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트시그널>에서 <프렌즈>까지, 방송이라는 연결 고리를 통해 인연을 맺은 청춘 남녀. 각자의 삶을 살던 도시인에서 휴가처럼 특별한 추억을 공유하는 무리가 된 서민재, 정의동, 오영주, 정재호가 말하는 친구와 연인, 우정과 연애, 그리고 사람들.
‘시그널 하우스에서 일정 기간 같이 살게 된 남녀들 간의 러브라인을 추리하는 게임. ’ 몇 년 전, 예능계에서 수명을 다한 줄만 알았던 ‘로맨스’ 정신에 심폐소생을 가하며 <하트시그널>이 등장했다. 그것은 연애 유전자가 사망해버린 시청자들에게 찌릿한 자극을 주었는데, 사실 러브라인만 존재하는 이야기는 아니었다. 누군가와 관계를 맺고 관계를 확장해가는 각자의 방식, 공동의 목적이나 성향을 바탕으로 한 가벼운 동맹, 소소한 라이프스타일과 데이트, 이 모든 장면을 스튜디오에서 VCR로 지켜보며 봄바람이라도 스친 듯 미소 짓거나 관계를 유추하는 셀렙 패널들… 하나가 아닌 몇 가지 키워드가 녹아든 방송이었지만, 무엇보다 청춘 남녀가 모였을 때 발생하는 설렘과 에너지만으로도 유쾌하고 흥미로웠다. 그리고 올봄, 채널A에서는 <하트시그널>의 연장선이라고 할 수 있는 <프렌즈>를 방영 중이다. 같은 방식의 ‘시즌 4’가 아닌, 지금까지의 출연자들이 무작위로 섞여 일대일로 하루씩 만남을 갖는 설정. <프렌즈>에 대해 들었을 때 명민한 기획이라고 생각했다. 마블 유니버스의 캐릭터들이 결국 ‘크로스’를 하며 거대한 세계관 안에 얽히고설키듯이, 반복되는 시즌제에서 필요한 것도 그렇다. <프렌즈> 출연자들은 랜덤으로 뽑은 이성 혹은 동성의 짝과 만남을 가져볼 수 있고, 소소하거나 드라마틱한 하루를 보낼 수도 있다. 주어진 비용에 맞춰 하루를 알차게 보내는 방법을 골몰하는 만남부터 지난 시즌 다소 어긋났던 관계를 봉합할 기회가 있는 만남까지, 그들이 펼쳐갈 이야기의 가능성은 더 넓어졌다. 무엇보다 시간을 쌓은 그들은 방송을 떠나 좋은 친구 사이가 됐다. 여성 하이테크 정비사인 서민재, 동물 조형 작가이자 관련 사업체를 운영 중인 정의동, 외국계 회사원에서 방송인이 된 오영주, 스타트업 대표이자 유튜버로 활동하는 정재호는 서로를 어떤 사람으로 보고 있을까? <하트시그널>과 <프렌즈>를 통해 그들은 어떤 영향을 주고받았을까? 우정이든 연애든, ‘오래 지속되는 관계’를 위해 중요한 건 뭘까? 친구 사이로 지내다 연인으로 발전하려면 어떤 계기가 필요할까? 우정, 연애, 관계에 대해 그들이 이야기한다.
그 여자, 오영주
“민재는 귀엽고 소녀 같은 동생이다. 특징은, 생각보다 겁이 많다는 것. 그래서 내가 언니처럼 더 챙겨주고 싶은 스타일이다. 그러다 어떤 때는 자기가 먼저 무거운 짐을 들어준다든지 하면서 든든하게 군다. 여린 모습과 걸 크러시를 오가는 게 그녀의 매력이다. 우리 둘 다 리액션을 잘하는 편이고, 귀여운 걸 좋아하고, 밝고 신날 때가 많다는 공통점이 있다. 재호는… ‘인싸’다. 어디를 가도 기죽지 않고 자신만의 스타일로 분위기를 조성한다. 어색하고 딱딱한 분위기도 특유의 입담과 장난기로 즐겁게 풀어주는 게 매력이다. 우리 둘이 밝은 건 비슷하지만 다른 점이 있다면, 그는 지치지 않고 계속 얘기한다! 그 에너지가 어디서 나오는 걸까. 의동이는 조용한 사람 같지만 은근 재치도 있고 재밌는 친구다. 가장 큰 매력은 마냥 부드러울 것만 같다가도 할 말을 할 때는 분명한 주관과 포스가 있게 잘 한다는 점이다. 올해 <프렌즈>에서 만난 친구들과는 <하트시그널> 이전 시즌을 겪으며 비슷한 경험을 했다는 유대감이 크다. 그래서 우리끼리 빠른 속도로 가까워질 수 있었다. 평범한 일상에 여름휴가 같은 특별한 추억을 만들어가는 중이다. 우정이든 연애든, 관계를 오래 지속하려면 같이 시간을 보내는 게 가장 중요하다. 그 시간 속에서 서로 더욱 끈끈하고 깊어질 수 있다. 사실 나에겐 친구나 연인이나 비슷하게 중요한 존재들이다. 친구와는 약속을 잡고 만나고, 연인과는 좀 더 편하게 아무 때나 볼 수 있는 사이라는 차이점이 있을까? 그냥 아는 사이로 지내다 연인으로 발전하려면 그 무엇보다 우선 ‘용기’가 필요할 거다. 내가 상대에게 좀 더 특별한 의미로 다가갔다가 설사 다시 얼굴을 못 보게 되는 상황도 감수할 용기. 솔직하게 내 마음을 표현하기 위해 역시나 둘만의 시간을 보내려고 할 것 같다. 요즘 내 관심사는 연애보다는 ‘우정’과 ‘인간관계’다. 30대에 이르러 이제 나의 관계들은 웬만큼 고정되고 정착했다고 여겼는데, 이렇게 새로운 인연을 통해 유대감을 형성하고 있으니… 친구 관계나 인간관계에 한계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도 살면서 내 인생에 영향을 끼치는 사람들이 생길 것 같다. 그 관계를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채워가고 싶다.”
그 남자, 정의동
“재호 형과 영주 누나는 ‘핵인싸’다. 주변인과 잘 어울리고 언제나 분위기를 근사하게 만들어준다. 나와 재호 형의 경우 사업을 하다 보니 비슷한 점이 꽤 많다. 영주 누나의 첫인상은 ‘모든 걸 품어줄 것 같은 따뜻한 사람.’ 서민재는 외모에서 짐작되는 고운 시크함과 달리 가끔 ‘아재미’를 보이는 재밌는 친구다. 자동차를 정비한다는 걸 알고 나서 정말 놀란 기억이 있다. <하트시그널>과 <프렌즈>를 통해 만난 이들을 생각하면 학창 시절을 함께 보낸 친한 친구들과 비슷한 느낌이 든다. 서로 좋은 기억이 많고, 여전히 응원하면서 잘 지낸다. 다만 바빠서 자주 모이지 못하기 때문에 딱 학창 시절의 기분 좋은 아련함이 떠오른다. ‘연인’이란 언젠가 ‘가족’이 될 수 있는 사이라고 생각한다. 그게 나에겐 친구와 연인의 차이다. 평소 그저 알고 지내던 사이에서 연인으로 발전하려면 강렬한 느낌을 받을 필요가 있을 거다. 알고 지내던 사람에 대해서는 처음 만난 사람과 달리 어느 정도 익숙한 느낌과 정보가 있으니까, 상대가 다르게 보이는 계기가 필요하겠지. 평소와 다른 스타일, 혹은 다른 행동 같은 것. 계기만 생긴다면 친구도 어느 순간 이성으로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사람, 인간관계, 우정, 연애… 이 가운데 요즘 관심사를 꼽자면 아무래도 ‘연애’다. 봄이니까.”
그 남자, 정재호
“영주와는 안 지 10년이 넘은 ‘찐친’ 사이다. 영주는 고등학교 시절부터 인기가 많았다. 처음 보자마자 참 예쁜 아이구나 싶었다. 당시 인기 있었던 원더걸스의 소희를 많이 닮은 모습이었다. 하고 싶은 일은 꼭 해야 하는, 욕심도 열정도 가득한 친구. 민재에 대한 첫인상은 ‘우와, 토끼다!’ 겉으로만 봐서는 왠지 완벽해 보이지만 알고 보면 허당끼 많은 귀여운 매력을 가졌다. <하트시그널 시즌 3>에 출연한 천인우 형, 민재, 나 셋이 ‘공대 동맹’을 맺었기에 더욱 돈독한 사이로 발전한 듯하다. 의동이에게는 양팔에 제법 가득한 문신과 매치되지 않는 순한 강아지, 양의 이미지가 있다. 성격은 ‘이런 사람이 또 있을까’ 싶을 정도로 굉장히 착하고, 배려심과 이해심이 많다. 함께 촬영할 일이 있을 때마다 그 점을 느낀다. 하는 일도, 일에 관한 자세도 멋지다. 3년 전 <하트시그널 시즌 2> 때부터 만나기 시작한 인연들은 내게 가족 같은 느낌을 준다. <프렌즈>와 달리 <하트시그널> 때는 한 달간 함께 동거하는 흔치 않은 경험도 했으니까. 무엇보다 방송이라는 걸 하면서 ‘급격하고도 과분한 관심과 질타를 받아본 사람들’로서, 전우애를 느낀다. 관계를 오래 지속하려면 신뢰, 존중, 배려처럼 기본으로 지켜야 하는 것들이 있지만, 가장 중요한 건 ‘마음가짐’이라고 본다. 진정한 친구나 동반자를 얻는 건 전적으로 ‘나’에게 달렸다. 친구의 기쁜 일을 내 일처럼 진심으로 기뻐해 줄 수 있는가? 내가 먼저 좋은 친구가 되어야 좋은 친구를 얻을 수 있겠지. 100을 주고 1을 받더라도 서운하지 않을 그런 마음가짐. 친구와 연인의 차이는 아주 미묘한 감정적 차이에서 온다. 연인 사이가 되면 서로를 친구보다 더 진심으로 생각하게 되거나 적어도 진심으로 대하기 위해 노력하기 시작한다. 그런 것 역시 마음가짐의 변화다. 친구에서 연인으로 발전하려면 친구 관계를 깨버릴 수 있을 만한 감정적 변화가 필요한데… 그게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서른두 살이 되면서 특히 연애나 결혼에 대해서는 더 신중해졌다. 하지만 인간관계는 나에게 아주 소중한 키워드다. 나는 사람으로 상처를 치유하고 사람으로부터 에너지를 받는다.”
그 여자, 서민재
“의동 오빠는 <하트시그널 시즌 3> 촬영 때 처음 만났는데, 어려 보이는 외모나 다소 수줍은 모습 때문에 나보다 동생일 거라 짐작했다. 이후 같이 지내면서 굉장히 섬세하고 사려 깊은 사람임을 알았다. 그의 매력은 소소한 이야깃거리로도 대화를 잘 풀어간다는 점. 때로는 작은 일로도 즐거워하고, 그 분위기를 남들과 공유하는 법을 아는 사람이다. 재호 오빠는 내가 ‘빛재호’라고 부른다. 사교적이고, 분위기 메이커라 어디서든 반짝반짝 빛난다. 낯선 사람과도 스스럼없이 친해지고, 여러 사람이 함께 대화에 녹아들 수 있도록 이끄는 그의 능력은 나도 배우고 싶은 부분이다. <프렌즈>를 촬영하면서 만난 영주 언니는 알면 알수록 매력이 돋보인다. 유쾌한 성격이면서도 대화하다 보면 생각이 깊고 따뜻한 마음의 소유자임을 알 수 있다. <프렌즈>라는 방송이 인간관계에 새로운 장을 만들어줬다. 다른 또래들이 살아가는 모습, 관계 맺는 방식을 나도 시청자처럼 화면으로 지켜보기도 하고 직접 만나서 겪기도 한다. 그들에게 내 모습을 투영할 때도 있고, 좋은 점은 배우면서 조금씩 성장하고 있는 느낌이다.
누군가 내게 ‘직장생활 꿀팁’을 묻기에 ‘내가 뭘 하든 싫어하는 사람은 있다는 걸 명심하자’라고 말했다. 사람 사이의 일은 내가 상대방이 되어보지 않는 이상 완벽히 알 수 없으니, 상황과 상대에 맞게 처신하고 협력하는 게 좋을 거다. 깊이의 차이는 있겠지만, 모든 인간관계의 기반은 ‘신뢰’라고 생각한다. 우정이든 연애든, 서로에 대한 신뢰를 쌓아가야만 그 관계가 지속되고 발전할 수 있다. 연애를 할 때면 늘 상대방이 나의 가장 친한 친구가 된다. 연인과 신뢰감을 쌓기 위해 최대한 솔직해지려 하고, 그러다 보면 거의 모든 이야기를 공유한다. 그 사람이 나의 많은 것을 아는 최측근이 될 수밖에. 친구나 지인으로 지내다가 연인으로 발전한 경우는 여태 없었다. 만약 앞으로 그런 일이 생긴다면, 평소 나도 모르게 그 사람에게 이성적으로 호감을 갖고 있었던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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