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상황이 초래한 뉴노멀의 시대를 살아가는 오늘. 제냐는 ‘과연 동시대적인 남성상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몰두했다. 2019년에 시작해 2021년, 여전히 진행형인 <What Makes A Man> 캠페인이 그것. 이 감각적인 여정은 각 개인이 지닌 유동적이고도 고유한 개성과 가치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자벨 아자니와 함께 등장한 95년생의 뉴 제너레이션, 가브리엘 케인이 말하는 ‘나를 만드는 그 무언가’에 대해 귀 기울이며.
#WHATMAKESAMAN이라는 해시태그가 SNS에서 심심치 않게 보이기 시작한 2019년. 매끈한 슈트뿐 아니라 트렌디한 토털 컬렉션과 서스테이너블 정신으로, 유서 깊은 하우스의 헤리티지와 비전을 확장해가는 제냐의 미래적인 탐구가 시작되었다. 그리고 광속으로 변화하는 시대를 기민하게 포착하고 다양한 남성상을 충족시킬 패션에 대한 논의를 시작한 제냐의 의지. 그것은 오늘날 남성의 개성과 정체성, 나아가 다음 세대를 위한 책임감과 지속 가능한 유산을 아우르는 글로벌한 소통을 이끌었다. 또 이 캠페인의 얼굴이 된 이들이 지닌 다양한 고유성, 즉 레인보 스펙트럼만큼이나 다채롭게 빛을 발하는 그들의 개성이 우리를 매혹시켰다. 제냐가 화두를 던진, 현대 사회에서 무엇이 남성을 남성답게 만드는지에 대한 고찰은 마치 잔잔한 호수에 던져진 돌멩이처럼 남성들의 마음에 끝없는 포물선을 그리며 그 함의를 증폭시켰다. 현대적인 남성은 무엇이 다른가에 대한 질문 역시 그들이 현대 사회를 영위하는 자연스럽고도 당당하며, 더없이 자유로운 삶의 자세에 대해 생각하게 만들었다. 그렇다면 나 자신을 넘어 누가 나에 대해 가장 잘 이해하고 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이 캠페인의 질문에 누가 가장 오래 고민해왔으며, 가장 귀 기울일 만한 이야기를 들려줄까. 이러한 의문에 대한 화답으로 제냐는 가까운 지인들이 바라보는 ‘그들’의 모습을 탐구했다. 이 흥미로운 시도를 통해 우리는 프랑스를 대표하는 매혹적인 여배우 이자벨 아자니와 그의 아들 가브리엘 케인이 함께 자리한 특별한 순간을 목도할 수 있게 되었다.
2019년에 시작되어 오랜 여정을 걸러온 제냐의 #WhatMakesAMan 캠페인. 그동안 제냐가 오늘날의 남성상에 대해 탐구했다면, 이번 시즌에는 ‘개개인의 개성에 관한 고찰’을 화두로 삼았다. 무엇보다 자신의 삶에서 가장 가까운 이들이 발견한 개성과 가치를 되새기기 위해서. 지난 시즌 마허셜라 알리에 이어 모델이자 뮤지션으로 활발하게 활동 중인 가브리엘 케인(Gabriel Kane)이 이번 2021 S/S 시즌 #WhatMakesAMan 캠페인의 주인공이 되었다. 이 신선한 얼굴은 이번 제냐 캠페인을 이끄는 리더로서 그 메시지를 자신만의 자유분방한 방식으로 풀어낸다. 동시에 그의 어머니이자 프랑스를 대표하는 여배우 이자벨 아자니가 캠페인 영상에 참여해 화제를 모았다. 영상 속에서 그 둘은 정서적인 유대감을 친밀하게 드러내며, 제냐의 질문에 가장 가깝게 다가가는 시도를 나눈다. 프로젝트의 의미를 되새기는 동시에 가족애라는 뭉클한 감정까지 선사하면서.
얼마 전 공개된 캠페인 영상은 전반적으로 감미롭게 흘러간다. 잔잔한 바람 속에 흥겹게 지저귀는 새 소리가 들리고, 푸른 들판 위에 이자벨 아자니와 가브리엘 케인이 자리한다. 그곳에서 평생 여배우이자 가수로서 늘 뷰파인더 앞에 섰던 이자벨이 직접 카메라를 든 채 아들의 모습을 프레임에 담아내는 광경이 펼쳐진다. 제냐의 슈트를 입은 채,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레드카펫 위의 셀레브리티가 아닌 다정하고도 친근한 엄마와 아들의 관계가 자연을 배경으로 독백 속에 편안하게 펼쳐진다. 이처럼 신선하고 매혹적인 영상 속에서 현재의 이자벨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자신이 생각하는 아들 가브리엘 케인에 대해 말한다. “가끔은 아들이 무척 어른스럽게 느껴질 때가 있어요. 그저 반항적이고 제멋대로인 소년 같은 모습에서 벗어나 매우 지혜롭고 동시에 사랑과 친절, 관대함에 대한 자신만의 철학이 내재한 그의 모습을 바라보게 되죠.” 몸 곳곳에 드러난 타투가 제냐의 2021 S/S 컬렉션과 어우러지며 개성 넘치는 매력을 발하는 가브리엘 케인, 그리고 신뢰와 애정이 깃든 눈빛으로 아들을 바라보는 이자벨 아자니의 모습에는 현재의 가브리엘 케인을 그답게 만든 가르침과 가치가 투영된다. 엄마와 아들, 가족이라는 친밀한 유대감 아래 이처럼 가까운 이들이 주고받는 영향이 우리의 삶에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하면서 말이다.
이번 영상에 자연미를 더한 건 제냐의 지속 가능한 패션에 대한 오랜 관심과도 맞닿아 있다. 이번 캠페인 영상은 제냐의 고향인 오아시 제냐를 연상시키는 풍경을 배경으로 촬영되었다. 2021 S/S 컬렉션 또한 이러한 자연에서 영감을 받은 편안한 실루엣과 컬러 팔레트로 선보여 고아한 멋스러움을 드러낸다. 1910년 이탈리아 북부 트리베로 지역에서 탄생한 럭셔리 남성복 브랜드 에르메네질도 제냐는 설립 당시부터 사회 공헌과 지역 사회의 발전, 지속 가능한 발전을 중요한 기업 가치로 추구해왔다. 3대째 가족 경영을 이어온 제냐의 현재 CEO인 질도 제냐 역시 장인 정신과 지속 가능성에 대한 책임감을 기업의 핵심 가치로 여기고 자연 보호에 앞장설 것을 강조한다. 제냐는 1930년대부터 이를 행동으로 옮겨 이탈리아 북부의 트리베로에서 비엘라 알프스의 정상까지 100km² 규모의 자연 공원을 조성하기 위해 50만 그루 이상의 나무를 심어 광대한 숲을 복원했으며, 오아시 제냐라는 이름의 자연보호구역을 만들었다. 또한 제냐는 21 S/S 컬렉션에서 기존의 폐원단을 재가공해 새로운 컬렉션에 적용했다. 이러한 #UseTheExisting 원단의 비율을 늘리면서 ‘제로웨이스트’의 목표에 한 발 더 가까워지기 위한 노력을 더했다. 그 결과 이번 시즌의 키 룩인 슈트와 보머, 셔츠-재킷으로 구성된 모노 컬러의 모던 테일러링 룩을 비롯해 #WhatMakesAMan 캠페인에 등장하는 가브리엘 케인이 착용한 캐주얼한 실루엣의 하이브리드 럭셔리 레저 웨어 역시 #UseTheExisting 원단을 사용했다. 이처럼 제냐가 추구하는 ‘무엇이 오늘날의 진정한 남성성을 이야기하는가’에 대한 탐구는 현재뿐 아니라 미래를 위한 지속 가능한 목소리를 함께 담아낸다.
궁극적으로 자신의 모습과 생각을 드러내는 과정. 그리고 각자의 고유한 개성에 관한 고찰은 저마다의 경험에 귀 기울이고 소통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그리고 제냐의 SNS 플랫폼을 통해 선보인 캠페인 토크와 영상은 결국 남성들이 지닌 현재성이 다른 사람들에 의해 고정된 생각이나 엄격한 규칙이 아니라고 이야기한다. 그것은 곧 유동적인 개념이자 가치관이라는 사실을 상기시키면서 말이다. 한편 중국에서는 이 질문을 한층 더 폭넓게 탐구했다. 지속 가능성의 개념을 중심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디지털 캐릭터 누누리와 라이징 스타리시엔이 #WhatMakesAMan 캠페인의 리더로 활동하는 것. 이 둘의 예상치 못한 조합은 남성성의 유동적인 가치와 남성성이 규정하는 범위를 한층 폭넓게 증폭시켰다. 나아가 올 4월, 제냐는 캠페인의 일환으로 각국의 인플루언서들과 함께 ‘무엇이 나를 나답게 하는가 (What makes me?)’를 주제로 소통할 예정이다. 이러한 질문을 통해 우리는 무엇을 깨닫게 될까. 오늘날 변화의 드높은 파고 속에서 균형을 잡은 채, 진정성 있게 자신을 고찰해보는 기회를 갖게 되지 않을까. 더불어 이 혼란의 시대에 무엇이 우리를 가장 ‘우리답게’ 하는지 발견하길 희망해본다.
- 패션 에디터
- 박연경
- 사진
- COURTESY OF ZEG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