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낮과 밤으로 데려다줄 음악 플레이리스트 | 더블유 코리아 (W Korea)

낮과 밤

2021-10-01T16:19:26+00:002021.10.03|FEATURE, 컬처|

어쩌면 몇 곡의 노래로 기억될 시월.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가을의 낮과 밤으로 데려다줄 음악 플레이리스트다. 누군가는 불현듯 떠날 가을 낮의 소풍을 떠올리며 곡을 골랐고, 또 다른 이는 쓸쓸한 밤하늘로 시선을 던져 가을의 밸런타인을 위한 노래를 선곡했다. 뮤지션, DJ, 프로듀서, 사진가, 디자이너 13명이 고른 플레이리스트가 흐를 때, 비소로 가을이 완성된다. 

DAY 

지나간 계절의 끝을 붙잡고 

여름이 종점으로 향하다 문득 가을이 찾아올 무렵, 이맘때 부는 아침 공기는 꽤나 신선하다. 루카 구아다니노가 연출한 드라마 <위 아 후 위 아>의 OST ‘The Long Ride II’로 잔잔한 리듬을 타면서, 어느 해 여름밤 처음 들어본 마리야 타케우치의 ‘Plastic Love’를 지나 영화 <미스 리틀 선샤인>에서 흐른 수프얀 스티븐슨의 ‘Chicago’로 마무리. 지나간 여름의 아쉬움, 살갗에 닿는 가을바람의 감촉은 어쩌면 이런 노래들로 번역되지 않을까. – 김재훈(사진가)

 

바람이 주는 기억들

가을이 주는 선물은 마음속 깊이 잊고 있던 풋내 나는 기억의 조각이 아닐까. 그 기억들을 가을 노래들과 함께 듣고 있자면 아찔할 정도로 깊이, 심연으로 빠진다. 천천히 음미하며 즐겨보길. 가을이 주는 선물 같은 기억들을. – 돕플라밍고(프로듀서)

 

미혹

가을 하늘을 볼 때 나는 가을 하늘의 나머지이다. 침대에 누워 나를 애타게 바라보는 눈동자의 나머지이고 여름내 큰 잎 두 장을 내어준 필로덴드론 글로리오섬의 나머지이다. 나는 어째선지, 봉긋하게 맺힌 물방울같이 작아져서 세상 모든 것의 나머지가 된 기분이다. 가을, 투명해진 내가 나의 나머지가 되곤 하는 계절. 최승자 시인은 ‘매독 같은 가을’이라 썼다. 이 플레이리스트는 김일두의 ‘아침해’ 로 시작해 서서히 미치다 춤추고 ‘오후 4시쯤’을 기점으로 고요한 가을밤의 멜랑콜리를 향한다. –김민수(갤러리 PR)

 

사실, 계절은 중요하지 않아

만병통치 음악과 함께 가을바람은 살랑살랑, 듣는 이 마음도 살랑살랑. 꿈 찾아, 사랑 찾아, 행복한 날들이여. – 김오키(뮤지션)

 

회상 (Reminiscence)

가을은 점점 더 서둘러 찾아온다. 지난여름, 또는 팬데믹 이전의 여름을 곱씹으며 아직 온기를 머금은 10월의 낮을 보내기에 적당한 음악을 골랐다. 마르가리타 한 잔 마셔보지 못한 채 여름을 떠나보내기에는 아쉬움이 남는다. 치열함에서 조금 비켜난, 약간 서늘한 여름 노래들로 계절의 미련을 달래려 한다. – 이재민(스튜디오 fnt 디자이너)

 

지겨운 윤회의 사이클을 넘어

하늘이 높은 가을 낮, 내면의 온전한 외로움을 느끼게 해주는 곡들이다. ‘New Born’의 기타 리프와 노이즈에 귀를 기울이다 보면 나 자신을 들여다보게 된다. 그 상태로 ’자유’의 바람이 느껴지는 코러스를 지나 뉴욕의 전위음악가 윌리엄 바신스키가 만든 느린 호흡의 곡을 듣고 있다 보면 어느새 해가 지고 있지 않을까. 계절이 바뀌는 지겨운 윤회의 사이클을 넘어, 잠깐이라도 혼자만의 세계에 다녀올 수 있기를 바란다. – 이수호(뮤지션, 바밍타이거)

 

10월의 모험

가을 오후에 문득 모험을 떠난다면 이런 노래들과 함께하지 않을까. 아침에 일어나 칸노 요코의 장난끼 가득한 ‘Cats on Mars’를 들으며 짐을 싼 후 ‘Dreamer, Doer’가 어울리는, 마치 모리스 센닥의 동화 <괴물들이 사는 나라〉에나 나올 법한 아주 낯선 곳으로 가고 싶다.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르지만 집으로 가야 할 무렵 토미타 라보의 곡이 흐른다면 충분할 것 같다. – 이미선(디제이)

 

 

NIGHT

혼자 있는 밤에

여름은 어느 때보다 강렬해서 좋지만, 그래서 힘들다. 여름이 지나가면 나를 진정시키고 돌보는 시간이 꼭 필요하다. 선선한 온도의 외로움과 회복을 생각하며 플레이리스트를 꾸렸다. ‘땡볕’으로 시작하여 ‘I Fell in Love, Again’의 다시 사랑을 느끼는 선율로 끝이 난다. 혼자 있는 가을밤, 우리들의 적당한 고독을 응원하며.  – 황예지(사진가)

 

Autumn Leaves

저 유명한 스탠더드 곡 이름 때문인지 가을엔 재즈를 들어야만 할 것 같다. 다만 매일 기상예보를 챙겨 볼 정도로 날씨가 변덕스러워, 정통 재즈에 집중하기보다 때마다 어울리는 음악을 찾는다. 사실상 재즈는 한곳에 머무른 적이 없으니, 재즈 훵크, 재즈 랩, 최근 다시 주목받는 애시드 재즈 및 누 재즈도 모두 그 대상이 된다. ATCQ의 비트로 저녁을 예열한 뒤, 파로아 샌더스가 구성한 깊은 ‘스피리추얼’의 바다에 들어갔다가, 여전히 새로운 누 재즈와 새벽을 맞이하는 식이다. 계절을 가늠하기 어려운 아지무스의 브라질리언 재즈로 여름을 잠시 추억하다, ‘성불사의 밤’과 함께 지금 이 계절을 마침내 받아들여도 좋겠다.  – 유지성(프리랜스 에디터, 디제이)

 

가득한 한때

어느 가을의 깊은 밤, 홀로 지키고 선 레코즈 가게에서 울릴 노래들. – 권영진(‘다이브 레코즈’ 대표)

 

Autumn Valentine

열 곡이 하나가 됐을 때 생기는 무드를 생각하며 플레이리스트를 짰다. 주황빛이던 가을 하늘이 밤이 찾아오며 점점 분홍빛으로, 이내 완전히 어둠에 물들고 마는 풍경을 그리며. -준모(‘힐즈앤유로파’ 운영, 디제이)

 

서울/공허

난 도회적인 아름다움을 꽤 좋아하는 사람이다. 코로나19 이후 서울의 밤거리는 적막하고, 노상에서 재생하던 음악마저 사라졌다. 종종 아무도 없는 새벽, 잠시나마 마스크를 내리고 어두운 밤거리를 걸어 다닐 때면 일종의 해방감을 느낀다. 공허한 밤의 심상을 그대로 담은 플레이리스트다. 들으면서 머릿속으로 영화 한 편 찍는다는 마음으로 텅 빈 서울을 걸어본다. – 넷갈라(디제이)

 

밤은 깊어지고

나는 여름을 신나게 즐기지 못하는 사람에 속한다. 여름에서 무언가를 가지고 오지도, 가지고 있던 걸 두고 오지도 못한다. 그렇게 가을을 맞이하고 있다 보면 알 수 없는 우울감이 밀려온다. 그래서 밤이 점점 길어지는 계절이 시작될 때면 옆에서 같이 어떠한 미움을 다독여주는 노래가 필요하다. – 구름(프로듀서, 밴드 ‘더 발룬티어스’ 베이시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