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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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하이 주얼리 컬렉션이 안겨준 낭만적인 찰나. 다채로운 영감을 통해 승화된 하이 주얼리의 미학을 감상할 것.

1. 모던 프리티 우먼

영화 <프리티 우먼> 속 줄리아 로버츠를 기억한다면 그녀가 영화에서 착용한 대담한 주얼리를 잊지 못할 것이다. 1990년 베벌리힐스의 로데오 드라이브에 있는  프레드 부티크에 영화 <프리티 우먼> 제작팀이 여주인공을 위한 주얼리를 찾으려고 방문했는데, 그때만 해도 그들이 고른 하트 모티프의 루비와 다이아몬드 목걸이가 영화에서 그렇게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지 몰랐다. 줄리아 로버츠가 착용한 이 네크리스를 프레드는 ‘프리티 우먼(Pretty Woman)’이라고 명명했고, 이는 메종의 일부이자 사랑의 상징이 되었다. 올해 프레드는 그 목걸이로 맺은 인연을 추억하는 동시에 팬데믹 상황으로 더욱 특별하게 다가오는 사랑의 의미를 되새기며 프리티 우먼 컬렉션을 선보였다. ‘Your Way Your Love’라는 슬로건 아래, 사랑에 내재하는 다양한 면모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주얼리는 ‘하트의 하트’라는 독특한 미학을 구현한다. 나아가 일상에서 매일 착용할 수 있는 하이 주얼리를 상상하며 사랑에 빠진 연인의 풍부한 면모를 담아내고자 했다. 각각의 하이 주얼리 피스를 다양한 방식으로 조합해 자신의 사랑을 표현하는 특별한 기쁨을 선사한 것. 특히 마젠타 핑크부터 퍼플리시 레드까지 다양한 컬러를 아우르는 루벨라이트는 빛과 착용자의 움직임에 따라 끊임없이 다른 반짝임을 선사한다. 이는 입체적인 캐릭터를 지닌 모던한 프리티 우먼과 닮았다.

2. 바로코의 대담한 매혹

불가리는 로만 바로크 예술의 찬란한 아름다움에서 영감을 얻은 ‘바로코(Barocko)’ 하이 주얼리 컬렉션을 공개했다. 지난 1월, 프라이빗 전시를 통해 불가리 특유의 대담한 디자인이 돋보이는 바로코 컬렉션을 국내에 소개한 것. 이번 컬렉션은 16세기 바로크 예술의 특징인 부드러운 곡선미와 관능미를 품은 로만 바로크 건축 유산과 여기에 불가리의 대담한 장인 정신이 조우해 탄생한 것. 130여 년이 넘는 긴 시간 동안 로마라는 유서 깊은 도시에서 지속적으로 영감을 받아온 불가리는 로렌초 베르니니의 작품 콰트로 피우미 분수부터 산탄젤로성 교황청 요새 위의 미카엘 대천사 청동상에 이르기까지, 로마가 전하는 드라마틱한 웅장함과 경쾌한 우아함에 집중했다. 또 하이 주얼리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루치아 실베스트리가 전 세계에서 공수한 희귀한 스톤을 로마의 불가리 시그너처 워크숍의 숙련된 장인들이 공들여 완성했다. 불가리의 아이코닉한 유색 스톤의 생동감 넘치는 컬러는 ‘기쁨과 긍정’이라는 불가리의 DNA를 전하며, 오늘날 주얼리가 지닌 가치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해준다.

3. 상상 속 자연

지난해 7월, 파리 오트 쿠튀르 컬렉션  기간에 론칭한 까르띠에의 새로운 ‘쉬르 나뛰렐(Sur Naturel)’ 하이 주얼리 컬렉션이 서울을 찾았다. 자연을 뜻하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식물과 동물, 그리고 이제는 자연의 한 장면이 된 고대 건축물이나 신화 속 이야기를 까르띠에의 상상력과 장인 정신을 통해 초현실적 아름다움으로 재창조한 컬렉션이다. 국내에 첫선을 보인 하이 주얼리들은 ‘현실의 제약에서 벗어나 자연 그 자체보다 더욱 사실적인 자연의 모습을 드러낸다’는 컬렉션 모토에 맞춰 초자연적이면서도 추상적인 요소가 결합한 상상력 넘치는 주얼리의 세계를 선사했다. 까르띠에는 생명 에너지의 원천인 계절마다 형형색색으로 만개하는 꽃의 색과 형태, 또 그와 함께 자리한 건축물의 구조적인 아름다움을 드러내는 데 공을 들였다. 공작새의 컬러와 신화 속 인물을 접목해 프레셔스 오팔이 박힌 매트릭스 오팔을 통해 생명의 원초적 에너지를 표현하고, 루비뿐 아니라 맑고 탐스러운 붉은 스피넬 원석을 이용해 새로운 주얼리 미학을 실험하기도. 자연에서 길어 올린 무한한 상상의 힘을 발휘해 눈에 보이는 것 너머의 아름다움을 탐색한 까르띠에의 도전은 끝이 없다.

4. 베니스의 빛과 열정

가브리엘이 사랑한 이탈리아의 수상 도시로 샤넬 하우스에 특별한 의미를 지닌 베니스. 샤넬 주얼리 크리에이션 스튜디오의 디렉터 파트리스 르게로가 베니스에서 영감을 받아 하이 주얼리 ‘베니스에서의 경유(Escale à Venise)’ 컬렉션을 공개했다. 올해 1월, 파리 오트 쿠튀르 기간에 선보인 이번 컬렉션은 가브리엘 샤넬의 베니스 발견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70개의 작품으로 구성되었다. 베니스의 다양한 건축물을 기리는 기하학적인 디자인의 에블리상트, 네오 바로크 스타일의 세레니심, 베니스의 운하와 곤돌라 등에서 영감을 얻은 짙푸른 라피스라줄리를 활용한 볼류트 베네티엔과 볼류트 마린, 베니스 무라노섬의 유명한 유리 공예를 하이 주얼리로 재해석한 수정과 옐로 골드 소재의 카멜리아 베니샹, 가브리엘 샤넬의 별자리이자 베니스를 상징하는 사자상을 모티프로 한 라이언 시크릿, 성마르코 대성당의 파사드에 위치한 날개 달린 사자의 배경이 되는 하늘을 옮겨온 코스탈라시옹 애스트랄 등. 베니스를 연상시키는 다채로운 상징성으로 가득한 샤넬의 하이 주얼리는 낭만과 열정으로 가득하다.

패션 에디터
박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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