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시대의 디자이너 | 더블유 코리아 (W Korea)

MZ시대의 디자이너

2021-09-14T23:06:09+00:002021.09.15|FASHION, 뉴스|

새로운 세대 디자이너에게 브랜드 론칭은 그리 거창한 일이 아니다. 그저 자신이 좋아하는 작업에 몰두하고 자신만의 창의적 세계를 공유했을 뿐. 손을 내민 건 세상이다. 

지용킴(Jiyoung Kim)
팬데믹으로 취소된 센트럴 세인트 마틴의 졸업쇼를 개인 인스타그램에 하나씩 올리면서 단숨에 주목받아 브랜드를 시작하게 된 디자이너 김지용.

더블유 독자에게 소개를 부탁한다.

지용킴 일본 문화복장학원에서 패션 공부를 시작했고, 센트럴 세인트 마틴에서 남성복 학사를 마친 뒤 석사 과정을 밟고 있는 디자이너 김지용이다. 학사 졸업 컬렉션이 화제가 되어 그 컬렉션을 해외 편집숍에서 오더 받았고, 자연스럽게 브랜드 ‘JIYONGKIM’을 론칭하게 되었다. 

 

파리 루이 비통 맨즈 팀에서 인턴을 했다고 들었다.

루이비통에서 일하기 전 파리 브랜드 르메르와 일본의 메종 미하라 야스히로에서 디자인과 제작 일을 하기도 했다. 루이비통 Studio Homme에서는 2019년 4월부터 약 8개월간 디자이너 어시스턴트로 일했다. 커다란 아이맥 앞에 앉아 디자인을 했는데, 선임 디자이너의 업무를 돕고 창고를정리한 적도 있지만 나의 주요 업무는 커머셜 라인과 컬렉션 라인의 디자인, 그리고 재미난 실험들이었다.

 

하우스 브랜드에서의 경험을 멈추고, 브랜드를 만든 계기가 궁금하다.

디자이너가 되기 위해서 꿈만 같은 기회가 제법 있었지만, 그 기회들을 통해서 얻은 나름의 교훈은나는 내 것을 해야 하는 사람이라는 확신이었다.

 

최근 한국에서 루이 비통 2021 F/W 비디오를 만들 때도 투입된 것으로 알고 있다.

보통 외국에서 쇼를 하면 디자인팀이 같이 오는데 팬데믹 때문에 한국에 들어올 수가 없어 애가 타는 상황에서 긴급 지원을 요청한 것이다. 루이비통을 잘 아는 사람으로서 진행 상황을 면밀히 체크하고, 커뮤니케이션 일을 담당했다. 특히 한국에서 새롭게 캐스팅된 모델들, 그리고 BTS 멤버들의 몸에 맞춰 한국의 테일러들에게 지시하고 수정하여 컬렉션이 루이 비통에서 의도한 대로 잘 보이게 하는 과정을 맡았다.

 

‘지용킴’을 론칭하게 된 자세한 이야기가 궁금하다.

팬데믹으로 센트럴 세인트 마틴의 졸업쇼가 취소되어 좌절했는데, 어떻게든 기운을 차려 내 작업을 소개하고 그 과정을 마무리할 필요가 있었다. 일단 아이폰으로 찍은 내 졸업 작품을 SNS에 하나씩 공개하기 시작했다. 그 도중 르메르의 룩북 작업을 한 사진가 마크 히버트가 내 작품을 찍고 싶다고 했고, 그렇게 내 졸업 작품의 룩북이 완성되었다. 꾸준히 공개한 룩북과 아이폰으로 찍은 디테일 사진을 보고 갓 졸업한 학생의 작품이지만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가져주었고, 그렇게 알려지는 와중에 브랜드를 시작하게 되었다. 가장 큰 계기는 세계적인 편집숍에서 내 옷을 구매하고 싶다는 연락을 받으면서였다.

 

그렇다면 더더욱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형성해가는 과정이겠다. ‘지용킴’을 만들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무엇인지 궁금하다.

세상에 없던 것을 한다는 것,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옷을 만든다는 것, 내가 보여주고 싶은 것을 내가 좋아하는 형태로 보여주는 것.

천을 햇볕에 말려 자연이 만들어낸 패턴을 얻는 지용킴의 작업 방식.

원단을 햇볕에 그을려 패턴을 만드는 선 블리치 아이디어가 주목을 받았다.

선 블리치는 내가 늘 쓰고 다닌 빛 바랜 니트 모자에서 영감을 얻었다. 졸업 작품으로 발표하려고 준비한 것인데, 처음에는 제작 과정이 워낙 길어 시간 내에 완성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 옷을 만들어서 햇볕에 블리치하기도 하고, 천을 미리 블리치하거나 혹은 블리치된 천을 구해 옷을 만들며 수많은 실험을 한다. 수고도 많고, 시간도 많이 걸리지만 세상에 없던 방식의 패션이라 무척 흥미롭고, 발전 가능성도 아주 큰 것 같다.

 

옷을 만들며 가장 중시하는 것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나는 디자인할 때 생각을 정말 많이 하는 편이다. 방대한 양의 지식과 리서치가 있다고 해서 내가 좋아할 만한 옷이 출력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좋은 디자인은 기본이고 그 기본을 토대로 핏의 완벽성을 추구해야 한다. 수많은 리서치, 아이디어 디벨롭을 지나 내 속의 그 뮤즈를 생각하며 디자인하고 결과를 직관하였을 때 옳고 그름의 판단이 내려진다. 그 옳음이 디자이너의 취향이고 그 취향의 모음이 컬렉션이 되는 것이다.

디자이너 김지용은 주변의 풍경에서 영감을 받는데, 이 사진은 물건을 많이 실으려고 칭칭 감아둔 오토바이의 고무줄을 찍은 것이다.

어디서 영감을 얻는 편인가?

주변의 풍경에서 영감을 많이 받는다. 빛이 들어오지 않게 하려고 설치해둔 천이 바랜 모습, 글씨가 지워진 현수막이 바람에 찢기고 비틀어진모습, 물건을 많이 실으려고 칭칭 감아둔 오토바이의 고무밴드, 오래된 커튼, 그리고 숙녀복들.

 

좋아하는 브랜드, 존경하는 디자이너가 있나?

존경하는 디자이너는 없지만 존경하는 옷은 많다. 작자 미상의 빈티지밀리터리, 워크웨어, 유니크한 옷을 모으는 게 취미다.

 

마네킹을 쓴 룩북 사진도 재미있다.

나는 날것의 느낌을 좋아하고 캐주얼한 것을 선호한다. 보통 옷을 땅에 던져놓고 아이폰으로 찍어서 그걸 SNS에 올리는데, 그게 나와내 옷을 가장 잘 표현하는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그 이미지들이 종종 큰 관심을 받는데 그게 내가 추구하는브랜드의 디자인 철학과도 관련이 있다고 생각한다. 모델이나 조명, 비싼 카메라로 담아낸 것 말고, 아무 장치 없이드러난 한 피스의 옷이지만 그로써 힘이 있는 것 말이다. 나는 늘 룩북보다 매장 행어에 걸려 있을 때 시선을 압도하는 옷을 만들고 싶다.

디자이너로서 이루고 싶은 목표는 무엇인가?

내 취향을많은 사람들이 좋아해주는 것.

최근 당신을 가장 기쁘게 했던 순간이나 소식은?

세계적인 편집숍에서 3명의 디자이너를 뽑아 1년간 멘토링, 지원을 해주고 그 편집숍에서 단독으로 옷을 론칭하는 프로젝트가 있는데 몇천 명의 지원자 중 10인 안에 들었지만, 최후의 3인에 들지는 못했다. 그런데 그 편집숍 바잉 디렉터가 따로 연락해 나의 프레젠테이션을 보고 감명받았고 팀과 의논한 결과, 1년 뒤가 아닌 지금 당장 바잉하고 싶어 3인 안에 들지 못한 거라고, 0순위였다고 축하해주었다. 너무 기뻐 마구 소리를 질렀다. 그렇게 내 브랜드를 좋아해주는 사람이 있고, 새로운 만남에서 내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나 디자인 프로세스를 보고 경이롭다는 평가를 해준다. 그런 것들이 너무 감동적이고, 기쁜 순간인 것 같다.

 

마지막으로 코로나가 종식되면 가장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내 브랜드가 입점해 있는 해외 숍에 가서 감사 인사를 드리고 거하게 한턱을 내고 싶다.

 

 

준태킴(Juntae Kim)
과거의 요소와 현대적 요소를 완벽하게 결합하고 병치하는 데 탁월한 센트럴 세인트 마틴의 졸업을 앞둔 디자이너 김준태.

독자들에게 소개 부탁한다.

준태킴 센트럴 세인트 마틴에서 남성복 석사 과정 중인 김준태라고 한다. 내년 초 졸업을 앞두고 있으며, ‘Juntae Kim’이라는 브랜드의 정식 론칭을 준비하고 있다.

 

브랜드명에 이름을 내걸었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 건지?

특별한 의미는 없다. 다만 이전에 프로젝트 브랜드 ‘THEICONOCLASTICVISION(TICV)’를 진행하면서 이름에 특정한 단어의 의미를 담아보았다. TICV는 일회적인 협업 브랜드인데 그 당시 내가 브랜드 네임을 두고 매너리즘에 빠져 있음을 인지했다. 예술적인 창작이나 발상 면에서 독창성을 점점 잃고 단어 안에 갇혀서 반복적인 작업만 하고 있는 내 모습을 봤다. ‘Juntae Kim’은 평소에 내가 좋아하는 것, 내가 평소에 눈에 보고 담는 것을 구현하는 오롯이 내 브랜드이다.

 

학생 신분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실험하고, 현실화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브랜드에 어떤 생각을 담고자 했는지?

대중이 매력을 느끼는 브랜드는 결국 디자이너 본인이 평소 좋아하고 눈에 담는 것을 자기 브랜드에 잘 녹여내고 그것을 대중에 성공적으로 어필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나는 원래 여성복을 공부하면서 오트 쿠튀르, 17~19세기 사이의 의복 구성과 예술 작품, 전통 공예 기술 등에 매혹되었고, 이후 새롭게 남성복을 공부하면서는 인체학에 기반한 기능성, 지속 가능성을 공부하며 옷의 실루엣과 디테일 개발에 빠졌다. 양립할 수 없는 과거의 요소와 현대적인 요소를 완벽하게 결합하고 병치함으로써 남성복과 여성복 사이 의복 구성을 기반으로 한 독창적인 작품을 선보이고 싶다.

평소 좋아하고 눈에 담는 것들을 단어로 나열한다면?

사랑, 자유, 문화, 예술.

 

앞서 대중이 매력을 느끼고,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성공적으로 어필한 디자이너 이야기를 했는데, 좋아하는 디자이너는 누구인가?

비비안 웨스트우드, 알렉산더 맥퀸.

 

다시 옷 이야기로 돌아가서, 가장 최근 컬렉션에는 코르셋을 비롯해 중세풍 디테일이 들어 있다.

이번 컬렉션을 위해 남성복 석사 과정에서 꽤 오랜 시간 서양 예술과 서양 복식사를 공부하는 데 몰두했다. 남성복과 여성복을 동시에 완벽히 이해하고 동양인의 시각으로 서양 복식을 재해석하고 재창조하는 데 나만의 차별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또 리서치하면서 16~18세기 로코코나 바로크 양식의 건축물이나 장식의 디테일, 당시의 의복 양식, 그리고 프랑수아 부셰, 파울로 베로네제 같은 화가의 페인팅에 나타나는 원근법, 단축법, 투시법 같은 회화 기법에 매력을 느꼈다.

평소 디자인을 하며, 중시하는 것은 무엇인가?

주변에 많은 친구들이 내 컬렉션 안의 예술적 요소에서 매력을 느낀다고 하는데, 재밌게도 나는 디자인할 때 기능적이고 상업적인 요소를 가장 중요시한다. 웨어러블한 의상을 만들기 위해 테일러드 기반의 남성복 요소와 드레이핑 기반의 여성복 요소를 컬렉션 초기 디자인을 구상할 때 많이 적용한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기능성을 중시하는 스포츠웨어나 아웃도어의 디테일과 미학적인 요소를 중시하는 전통 의복의 실루엣이 만나게 된다. 특히 이번 컬렉션에서는 전통 의복 형식의 현대화라는 주제로 패턴 디벨롭을 진행했는데, 신체를 구속하여 여성성을 강조하는 의복 형식 중 하나인 코르셋에 레디투웨어 테일러드 패턴을 적용하여 시각적으로, 물리적으로 신체를 해방시키는 과정에 집중했다. 또한 과거 예술가들의 조각이나 페인팅 같은 아트워크를 전통 공예 방식이 아닌 스크린 프린트나 레이저 커팅 같은 현대 기술을 사용하여 재해석해 배치했다. 과거 요소와 현대적 요소를 완벽하게 병치하고 그것을 상업적이고 동시에 예술적으로 표현하는 과정은 내 컬렉션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다.

 

로맨틱한 지점도 눈에 띈다.

나는 ‘뉴 로맨틱 룩’이 처음 등장한 비비안 웨스트우드의 1981년 첫 런웨이 ‘PIRATE’ 컬렉션을 동경한다. 특히 80~90년도 초반의 비비안 웨스트우드 컬렉션의 ‘뉴 로맨틱 룩’은 성별에 얽매이지 않는 젠더리스 패션을 지향하고 전형적인 전통 코스튬의 형식을 파괴하여 신체 움직임의 해방을 처음으로 선보인 체제전복적인 디자인이다. 내가 생각하는 로맨틱함은 ‘자유’고 그것은 언제나 나에게 영감이 되는 요소다.

 

옷을 만들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무엇인가?

옷을 사람이 입었을 때 드러나는 시각적인 밸런스. 나는 옷을 캔버스라고 생각하는데 캔버스 위에 내가 창작하고 싶은 실루엣, 셰이프, 디테일, 장식들의 비율을 계산하면서 디자인하는 데 초점을 두는 편이다.

 

하우스 브랜드의 콜도 있었다고 들었다.

마린 세르에서 남성복 디자이너 제안을 받았다. 그 당시 나는 디자이너로 파리에 가서 현장을 경험할지 영국에 남아 석사 과정에 진학해 새로운 브랜드를 시작할지 고민했는데, 코로나로 인해 여러 브랜드에게 받은 워킹 퍼미션이 취소되고 자연스레 대학원에 진학하게 되었다.

최근 인스타그램으로 받은 제안 중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최근 2년간 수많은 브랜드나 매거진, 셀레브리티들의 협찬이나 협업 제안을 받았다. 하지만 나는 제안하는 사람이 누구건 어떤 브랜드이건 간에 그것이 나와 같은 가치관을 가졌는지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또 그 협업의 시작을누구와 함께할 것인지도 중요하게 생각해왔다. 그래서 대개는 거절했고 내 컬렉션을 개발하는 데 시간을 투자했다. 그런 와중에 학교 프로젝트의 일환이지만 리바이스 본사팀에서 진행하는 업사이클링 협업 프로젝트에 디자이너로선정되었다. 상업화와 지속 가능성에 대한 고민이 늘 있었는데, 그들과 수많은 미팅을 거치면서 내 작품을 상업화하고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 것에 대해 많은 아이디어를 받았고 무척 흥미로웠다. 이 협업은 현재 진행 중이며, 곧 런던리바이스 콘셉트 스토어에 전시, 판매될 예정이다. 그리고최근 영국의 매체에서 비비안 웨스트우드와 그의 남편을 위한 헌정 화보와 특집 기사를 준비 중인데 좋은 기회에 인터뷰이, 참여 디자이너로 선정되었다. 그녀는 나에겐 아이콘 같은 존재라 의미 있게 생각하고 기대감이 크다.

 

브랜드를 지속하며 시간이 지나도 절대 변하지 않을 것들이 있는지?

나는 현재 유행하는 것보다는 이전 세대의것들에 매력을 느끼는 편인데, 그 때문에 앞으로 내가 추구하는 브랜드의 방향은 유행의 범주에서 많이 벗어나 있을 것이다. 이는 지속 가능성의 측면에서 봤을 때 옷의 라이프사이클을 연장시키는 방법일 수도 있다.

 

젊은 크리에이터로서 당신만의 신조가 있다면?

크리에이터로서 옷을 디자인하는 것도 결국 누군가에게 영향을미치기 위한 예술의 한 행위라고 생각한다. 옷은 단순히특정한 집단이나 나라에서 유행하고 입고 소비되는 일회적인 상품이 아닌 어떤 성별이든 인종이든 누구이든 간에모두에게 회자될 수 있고 교감을 만들어내는 일종의 매개체라고 생각한다. 또한 나는 옷을 통해 고정관념이나 관습을 깨부술 수 있다고 믿는다. 내가 만드는 옷은 틀에 박힌남성성, 여성성 같은 단어에 얽매이지 않으며 서양인에게동양적인 요소를, 동양인에게 서양적인 요소를 선보이고 이해시면서 상호 교통하는 매개체가 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나아가 이것은 분명히 젠더 이슈나 인종 문제 같은 사회적 이슈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믿고 그러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