배스봇’은 CES 2022에서 혁신상을 받기도 했다.

뷰티의 개인화는 어디까지 진전될까. MIT의 실험실에서 출발한 뷰티 브랜드 Atolla는 AI 딥러닝을 기반으로 커스터마이징 페이셜 세럼을 만들어주며(만일 제품이 맘에 들지 않는다면 그 어떤 페널티도 없이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준다!), 로레알에서 작년에 출시한 Perso 앱은 사용자의 피부 상태에 대한 데이터를 개인의 유분, 수분, pH에서만 찾는 것이 아니라 위치 데이터를 통해 환경까지 고려해서 스킨케어, 립스틱, 파운데이션을 제조해준다(국내 도입 시기는 미정). 그런가 하면 시세이도에서는 피부 상태에 밀접한 영향을 끼치는 피부 혈행에 주목해 얼굴 피부의 혈행을 3D로 시각화하는 OCT 테크놀로지를 상용화한 ‘스킨 비주얼라이저’를 2022년 국내에 도입할 예정이다. 어디 이뿐이랴? 테크 뷰티는 VR과 AI를 넘어 DNA의 범주까지 확장되고 있는데 OmeSkin과 Allél는 게놈 피부 특성을 기반으로 개인 맞춤형 제품을 선별할 수 있는 DNA 테스트 키트를 제공한다. 오롯이 나만을 위한 커스터마이징 뷰티는 그저 가능한 기술을 논하는 것을 넘어 마치 미세 공정처럼 점점 더 세분화되고 있는 중이다.

 

젠더 뉴트럴 

젊은 세대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바로 전통적인 성 규범에 얽매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들은 남성과 여성을 구분하는 이분법적 기준을 중요치 않게 생각하고 포괄적인 아름다움을 지향한다. 이는 기존의 ‘유니섹스’와는 다른 개념으로, 남녀 모두에게 어울리는 것이 아닌 성별, 성 지향성을 떠나 오롯이 개인의 취향에 집중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타고난 성에 고정되지 않은 본연의 나 자체를 표현하는 것이다. 그래서 최근에는 스킨케어 제품을 얘기하는 데 있어 특정 성별을 대상으로 하기보다 개인의 피부 상태에 초점을 맞춰 마케팅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메이크업과 향수, 스킨케어까지 모든 제품 라인이 젠더 뉴트럴이란 콘셉트를 지향하는 톰 포드 뷰티, ‘한국 최초의 젠더 뉴트럴 메이크업 브랜드’라는 슬로건을 앞세운 라카에 이어 성별의 구분이 모호한 모델을 등장시키는 구찌 뷰티, 젠더 뉴트럴 모델 조반니 발렌티니를 캠페인에 등장시킨 발렌티노 뷰티에서 그런 흐름을 확인할 수 있다. 뷰티를 선택하는 데 있어 성별은 더 이상 고려 대상이 아니다.

 

라이브 커머스와 오프라인 스토어의 공존 

물론 COVID-19로 인해 온라인 시장이 기하급수적으로 커졌지만, 그저 언택트 혹은 집에서도 시각적으로 충분히 볼 수 있기 때문이라는 이유로 온라인 시장이 활성화된 건 아니다. 일방적인 소통의 쇼핑 방송이 가진 한계를 뛰어넘은 라이브 커머스의 비약적인 발달도 한몫했다. 일명 ‘라방’이라 불리는 라이브 커머스는 판매자가 그저 물건의 장점만 줄줄 읊어서 판매하는 것이 아닌, 생방송을 통해 판매자가 실시간으로 제품을 체험해보고 시청자가 호응하는 ‘쌍방 소통’이라는 상호작용을 통해 시너지를 일으킨다. 직접 참여함으로써 시청자(소비자)는 물건에 대한 관심뿐만 아니라 판매자에 대한 호감까지 가지게 되기 때문에 일종의 충성도가 생기는 것이다. 라이브 커머스 플랫폼 <그립>은 내가 원하는 시간에 앱에 들어가 현재 방송하고 있는 채널 중 하나를 선택해 들어갈 수 있어 소비자가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넘나들 수 있는데, 덕분에 오히려 브랜드는 소비자의 시간을 온전히 확보할 수 있다는 강점을 누리게 되었다. 라이브 커머스의 또 다른 장점은 장소의 제약을 벗어났다는 것이다. 과실을 수확하는 과수원, 수산물을 채취하는 바다 위의 배, 농작물을 재배하는 밭 등 인터넷만 연결된다면 어디든 방송이 가능하며 20~30대 고객은 이런 꾸미지 않은 현장감에 더 열성적인 반응을 보인다.

그렇다고 오프라인 매장이 사양길로 접어들었느냐 하면 그건 아니다. 라이프스타일에 대해 호기심을 넘어 열정이 커진 만큼 공간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커졌다. 물론 그저 유행을 좇아 그럴듯하게 꾸며놓은 공간에 흥미를 보이는 건 아니다. 해녀가 사용했거나 사용하는 것들을 해체하고 재설계해 공간을 꾸민 이솝의 제주 매장이나 얼마 전 브랜드의 역사와 미감, 가치를 경험할 수 있도록 따뜻하게 환대하는 ‘집’이라는 콘셉트로 문을 연 설화수의 북촌 플래그십 스토어처럼 서로 같은 시선으로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가 있는 공간에 눈을 반짝이며 고개를 들이민다. “뷰티에 한정 짓지 않는, 동시대적인 미감의 가치를 친숙하게 공감할 수 있도록 정교하게 큐레이팅한 책과 음악, 공간, 먹거리 등의 요소로 다채로운 문화를 향유하고자 하는 20~30대 젊은 고객의 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기를 기대해요.” 설화수 CX팀장 이선영의 설명이다. 록시땅이 지난 9월 오픈했던 전시 팝업 역시 20~30대의 문화생활로 떠오른 전시 형태를 빌려서 전개했는데, “새로 출시된 제품의 기능과 효과를 보여주기보다 주원료인 ‘이모르뗄’ 꽃을 통해 지친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것이 목적이었지요. 덕분에 20~30대 여성만이 아니라 젊은 남성의 방문도 많았어요”라는 홍보팀 전수정의 설명에서 이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 수 있다.

 

지속가능성의 또 다른 미래 

지금의 20~30대만큼 공정성, 친환경, 지속가능성에 대해 엄격한 세대가 있었을까? 그 덕분에 지속가능성은 당신이 알고 있던 비건, 재활용, 리필, 공정무역이라는 일차원적인 범주를 벗어나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 차세대 에코 트렌드로 떠오른 ‘워터리스 뷰티’부터 살펴보자. 샴푸병의 샴푸는 90%가 물로 구성되어 제조 과정에서는 물론, 사용 후 이를 헹궈내는 데도 많은 물을 쓰며 큰 부피와 무게로 인해 제품 운송 시 많은 배기가스를 배출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주목하는 것이 워터리스 제품, 즉 샴푸 비누, 핸드 비누, 씹을 수 있는 치약과 같은 고체 형태의 제품이다. 이런 제품은 물 사용은 물론 운송 시 발생하는 배기가스를 줄이는 데도 큰 도움을 준다. 기술 스타트업 Gjosa는 로레알과 협력해 살롱의 샴푸 헹굼 과정에 필요한 물의 양을 줄이는 워터 세이버 장치를 개발했는데, 이 장치를 도입해 헹굼에 사용되는 물을 최대 80%까지 절약할 계획이다.

지속가능성을 언급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원료다. 그리고 이는 더 이상 천연, 유기농만을 말하지 않게 되었다. 제품이 어떤 과정을 통해 채취된 것으로 만들어졌는지, 그 과정이 해를 끼치지는 않는지도 살피고 요구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어뮤즈는 세라마이드 원료를 화학적 용매 없이 자연적으로 추출한 스킨케어 라인을 선보였고, 희녹은 편백나무가 잘 자라도록 하는 유일한 작업인 가지치기 과정에서 생기는 나뭇가지와 잎을 원료로 한 패브릭 스프레이, 룸 스프레이를 만든다. 희녹의 대표 박소희는 “해외에서는 이미 새로이 자라난 것을 채취하는 것이 아닌 자라는 과정에서 떨어지거나 못생겨서 상품 가치가 없는 것을 원료로 사용하기 시작했어요. 희녹 역시 자연을 훼손하지 않고도 지속가능한 원료를 취하기 위해 고민했고, 나무를 훼손하지 않고 양질의 제품을 지속적으로 생산해낼 수 있는 방법을 찾았지요”라며 남은 원료는 다시 숲의 퇴비로 재사용해 제품의 시작부터 끝까지 업사이클링 방식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말한다. 이런 자연적인 과정을 넘어 주목받고 있는 것이 생명공학 분야다. 보다 통제된 환경에서 일관성을 갖고 만들어지는 합성 성분이 더는 해로운 것이 아니며, 생합성 성분을 적용해 성분에 대한 지속가능한 대안을 제공해 탄소 발자국을 줄이는 데도 도움이 된다는 것에 전문가들은 긍정의 시선을 던지고 있다.

 

취향의 척도, 럭셔리 퍼퓸 

취향이 어떠냐에 따라 개인에 대한 인상과 그에 따른 판단이 달라지는 시대에서 패션만큼이나 눈길을 끌면서 자신의 취향을 드러내기 좋은 매개체가 바로 향수다. 20~30대의 명품 구매율 못지 않게 고가 향수에 대한 구매율 역시 높아졌는데, 에디션 드 퍼퓸 프레데릭 말을 전개하는 BMK 홍보팀 박나연 팀장은 “이제 패션 스타일만큼이나 향수 역시 보이지 않는 옷의 존재가 되어 자신의 감도 혹은 안목을 보여주는 한 부분이 된 것 같아요. ‘향’에 조금 더 투자해서 자신만의 스타일을 완성하고 싶은 심리가 엿보이지요”라고 최근 변화한 시류에 대해 견해를 밝힌다. 나만의 것, 나만의 취향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세대인 만큼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대중적인 향보다 희소성이 높은 향으로 자기 표현을 즐긴다는 것이다. 여기에 내 마음이 가는 것에 아낌없이 돈을 쓰는 특유의 소비 성향도 한몫을 한다. 그렇다고 이들이 시류에 휩쓸려 무턱대고 고가 제품을 사는 것은 아니다. 여전히 스마트한 소비를 지향하기에 브랜드들은 우선 이들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프리미엄 향수 ‘라르 & 라 마티에르’ 컬렉션을 론칭한 겔랑의 디지털/E-PR 매니저인 이지혜 과장은 “이번 ‘라르 & 라 마티에르 컬렉션’을 선보일 때 스타일에 따라 성별에 관계없이 어울리는 ‘젠더리스’를 추구하거나 COVID-19로 시향이 어려워진 상황을 감안해, 다양한 향을 미니어처 사이즈로 경험할 수 있는 디스커버리 컬렉션을 함께 내놓았다”라고 말한다. 에스티 로더 미디어 & PR 매니저 최선영 과장은 “럭셔리 향수에 관심도가 확연히 높아졌을 뿐 아니라 고가 향수를 다양하게 즐기고 싶어 하는 요즘 20~30대의 특성을 고려해 이번에 출시한 럭셔리 프레이그런스 컬렉션에서는 미니 사이즈로 구성된 제품을 준비했어요” 라고 얘기한다. 버버리 뷰티는 하이엔드 향수인 ‘버버리 시그니처’를 출시하면서 누구보다 빠르게 원하는 제품을 사고자 하는 젊은 세대의 구매 심리를 파악해 특정 매장에서 최초로 제품을 론칭하는 전략을 구사하기도 했다. 이제 20~30대는 향수 고관여자가 되었으며, 럭셔리 향수 시장은 이들의 취향과 구매력에 비례해 우상향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