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관적 쿠튀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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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르고 가볍게 흘러가는 패션계의 생리 안에서도 묵묵히 자신만의 속도와 보폭으로 걸어가는 오브제 아티스트이자 젊은 쿠튀리에 이해준. 자기 미학의 원칙에 충실한 이해준의 고집의 산물인 브랜드 ‘솔트워터’는 자체 컬렉션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작업자들과의 협업으로 탄생한 아트워크를 소개하는 젊고 진지한, 미래적인 아트 제작소다.

언제부터 주얼리와 헤드피스를 만들게 되었나? 학생 때 친한 영상 감독의 촬영 현장을 드나들었는데, 그때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을 알게 되며 내가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지 깊이 고민했다. 당시 현장 스태프일 때도 카메라 드는 일보다 현장에 필요한 아트피스를 제작하는 일을 주로 했는데, 그때부터 시작해 브랜드까지 만들게 된 것 같다.

‘솔트워터’라는 브랜드 이름의 뜻은 무엇인가? 말 그대로 소금물이라는 뜻이다. ‘바다 해’ 자를 쓰는 나의 이름 이해준에서 가져왔다.

영감은 어떻게 어디에서 얻는 편인지. 물리적 형태의 실루엣에서 영감을 주로 받는다. 나뭇잎 줄기의 곡선부터 거칠고 날렵한 헬리콥터의 날개까지, 사물의 형태적 특성을 작업화하는 경우가 많다.

디테일을 보면 변태 같다는 말이 떠오른다. 작업은 보통 어떻게 이루어지나? 한번 작업을 시작하면, 나의 시각으로 포착한 그 사물의 특성이 그대로 표현될 때까지 붙잡고 있는 편이다. 그런 이유에서인지 집착이 너무 심하다는 얘기를 많이 듣기도 한다. 그런 집착이 현재의 솔트워터를 만들어낸 것이 아닐까 싶다.

방탄소년단, 블랙핑크, 뉴이스트 등 많은 뮤지션과의 작업뿐만 아니라 젠틀몬스터, 윈도우00 같은 브랜드와의 작업도 많다. 기억에 남는 작업이 있다면? 많은 아이돌의 아트피스를 제작했는데, 그중 방탄소년단의 멤버 진이 뮤직비디오에서 착용한 헤드피스가 가장 마음에 들었다. 가장 좋아하는 사진은 젠틀몬스터와 컬래버레이션한 포토그래피를 꼽고 싶다. 두 가지를 꼽긴 했지만 주문 제작 피스는 전부 다르고, 또 완벽한 디테일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모든 아트피스가 내 마음속에 있다.

함께 작업해보고 싶은 아티스트가 있다면? CL.

‘디자이너’보다는 ‘쿠튀리에’ 느낌이 강하다. 시즌제를 도입하거나 하나의 컬렉션을 만들어볼 생각도 있나? 솔트워터가 추구하는 아름다움이 쿠튀르적 가치를 담는 것이다. 최근에 주문 제작 의뢰가 많아서 정기적으로 선보이는 솔트워터의 브랜드 컬렉션조차 밀리는 상황이다. 조금 더 완벽한 아이템들을 선보이고 싶은 욕심에 다음 시즌으로 미루고 있는 형편이다.

아트피스 같은 주얼리가 주를 이루다 보니, 홈페이지에 명시된 가격이 어마어마하다. 판매가 잘되는 상업 제품에 대한 고민은 없는지? 예상처럼 나의 어마어마한 노력에 비해 큰 판매 수익이 발생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대한민국에서 오트 쿠튀르라는 장르도 생존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올해는 꼭 솔트워터의 두 번째 컬렉션을 소개할 계획이다. 그리고 주얼리뿐만 아니라 의상 컬렉션을 판매 아이템으로 만드는 것이 목표다.

패션 에디터
김민지
포토그래퍼
장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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