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나긴 장마와 뜨거운 여름 뒤에 다가올 2020 F/W 트렌치코트의 시즌. 텅 빈 갤러리에서 홀로 쇼윈도 컬렉션을 선보였다.
우수에 젖은 남자만 트렌치코트를 입는다는 건 옛말이 된 지 오래. 아직도 남자의 트렌치코트는 <카사블랑카>의 험프리 보가트나 <애수>의 로버트 테일러의 트렌치코트가 떠오른다면? 올가을이 새로운 트렌치코트 룩을 시도하기에 적합한 시즌일 수도 있겠다. 프린지나 주얼리, 레이스 등의 장식성과 커졌다 줄어드는 실루엣의 변화를 거듭해온 여성의 트렌치코트에 비해 남자는 전통적 디자인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게 지배적이었다. 그런데 해외 컬렉션뿐만 아니라 국내 디자이너까지 들여다보면 2020 F/W 시즌만큼은 다른 얘기를 하는 듯하다. 디올은 클래식 형태를 중심으로 두꺼운 주머니 장식과 두 개의 소매 버클, 두툼한 프런트 플랩과 어깨 절개 장식으로 현대적 스타일을 제안했고, 지방시는 케이프 형태의 디테일에서 차용한 네크라인 장식과 긴 플랩으로 변형된 스타일을 선보였으며, JW앤더슨은 코듀로이 소재로 겨울의 문턱에서도 활용하기 좋을 트렌치코트를 선보였다. 국내로 눈을 돌리면 블라인드 니스와 태우, 기준, 뮌 등은 실루엣의 재미를 더하는 오버사이즈 형태를, 얼킨은 광택이 도는 pvc 소재 글리터 트렌치코트로 색다른 매력을 전한다. 매일 입는 데님이나 슈트, 더 나아가 트레이닝 팬츠에도 트렌치코트를 매치하는 시대다. 아무도 없는 갤러리 쇼윈도에서 홀로 트렌치 컬렉션을 펼쳐본다는 상상으로 당신만의 스타일을 찾아보는 건 어떨지.
- 패션 에디터
- 이예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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