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놓쳐서는 안 될 전시 셋 .
<키푸 기록(Quipu Girok)>, 리만머핀 서울
칠레 산티아고 출신으로 뉴욕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작가이자 영화 제작자, 시인, 사회운동가인 세실리아 비쿠냐(Cecilia Vicuña)의 아시아 최초 개인전이 리만머핀 서울에서 개최된다. 비쿠냐는 환경 파괴와 인권 문제, 국제화로 인한 문화 동질화 현상 등 동시대 다양한 문제를 퍼포먼스, 회화, 시, 대형 설치 등의 작업으로 발언해왔다. 이번 전시 제목인 ‘키푸 기록’은 매듭을 뜻하는 고대 안데스어 ‘키푸’와 우리말 ‘기록’을 조합해 지어졌다. 키푸는 염색한 끈으로 만든 매듭을 이용해 촉각 적 의사소통 및 기록을 남기는 고대 안데스의 언어 체계로 1960년대부터 작가의 작업 전반에 주요 소재로 등장해왔다. 이번 전시에서는 오래된 직조물과 채색한 거즈, 실크 폴리에스테르 등으로 완성한 설치 작품이자 작가의 대표작 ‘키푸 기록’을 비롯해 깃털, 돌, 목재, 조개껍데기, 헝겊과 더불어 인간이 만든 폐기물을 활용해 완성한 작품 ‘로 프레카리오’ 등을 선보인다. 4월 24일까지.
<Robert Mapplethorpe: More Life>, 국제갤러리
20세기 후반 탐미적 정물 사진과 섹슈얼리티를 실험한 사진으로 인간의 어두운 욕망을 표현한 미국의 현대 사진작가 로버트 메이플소프(Robert Mapplethorpe)의 개인전이 국제갤러리 서울점, 부산점에서 동시에 개최 된다. ‘아름다움과 악마성은 같은 것이다’고 전한 로버트 메이플소프는 당대 금기시된 흑인 남성 누드와 사도 마조히즘, 게이 서브컬처 등 포르노그래피적 상상력이 깃든 사진 연작을 발표하며 끊임없이 논란의 중심에 선 시대적 아이콘이었다. 국내에서는 처음 개최되는 이번 개인전에서는 1970년대 중반부터 1980년대까지 핫셀 블라드 카메라로 담아낸 흑백 사진 다수를 만나볼 수 있다. 한편 ‘The Dark Room’이란 이름으로 꾸민 전시관에서는 에로스, 타나토스, 죽음, 섹슈얼리티란 주제를 정면으로 다룬 작품을 소개한다. 오브제화된 남성 성기, 비밀스러운 사도마조히즘 의식, 채찍을 항문에 꽂고 대담하게 화면을 응시하는 셀프 포트레이트 등 극한의 미학이라는 찬사와 포르노그래피라는 악명을 동시에 받은 문제의 ‘X 포트폴리오’ 연작을 만날 수 있다. 3월 28일까지.
<신민주: 活氣>, PKM갤러리
‘붓질’이라는 근원적 행위를 통해 회화의 본질을 탐구해온 화가 신민주. 풍요로운 색감과 강한 에너지가 깃든 작가의 연작 ‘불확정적 여백’의 다수를 만나볼 수 있는 전시가 PKM갤러리에서 개최된다. 신민주는 삶에서 마주하게 되는 감각과 인식, 수많은 이미지와 경험을 내적으로 체화하고, 이를 추상적 화면에 가시화한 작품을 펼쳐왔다. 거침없는 붓 터치와 실크스크린 도구인 ‘스퀴지’로 안료를 밀어내는 행위를 반복하며 ‘그리기’와 ‘지우기’를 중첩시켜 캔버스 안에 강한 에너지를 담아온 것이 특징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그간 작가가 주력해 선보여온 어둡고 묵직한 작품부터 밝고 세련된 색감이 돋보이는 최신작까지 망라했다. 세월이 지나며 변모하고 있는 작가의 내적 풍경을 살펴볼 기회다. 3월 20일까지.
- 피처 에디터
- 전여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