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여름의 녹음이 작은 신발 위에 고스란히 담겼다.
격리된 생활로 계절을 잊고 지낸 지 오래다. 이런 생활이 지속되니 계절의 변화가 그리워지고, 작고 사소한 그 변화를 온몸 가득 흡수하고 싶어진다. 그런 마음을 지닌 사람들에게 나무와 코르크를 자르고 엮어 만든 신발들이 초여름이 곁에 왔음을 단숨에 알린다.
서양의 나막신이라 불리는 투박한 클로그 (Clog) 가 곳곳에서 보이고, 밀짚을 촘촘하게 엮어 만든 납작한 스트로 (Straw) 샌들이 꽤나 자주 눈에 밟힌다. 안나 수이와 아페쎄는 울퉁불퉁한 플랫폼 형태의 클로그에 부드러운 색의 양 말을 겹쳐 복고적 분위기를 강조시켰다. 이 하나만 신으면 무엇을 걸쳐도 손쉽게 ‘보헤미안’ 적인 스타일을 연출할 수 있을 테다.
티비와 발렌티노는 밀짚을 촘촘하게 엮은 스트로 샌들을 세상에 내놨다. 진짜 밀짚으로 만들었다면 발은 좀 아프겠지 만 진짜 풀을 밟고 서 있는 듯한 기분이 들며 마음이 풍요로워질 테다. 게다가 프라다와 지방시는 이 모든 것에서 잡음 같은 요소를 과감하게 없애며 출근 신발로도 손색 없는 탁월한 대안을 선보였다. 군더더기 없이 간결하니 앞의 신발 들이 다소 부담스러웠던 사람들에게 제격일 테다. 무엇보다 초여름이 내려 앉은 것 같은 이 신발들 앞에 붙은 ‘클로그’ 나 ‘스트로’라는 단어마저 예뻐 보인다. 그리고 이들이 서둘러 새로운 계절이 오기를 재촉한다.
- 프리랜스 에디터
- 김선영
- 사진
- James Cochra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