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렉션을 완성하는 무형의 요소. 시공간을 초월해 패션의 마법 같은 순간을 연출하는 2022 S/S 컬렉션의 라이브 공연과 찾아 듣고 싶은 사운드트랙을 골라봤다.
Dior 알록달록한 컬러 블록으로 구성된 미로 공간은 미지의 세계로 인도하는 듯하다. 이탈리아 아티스트 안나 파파라티는 자신의 예술 세계를 반영한 듯 전통적인 보드 게임판을 재해석한 런웨이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마리아 그라치아 치우리는 이탈리아의 프로젝트 그룹, 일 콰드로 디 트로이시 그룹에게 사운드 디자인을 맡겼다. 순수 일렉트로닉과 뉴웨이브, 사이키델릭이 혼재한 듯한 멜팅팝 장르의 선율은 유희적이면서도 꿈, 상상 속 삶과 현실을 넘나든다.
Valentino 스트리트 쿠튀르. 거리로 나간 발렌티노는 ‘발렌티노 랑데부’라는 이름 아래 보도와 골목을 가로질러 캣워크에 당도하는 여정으로 우리를 이끈다. 발렌티노 아카이브의 풍요와 동시대성은 음악에 뿌리내린 하우스의 코드를 그대로 반영하기도 하는데, 이번 시즌엔 영국 인디 밴드 The XX의 보컬리스트 로미 메들리 크로프트가 전체 사운드트랙을 믹스했다. 하우스 음악의 상징인 애시드 하우스와 테크노 장르를 결합한 음악은 배경음악으로만 들으면 베를린의 힙한 클럽에 와 있는 듯하다.
Isabel Marant 이자벨 마랑 소녀들의 태도와 에너지에는 묘한 전염성이 있다. 건강하게 그을린 피부, 탄탄하게 자리 잡은 근육과 어우러진 비치웨어나 운동복 스타일은 우리의 낙관주의와 젊음을 반영하는 듯하다. 어깨를 들썩이게 하는 둠칫 두둠칫 비트가 이어지는 쇼의 사운드트랙은 이탈리아 아티스트 가베르 엘레간차가 맡았다. 벌써 세 시즌째 호흡을 맞춰온 그의 하드 코어에 기반을 둔 예술 세계는 마랑 걸의 자유분방한 코드와 어딘가 맞닿아 있는 느낌을 준다. 특히 리듬 속에 흘러나오는 가사는 우리에게 강렬한 메시지를 던진다. “Enjoy What You Do.”(당신이 하는 일을 즐겨라)
Etro 신명 나게 두드리고 때리는 드럼 라이브 퍼포먼스로 문을 연 에트로. 프랑스 퍼커션 밴드, 레탕부르 드 브롱스의 힘찬 오프닝과 피날레는 그 현장감 넘치는 에너지만으로도 웅장함을 더한다. 무성한 꽃과 페이즐리 모티프, 사이키델릭한 패턴으로 70년대의 영적인 분위기와 신비주의를 담은 이번 시즌은 특유의 활기찬 낙관주의가 배어 있다. 화려하게 피어나는 컬러 팔레트는 18여 명으로 구성된 밴드의 리드미컬한 움직임과 템포를 함께한다.
Michael Kors 낭만적으로 뉴욕을 찬미해온 마이클 코어스의 이번 시즌 주제는 어번 로맨스. 센트럴파크 중심부에 자리한 레스토랑 태번 온 더 그린에 새하얀 런웨이를 마련했다. “우리 모두가 ‘사랑’이라는 그 단순하고도 위대한 것에 집중할 때가 된 것 같습니다. 저의 경우에는 언제나 뉴욕이죠, 뉴욕의 봄을 구성하는 모든 요소에 대한 오마주입니다.” 뮤지컬 배우 아리아나 데보스의 라이브 공연으로 진행한 쇼는 그녀의 달콤한 목소리로 부른 냇킹콜의 ‘l-o-v-e’ 가 공간을 가득 채운 가운데 치러졌다.
Givenchy 매튜 윌리엄스가 지방시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된 이후 첫 번째 라이브 패션쇼를 진행했다. “미래를 바라보는 동시에 하우스 역사의 전통을 새롭게 바라보고자 했다. 다양한 분야 특별한 사람들의 뷰를 원했다.” 그의 쇼노트에서 알 수 있듯, 아티스트 조쉬 스미스와 협업한 아이코닉한 피스들이 컬렉션 전반에 걸쳐 등장했다. 그리고 래퍼 영 더그가 총괄한 사운드트랙은 공간을 장악하는 무형의 요소로 작용한다. 컬렉션을 위해 작곡한 음악은 다음 앨범의 미공개 트랙이라고 전했다.
Louis Vuitton 앤티크한 샹들리에로 장식한 루브르 박물관. 패션과 시간이 교차하는 방식에 매료된 니콜라 제스키에르는 19세기의 화려한 드레스와 헤드피스, 아르누보 스타일의 선글라스 등에서 드러난 패션 제왕 폴 푸아레의 색조에 경의를 표했다. 제스키에르의 이번 시간 여행에는 프랑스 뮤직비디오 감독이자 가수인 우드키드의 앨범 <IRON 2021>의 사운드트랙이 짙게 깔린다. 에픽 뮤직처럼 웅장한 멜로디는 과거, 현재, 미래가 하나의 코드로 결합한 시간 여행자와 동행하는 듯한 느낌을 전한다.
Balmain 1년 만에 라이브 패션쇼로 돌아온 올리비에 루스테잉. 발망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된 지 올해로 10주년을 맞은 그는 이번 런웨이를 통해 자신에게 큰 영감의 대상이었던 90년대 파워풀한 여성 가수를 오마주했다. #balmainfestival 해시태그와 함께 패션을 사랑하는 이들과 축제를 즐기고 싶었던 루스테잉이 선택한 음악은 영국 뮤지션 알레위야의 트랙 리스트. 과하지 않으면서 충분히 들썩이게 하는 선곡들이 이어진다. 이어 “신선하고, 대담하고, 힘을 주는 것. 그의 10주년을 축하하며, 우리는 다음 10주년을 고대할 겁니다.” 쇼장을 가득 메운 비욘세의 음성은 여전히 큰 울림으로 남는다.
Chanel 모델 비비안 로너가 사진 찍는 모습을 담은 흑백 사진으로 장식한 쇼의 초대장. “패션은 옷, 모델, 사진에 관한 것이다.” 버지니 비아르가 명명한 이 문장에 충실한 세트가 그랑팔레에 세워졌다. 80년대 쇼장에서 모델들이 높은 런웨이를 걸을 때 터지던 플래시 세례에 집중되도록 구성한것이다. 이네즈&비누드 커플의 촬영 영상에는 영화 <블레이드 러너>의ost 중 러브 테마가, 런웨이는 영국 뮤지션 티르자의 ‘Hive Mind’와 ‘Holding On’, 헬라도 니그로의 ‘Outside The Outside’, 언러브드의 ‘Strange Effect’ 등 하나의 음악으로 느껴지는 얼터너티브 음악이깔렸다. 피날레에 등장한 아니카의 ‘Finger Pies’의 가사는 패션쇼의 판타지와 마법을 상기시킨다. “관심을 가져주세요, 자신의 방식을 얻는 것에 대해.”
- 패션 에디터
- 이예진
- 사진
- JAMES COCHRANE(런웨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