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듄>이 기다려지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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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기다림 끝에 10월, 드니 빌뇌브 연출의 영화 <듄>이 개봉한다. 수많은 이목이 <듄>으로 향하는 이유, 그 네 가지 ‘썰’에 대하여.

프랭크 허버트의 팬들을 만족시킬 것인가?

어쩌면 영화 <듄>을 기다리는 건 영화 팬들보다 프랭크 허버트의 독자들일지 모른다. 프랭크 허버트가 1965년 출간한 동명의 원작은 네뷸러상·휴고상 등을 수상하며 비평가와 대중 모두의 찬사를 받은 작품이자, SF 소설 역사상 최다 판매량을 기록한 베스트셀러다. 많은 영화인이 눈독을 들였다. 그러나 끝은 늘 좋지 못했다. 알레한드로 조도로프스키가 16시간짜리 영화로 만들려다 실패했고, 리들리 스콧이 제작 중 하차했다. 1984년데이비드 린치가 드디어 영화화했으나, 유감스럽게도 러닝타임을 줄이려는 스튜디오에 의해 편집본이 가위질당하며 이도 저도 아닌 작품이 됐다. 낙담하고 있던 원작 팬들의 귀를 번쩍 뜨이게 한 건 드니빌뇌브라는 이름이다. <그을린 사랑>, <시카리오> 등으로 영화라는 영토에 자기만의 세계를 확고하게 구축한 드니 빌뇌브라면 원작 팬들의 오랜 꿈을 실현해주지 않을까.

드니 빌뇌브가 오랜 시간 가슴에 품고 있던 경전

드니 빌뇌브는 영상화가 불가능할 것이라 여겨진 테드 창의 SF 단편 소설 <당신 인생의 이야기>를 영화 <컨택트>를 통해 지적으로 구현해내며 원작 팬은 물론 영화 팬들까지 사로잡은 바 있다. 독이 든 성배로 평가받은 고전 SF <블레이드 러너>의 리메이크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이끈 이력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드니 빌뇌브는 소설 <듄>의 열혈 팬이다. “오랜 시간 가슴에 품고 있던 동반자이자 경전”이라고 원작을 향해 쏟아낸 애정 고백을 들어보라. 적임자가 나타났다는 믿음이 절로 인다. 그가 원작의 정수를 어떻게 유지하고 또 재조립했을지가 기대 포인트다.

SF 영화의 새로운 이정표가 될까 

“<듄>에 견줄 만한 건 <반지의 제왕> 외에는 없다.” SF 거장 아서 C. 클라크가 한 말이다. 피터 잭슨이 중간계로 판타지 영화의 금자탑을 세웠듯, 빌뇌브가 <듄>으로 SF 영화계에 새로운 기준을 제시할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듄>은 지난 9월 3일 베니스 국제영화제를 통해 첫 공개됐다. 쏟아지는 외신 반응 중 눈길을 끄는 건 ‘현대에 만든 예술 작품’이라는 평이다. 물론 ‘시각적으로는 훌륭하지만 서사는 조금 난해하다’에 표를 던지는 이들도 있었지만. 감독의 전작 <블레이드 러너 2049>가 슈퍼히어로가 접수한 할리우드에 등장한 변종 예술품 같은 작품이었음을 상기하면, <듄> 역시 지적인 영화를 기다리는 관객의 취향을 저격할 소지가 다분하다. 지루하지 않겠냐고? 캐스팅을 보면 그런 말은 쏙 들어간다. 티모시 샬라메 얼굴만 봐도 재미있는데, 젠데이아, 제이슨 모모아, 하비에르 바르뎀 등 초특급 배우들이 <듄>의 안내를 돕는다.

사막화되는 지구에 던지는 화두

<듄>의 주된 배경은 모래사막으로만 이뤄진 극한 환경의 행성 ‘아라키스’다. 원작은 대중문화 전반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SF 작품으로 이름을 날렸지만, 사막화 대처법을 제시한 최초의 생태학 소설로도 유명했다. 사막화가 급속히 진행 중인 오늘날의 지구에 선구적인 시사점을 던질 여지가 크다. 드니 빌뇌브는 사막의 무한성을 표현하기 위해 실제 사막에서 촬영의 대부분을 진행했다. 압도적인 영화적 체험을 선사하기 위해 IMAX 인증 디지털 Arri LF 카메라도 최초로 사용했다. <듄>의 매력을 제대로 느끼려면 극장 사수는 필수로 보인다. 영화가 거실 TV로 들어간 OTT 시대, <듄>이 몰고 올 또 하나의 화두는 ‘극장이라는 공간의 존재 이유’가 아닐까 싶다.

피처 에디터
전여울
정시우(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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