삭제의 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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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와 감각을 경작하는 영국 조각가 마이클 딘(Michael Dean)의 첫 국내 개인전 <삭제의 정원 (Garden of Delete)>이 바라캇 컨템포러리에서 5월 30일까지 개최된다.

전기기타를 이용해 퍼포먼스를 펼치는 작가 마이클 딘.

한국에서의 첫 개인전을 축하한다. 14일의 자가 격리 기간 동안 10점의 신작 드로잉을 제작했다고 들었는데, 당신의 키스 마크로 모래시계 형상을 구현한 독특한 작품이다. 어떤 계기로 이 작품들을 시도하게 됐나?

Michael Dean 서울의 호텔에서 참 비통한 14일을 보냈다(웃음). 하지만 옛말에 시간이 약이라고, 나에게 쌓인 지난 시간의 상처를 치유하고자 흐르는 시간을 곰곰 헤아리며 호텔에서 몇 시간이고 모래시계 형상의 키스 마크를 남겼다. 립스틱을 바른 입술에 올리브유를 듬뿍 적시고, 종이 위에 형상을 찍어낸 다음 그 위에 시멘트 가루를 흩뿌려 고착시켰다. 마치 키스의 행적이 날아가는 그 마지막 순간을 붙들려는 것처럼. 재료는 호텔 공기에 부유한 먼지 가루, 시멘트 가루였다. 작품을 만드는 내내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 과거 이탈리아에서 시간을 보내며 나눈 키스에 대해 생각했던 것 같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콘크리트, 녹슨 철골 골재, 시멘트, 동물 뼛조각 등으로 제작한 다양한 조각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이들은 영국 런던 외곽 일퍼드에 위치한 당신의 작업실 정원에서 영감을 얻어 제작됐다 들었다. 그곳에서의 하루는 어떻게 흐르는 편인가?

동네 여우들과 내 정원을 공유한다. 매일 아침 이 친구들이 밤사이 무슨 흔적을 남겼을지 기대하며 정원으로 나간다. 정원은 다른 집들의 시야에 닿지 않는 외진 곳에 자리하는데, 나는 그곳에서 자유롭게 춤을 추고, 작품의 주재료인 시멘트를 섞고, 풀 위에 앉아 글을 쓰고, 차를 홀짝이다가 이내 다시 춤을 춘다. 모든 행위의 끝에 춤이 있는 셈이다(웃음).

시멘트와 모래, 물과 같은 주변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재료와 안료의 혼합물로 조각을 주조했다. 조각 표면에는 주먹, 손가락, 입술, 알파벳 ‘X’ 등을 형상화한 세부 조형 요소를 더했다.

시멘트와 모래, 물과 같은 주변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재료와 안료의 혼합물로 조각을 주조했다. 조각 표면에는 주먹, 손가락, 입술, 알파벳 ‘X’ 등을 형상화한 세부 조형 요소를 더했다.

시멘트와 모래, 물과 같은 주변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재료와 안료의 혼합물로 조각을 주조했다. 조각 표면에는 주먹, 손가락, 입술, 알파벳 ‘X’ 등을 형상화한 세부 조형 요소를 더했다.

시멘트와 모래, 물과 같은 주변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재료와 안료의 혼합물로 조각을 주조했다. 조각 표면에는 주먹, 손가락, 입술, 알파벳 ‘X’ 등을 형상화한 세부 조형 요소를 더했다.

전시 제목이 <삭제의 정원>이다.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나?

작업실 정원 여기저기에 놓은 조각들이 계절에 따라 변하는 것을 보면서 작품과 자연의 유기적 관계에 대해 글을 쓴 적이 있다. 비를 맞고, 바람에 깎이며 점차 변화하는 조각이 어딘가 ‘삭제’되는 듯한 인상이 들었는데, 지금 말하는 삭제는 완전한 ‘소멸’이라기보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잠시 ‘멈춘’ 상태에 가까운 것 같다. 식물이 시들어 죽으면서 씨앗을 남기고 봄이 되면 그 자리에 새싹이 나오듯, 나의 조각은 자연 안에서 다른 에너지 상태로 떠돌다 새로운 발화를 위해 되돌아오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그런 의미에서 ‘삭제의 정원’은 마치 내 작품의 특성을 묘사하는 하나의 표현처럼 느껴진다.

당신의 작업은 주로 글쓰기에서 출발해 신체와 비등한 크기의 조각을 제작하는 것으로 이어진다. 특별히 당신의 작업에 영향을 준 서적이 있는가?

나만의 컬렉션을 구성했을 정도로 사전을 좋아한다. 난 그 사전들을 위대한 ‘레디메이드’로 여기면서 공부한다.

<삭제의 정원> 전시 풍경. 영국에 자리한 작가의 정원에서 영감을 얻어 신체와 비등한 크기의 조각 여러 점을 제작해 전시장 바닥에 눕히거나 세웠다.

오랜 시간 시멘트를 작업의 주요 재료로 활용해왔다. 새롭게 탐구하고 싶은 재료가 있는가?

음악! 여태 토양 역학을 연구하면서 흙의 네 가지 구성 요소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파괴된 암석, 유기물, 물, 공기. 공기를 제외한 세 요소는 늘 내 작품에 존재해왔다. 파괴된 암석은 전시장 위 부서진 조각으로 현현했고, 유기물과 물은 축축한 잉크를 머금은 책 설치물로 이어졌다. 그런데 최근 공기마저 작품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음악 퍼포먼스, 그러니까 전자기타의 줄을 이용해 조각 작품의 표면을 증폭시키고 그때 발생한 음향으로 공기를 가득 채웠다. 전자기타를 통해 작품, 관객과 소통하는 퍼포먼스는 앞으로도 쭉 이어가고 싶다.

앞으로 남은 2021년의 야심 찬 계획이 있다면?

다가오는 6월과 9월에 각각 브라질, 뉴욕에서 개인전을 개최한다. 멀게는 10월 벨기에와 루마니아에서 전시를 열고. 올해 많은 작품과 전시를 소개할 수 있어서 행복하다.

피처 에디터
전여울
포토그래퍼
김필순
작품 캡션
X CARE (WORKING TITLE), 2021, CONCRETE, STEEL, 184 X 54 X 60 CM. X FUCK (WORKING TITLE), 2021, CONCRETE, STEEL, PAPERBACK PUBLICATION, 192 X 64 X 73 CM.(삭제의 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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