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슈퍼 IP | 더블유 코리아 (W Korea)

IP Universe Vol.3

2021-05-28T00:34:35+00:002021.05.28|FEATURE, 컬처|

‘슈퍼 IP를 잡아라.’ 지금 한국 콘텐츠 산업의 첫 번째 미션이다. 서로 다른 분야라 생각했던 기업들이 쳇바퀴처럼 맞물려, K-콘텐츠의 위력을 보여주고 있는 지금은 의심할 여지 없이 IP의 시대다. 왜 그토록 중요한가?

IP가 화두다. 영화, 드라마, 웹툰, 웹소설, 매니지먼트, 게임 등등 분야를 막론하고 한국 콘텐츠 산업에서 지금 가장 핫한 주제다. IP(Intellectual Property)란 콘텐츠를 기반으로 각종 부가 사업과 확장을 가능하게 하는 ‘지식재산권’ 묶음을 말한다. 지식재산권은 저작권보다 더 넓은 개념으로, ‘지적 능력을 가지고 만들어진 창작물에 대한 권리’다. 시장성이 있고 훌륭한 콘텐츠 하나가 결국 여러 부가 사업을 낳는 권리이자 그 자체의 힘을 가지게 된다. 온갖 비즈니스를 창출하는 아이돌도, 불멸의 히트송으로 남을 ‘상어가족’을 만든 유아 콘텐츠 브랜드 핑크퐁도 강력한 IP 를 바탕으로 하는 셈이다. 사실 IP라는 용어를 알지 못했다면, ‘어마어마한 돈을 벌어들일 잠재력이 있는 오리지널 콘텐츠’ 정도로 대강 이해해도 문제는 없을 것 같다. 다만 오래전부터 존재했던 이 용어가 점점 하나의 대명사로 널리 쓰이는 건 창작물에 대한 ‘법적 권리’가 그만큼 중요한 시대라는 의미일 것이다.

IP를 이야기할 때 곧잘 거론되는 용어가 ‘세계관’이다. 세계관은 아이돌 팬덤 사이에서나 입에 오르내리는 말이었다. 그러나 국내외 콘텐츠 산업의 규모가 커졌고, IP를 활용하려는 관련 업계는 결국 하나의 씨앗을 통해 무성한 가지를 뻗어 나가는 모양새를 취하고자 하기 때문에 그 가지들의 합이 고유의 세계관을 이루게 된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마블 씨네마틱 유니버스’다. 현재 국내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분야는 웹툰과 웹소설 IP를 활용한 시장이다. 단순히 일회적인 영상화에 그치는 게 아니라 여러 미디어 플랫폼을 통해 이야기가 전개되거나 기획부터 서로 함께 출발하는 식이다. 웹툰과 웹소설은 좋은 원천 스토리 역할을 할 수 있고, 기존 팬덤을 끌어오기에도 좋다. 자연히 연재 플랫폼인 카카오페이지와 네이버웹툰의 영향력이 커졌다. 게임회사인 넥슨은 지난해에 ‘글로벌 IP를 확보하는 데 1조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캐릭터와 스토리, 팬들의 충성도까지 담보한 게임 업계야말로 예전부터 IP 활용에 나섰던 대표적 분야다. 분명한 건 IP 를 둘러싼 움직임이 분야별로 각자의 길을 걷는 게 아니라, 서로 얽히고 결합하는 식으로 확장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의 콘텐츠 산업이 현재 어떤 분위기 속에 있는지 들여다보면, 우리가 보고 즐기는 것들의 ‘탄생 서사’도 함께 보인다.

내일의 슈퍼 IP

가까운 미래에 웹툰, 영화, 드라마 등을 넘나들며 ‘트랜스포밍’할 잠재력이 가득한 원천 IP는 무엇일까? 업계 관계자 10명에게 머지않아 슈퍼 IP로 떠오를 웹툰, 웹소설 작품을 물었다.

 

웹툰 <무빙>

작가 강풀 장르 드라마, 액션, 초능력 연재 다음웹툰, 2015년 2월 2일 ~ 9월 21일

‘웹툰계의 삼엽충’ 강풀의 메가 히트 웹툰. 이미 드라마화가 확정된 상태로 배우 조인성, 한효주가 캐스팅됐다. 500억 규모의 대작으로, 곧 한국에 상륙하는 디즈니+를 통해 공개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기대감에 불이 붙었다. <무빙>은 강풀의 또 다른 작품 <타이밍>, <어게인>, <브릿지>와 세계관을 공유하고 있기에 시리즈 확장이 전략적으로 용이하다. 마블 히어로가 <어벤져스>에서 모였듯, 신체 능력자들(무빙)과 시간 능력자들(타이밍)이 한곳에서 만나는 ‘강풀 유니 버스’가 마블을 품고 있는 디즈니+를 통해 전 세계로 배달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분명, 뭔가 엄청난 일이 벌어지고 있다. – 정시우(영화 칼럼니스트)

웹툰 <율리>

작가 돌배 장르 드라마 연재 네이버웹툰, 2021년 2월 19일~연재 중

먼저 팬심을 인정해야겠다. 돌배는 개인적으로 정말 좋아하는 작가고, 판타지는 특히 좋아하는 장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올해 2월 연재를 시작해 아직 채 20회도 공개되지 않은 이 작품을 ‘슈퍼 IP’라고 판단하는 이유는 시쳇말로 ‘대작 타는 냄새’가 나기 때문이다. 많은 판타지물이 서양 중세식 세계관을 배경으로 한다. <율리>는 티베트나 중앙아시아의 어느 나라를 떠올리게 하는 디자인 모티프, 중국의 선협 세계관을 연상 하게 하는 국가 설정, 전복적이면서 신선한 성별과 동물들로 눈길을 사로잡는다. 아직 본격적인 서사가 시작되지는 않았지만 그 세계관과 작화 만으로도 충분히 즐겁다. 무엇보다 <샌프란시스코 화랑관>, <계룡선녀전>으로 독자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는 돌배 작가의 작품이다. 따뜻하고 부드러운 작화로 사랑스러운 인물을 그려왔던 작가가, 본격 판타지로 나아가는 작품인 셈이 다. 드디어 황미나, 전민희 작가를 잇는 ‘에픽’이 등장하는 것이 아닐까. – 김홍익(스토리 프로덕션 ‘안전가옥’ 대표)

웹툰 <극락왕생>

작가 고사리박사 장르 판타지, 드라마 연재 딜리헙, 2018년 11월 23일~2020년 1월 31일

<극락왕생>은 젊은 나이에 생을 마감한 ‘자언’이 관음보살의 명을 받은 ‘도명’과 함께 가장 중요한 한 해를 살아내며 ‘극락왕생’하기 위한 과정을 그린다. 웹툰의 시대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듯한 흑백 연출, 거침없는 선과 명암은 만화의 존재 이유를 묻는다. 불교 세계관을 바탕으로 한 독특한 세계관은 작품에서 벗어난 순간 내가 속한 세상을 다시 생각해보게 한다. 그러면서도 만화의 본령인 ‘재미’를 잃지 않았다. 미래 떠오를 ‘슈퍼’ IP를 찾는다면, 지금의 한국을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내면서도 위트를 잃지 않는 이 작품이 제격이다. 물론, 눈치 빠른 사람들은 이미 움직였다. 드라마화가 확정이 됐고, 앞으로 다른 방식도 고민할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작품 외적으로도 이 작품은 ‘슈퍼’라는 이름에 손색이 없다. 낮은 객단가에 대해 플랫폼들이 고민하고 있을 때, 고사리박사는 3300원으로 편당 가격을 책정하고 3주에 한 번 연재했다. 모두가 되겠냐고 물을 때, 고사리박사는 실력으로 증명해냈다. 2019년 대한민국 콘텐츠대상 수상작 중 유일하게 대형 플랫폼을 거치지 않은 독립 작품이었다. 만화에 ‘스웨거’가 어디 있냐고 묻는 사람에게 대답해주자. <극락왕생>이 ‘스웨거’라고.– 이재민(만화평론가)

 

웹소설 <사상 최강의 보안관>

작가 글쟁이S 장르 SF, 사이버펑크 연재 문피아, 2018년 11월 8일~2019년 6월 15일

‘시키면 뭐든지 합니다! 돈을 떼이셨다고요? 좀 처맞아야 할 놈들이 있다고요? 마누라, 혹은 남편이 바람을 피우는 것 같다고요? 지금 바로 전화하세요!’ <사상 최강의 보안관> 소개글의 일부다. 작품은 국가 ‘엘리시움’의 연방보안관 알렌스트라우스가 크고 작은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 을 그린다. <사상 최강의 보안관>이 2019년 ‘한국SF어워드’ 웹소설 부문에서 대상을 받을 당시, 해당 부문의 심사위원들이 타 부문의 심사위원들에게까지 일독을 권했을 정도로 이야기의 완성도가 뛰어나다. 포스트휴먼과 사이버펑크를 비롯한 현대적 감각을 종횡무진으로 쌓아 올린 탄탄한 서사는 추후 다른 매체의 원천으로 작품이 사용됐을 때 어떻게 변주되고, 또 확장될지 기대하게 만드는 가장 큰 요인이다. 머지않아 브라운관, 극장가에서 이 작품을 볼 날이 찾아올지 모른다. – 이 지용(문화평론가)

웹소설 <작곡천재의 멜로디>

작가 나일함 장르 판타지, 드라마 연재 문피아, 2020년 1월 11일~2021년 1월 8일

웹소설은 하루에 한 편, 5500자 내외로 가장 빠르게 창작, 소비되는 콘텐츠다. 그렇기에 웹소설의 문법은 굉장히 짧고, 간략하며, 구조화되어있다. 문장 역시 간결할 수밖에 없으며, 작품에서 사용되는 많은 클리셰, 코드는 독자와 작가가 사전에 약속한 문법과 관습 안에서 소비된다. 그렇기에 웹소설을 슈퍼 IP로 발굴하고 다양한 매체로 재창작하는 것은 까다로울 수밖에 없다. 이러한 간극을 줄여주는 것은 이미 보편적으로 대중화되어 있는 소재와 코드다. <작곡천재의 멜로디>는 무명 작곡가가 자신의 꿈을 포기했을 때 다시 과거로 돌아와 사람들의 목소리에서 들리는 고유의 멜로디를 음악으로 만들어가는 과정을 통해 꿈, 희망, 그리고 음악과 대중 예술의 주제를 펼쳐 나간다. 추상적인 감성을 시각화하는 데 탁월한 나일함 작가의 문장은 <작곡천재의 멜로디>가 가진 가능성을 다양하게 열어놓았다. – 이융희(장르문학 비평 집단 ‘텍스트릿’ 팀장)

웹툰 <남팬만화>

작가 장진 장르 BL 연재 포스타입, 2017년 8월 28일~2019년 8월 25일

주변 사람들에게 수줍게, 이렇게 묻는 일이 잦아졌다. ‘혹시 <남팬만화>를 아시나요?’ 남성 캐릭터 간의 연애 및 성관계를 소재로 다루는 보이즈 러브(BL) 장르의 웹툰 <남 팬만화>는 이름 그대로 남자 아이돌을 ‘덕질’하는 남자 팬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대형 플랫폼의 지원을 받지 않았음에도 오로지 콘텐츠의 힘 하나로 매회 10만을 웃도는 조회수를 기록했으며, 작년 오디오 드라마 제작을 위한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선 목표액의 118%에 달하는 5900만원을 모금하는 놀라운 성과도 이뤄냈다. BL 콘텐츠의 시장성(최근 BL 웹드라마 전문 제작사도 생겼다), 점점 거대해져가는 팬덤 문화로 보건대 동남아시아를 겨냥하여 숏폼으로 제작하기에 이보다 좋은 IP는 없다고 생각한다. LGBTQ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제작자가 극히 드물다는 맹점이 있긴 하지만. – 김수현(저스트엔터테인먼트 홍보팀)

웹툰 <이런 영웅은 싫어>

작가 삼촌 장르 판타지, 드라마, 개그 연재 네이버 웹툰, 2011년 11월 2일~2017년 9월 19일

초능력자, 영물, 악마 같은 초자연적 캐릭터가 등장하는 판타지 히어로물이다. 여기에 삼촌 작가 특유의 ‘개그’ 감각이 더해져 마냥 무겁지만은 않은 서사를 보여준다. 에피소드마다 새로운 영물이 등장하는 세계관은 다양한 매체의 창작자가 가진 상상력을 자극하며 무한히 확장할 것으로 보인다. 아기자기하면서도 강렬한 캐릭터들은 볼거리를 더하고, 히어로를 관리하는 기관과 ‘스푼’이라 불리는 빌런 집단 사이의 박진감 넘치는 스토리는 다양하게 변주될 가능성이 높다. 2019년엔 텀블벅 후원을 통해 오디오 드라마로 제작되기도 했는데, 당시 펀딩에서 목표액의 491%인 1억원이 모여 화제가 됐다. 그때 증명한 잠재력으로 보아 앞으로 웹툰 기반의 영화, 게임 등이 다양하게 탄생할 것으로 기대된다. – 조예은(소설가)

 

웹툰 <프레너미>

작가 돌석 장르 스포츠, 드라마 연재 다음웹툰, 2017년 5월 4일~연재 중

<프레너미>는 ‘제4회 다음 만화공모대전’에서 대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이 작품이 머지않아 슈퍼 IP로 떠오를 거라 점치는 이유는 단순히 공모전 수상작이란 사실 때문만은 아니다. 연재 3년 차에 접어든 <프레너미>는 꾸준히 인상적인 전개를 보여준다. 과거 스포츠를 소재로 인기를 모은 화제작이 가진 매력을 고스란히, 착실하게 이식했고 지금도 그 두께를 높여가고 있다. 또 서로 상반되지만 동시에 닮은 두 매력적인 주인공과 그 주변의 감초 역할을 하는 조연들이 이야기를 흥미롭게 끌어간다. 이미 검증된 과거 인기 작품들의 모습을 반갑게 찾아볼 수 있으며, 제 본래의 매력 또한 훌륭하게 어필하고 있는 <프레너미>는 특히 애니메이션화에 관심이 있는 관계자들에게 항상 추천하는 작품 중 하나다. – 이세인(웹툰인사이트 대표)

웹소설 <내 남편과 결혼해줘>

작가 성소작 장르 로맨스, 회귀 연재 네이버웹소설, 2020년 2월 4일~연재 중

자극적인 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듯 한 편의 ‘막장 드라마’ 같은 소설이다. 소설 한 편에 배신, 반전, 복수, 우정, 사랑이 쉴 틈 없이 휘몰아친다. 거침없는 전개와 시원시원한 복수로 ‘고구마’를 싫어하는 독자들에게 통쾌한 만족감을 안겨준다. 게다가 남자 주인공이 재벌 3세다. 인기 로맨스물의 키워드가 한 작품에 모두 녹아들었다. 단순히 인기 요소가 총집합하여 이토록 반응이 뜨거운 걸까? 그건 또 아니다. ‘김순옥 월드’를 방불케 하는, 남다른 필력으로 독자를 붙드는 ‘성소작 월드’가 작품 인기에 대단한 한몫을 했다. 이 작품이 드라마화되길 기다리는 사람이 적지 않을 것이다. 어쩌면 SBS 드라마 <펜트하우스>에 버금가는 또 하나의 막장 드라마가 탄생할지도 모른다. – 김지예(프라이빗커브 홍보팀)

웹소설 <랭커를 위한 바른 생활 안내서>

작가 톄제 장르 로맨스 판타지 연재 조아라, 카카오페이지, 2020년 2월 5일~연재 중

영화 <트와일라잇>, <헝거게임>부터 최근 넷플릭스 인기작인 <섀도우 앤 본>까지. ‘영 어덜트 픽션’을 원작으로 한 시리즈물의 흥행을 부러워하기 전 ‘로맨스 판타지’에 주목해보는 것은 어떨까? 장르소설 역사에서 비교적 최근에 생성된 ‘로판’은 로맨스의 문법과 판타지의 상상력이 적절히 배합된 IP의 보물상자다. 그중에서도 2020년 기대작 로판 중 하나였던 <랭커를 위한 바른 생활 안내서>는 <전지적 독자 시점>, <나 혼자만 레벨업>과 같은 ‘현실의 게임화’는 물론, 새끼 고양이 같은 주인공의 ‘힘숨찐’(힘을 숨긴 찐따) 매력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연재 2일 만에 50만 뷰를 돌파한 이 작품의 잠재력이 어디까지 닿을지, 지켜볼 일이다. – 소설가(손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