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is Vuitton 2021 F/W Mens Collection

장진영

루이 비통 2021 F/W 맨즈 컬렉션.

루이 비통이 2021 F/W 컬렉션의 초대장으로 보냈던 DIY 모형 비행기는 컬렉션의 출발점이자 순수하고 편견 없는 어린 시절의 상징과도 같다. 버질 아블로는 어린이들에게 흔히 하는 질문 ‘너는 커서 무엇이 되고 싶니?’에서 생각을 키워나간다. 그 생각은 옷차림 하나만으로 문화적 배경이나 성별 등을 판단하는 우리의 편견에 도달한다. 편견이 재정립된다면, 어린이들이 같은 질문을 받았을 때 더 큰 꿈을 꿀 수 있고, 다양한 기회와 자유 또한 얻을 수 있을 테니까.

‘편견’이라는 것은 다양한 분야에 존재한다. 예술가ㆍ내부인ㆍ지식인과 그들을 열망하는 외부인의 경계를 만들어내는 것도 편견이고, 요즘 가장 큰 화두가 되고 있는 인종 차별의 시발점 또한 편견이다. 버질 아블로가 이번 컬렉션을 준비하며 흑인 이민자로서의 삶을 다룬 아프리카계 미국인 제임스 볼드윈의 에세이 ‘마을의 이방인’을 오마주한 점도 이 부분과 일맥상통한다.

편견을 허물자는 메시지는 영상과 룩에서도 명확하게 드러난다. 군데 군데 허물어진 벽, 그 안에는 꼿꼿이 서있는 모델들이, 밖에는 어딘가 모르게 괴로워 보이고 안으로 들어가고 싶어하는 듯한 모델들이 있다. 뮤지션 Yasiin Bey와 Saul Williams는 이 벽을 넘나들며 경계를 허무는 듯한 멋진 퍼포먼스를 선보인다.

흑인 모델들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신사’의 옷차림을 하고 있다. 멋진 페도라를 쓰고, 한 손에는 서류가방, 한 손에는 커피를 들고 있다. 두건과 모자, 수트가 결합된 스타일링, 가나의 전통의상에서 영감을 받은 숄을 두른 룩에서도 버질의 메시지를 엿볼 수 있다. 컬렉션의 가장 큰 상징이 되는 비행기 모티브는 프린트, 단추, 가방 등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났다. 미국과 파리를 상징하는 건물들이 온 몸에 붙어있는 듯한 룩으로 위트도 놓치지 않았다.

버질 아블로는 오래된 이슈지만 여전히 오늘날 우리가 이야기해야 할 주제를 이토록 깊고 철학적으로 다뤘다. 편견을 허무는 것은 결국 우리의 다음 세대를 위한 일이라는 메시지까지 던진다.

콘텐츠 에디터
장진영
영상
Courtesy of Louis Vuitton

SNS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