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의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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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담동 플래그십 스토어 10주년을 맞아 한국에 크롬하츠 패밀리가 떴다. 바이크부터 인테리어, 케이팝 스타까지, 창립자 리처드 스타크, 부인 로리 린 스타크와 나눈 멋진 이야기들.

7년 만의 방문으로 알고 있다. 그때와 지금의 한국이 조금 변한 것 같나?

로리(Laurie) 사실 어제 도착해서 많이 보지 못했다. 리처드는 아침에 조금 돌아다니긴 했지만.

리처드(Richard) 일본 일정 중에 한국에 왔다. 바이크를 가져갔는데, 북쪽에서부터 지그재그로 일본을 종단하는 바이크 투어를 하는 중이다. 행사(청담 매장 10주년)가 끝나면 다시 일본으로 가 투어를 마쳐야 하기 때문에 이번엔 한국 일정이 짧다.

아쉽다. 한국도 여행하기 좋은 곳이니 다음엔 한국에서도 해주길 바란다.

리처드 1년에 한 번씩 바이크 투어를 한다. 일본 매장 오픈 20주년을 기념하여 투어를 결정했다. 사실 일본과 한국이 가까우니 가지고 올까 생각도 했는데,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서류도 많이 필요하고 기간도 일주일 이상 걸린다. 일본에서 오토바이를 탄 적은 있지만 이렇게 종단하는 것은 처음이다. 한국에서의 투어 계획도 물론 있다.

로리 한국의 건축은 너무 멋지다. 특히, 산이 있고, 산과 건물이 대비되는 모습이 멋지다. 볼 때마다 흥미롭다. 또 도심에 고속도로 같은 왕복 8차선 도로가 있는데, 그 중앙에 나무를 심어서 분리해놓은 것도 인상적이었다.

매장 쇼케이스에 디스플레이된 ‘Korea’ 펜던트.

올해로 10주년을 맞은 청담동 크롬하츠 플래그십 스토어.

역시 크롬하츠 하면 바이크지. 어떤 모델인가?

리처드 2016년식 커스텀 소프트 테일이다. 올 블랙으로 도색했다. 캘리포니아 라이선스가 붙어 있고 친구 두 명과 함께 투어 중이다.

개인적으로 여기저기 K를 붙이는 걸 좋아하지 않지만, KPop, KFashion, KBeauty는 최근의 한국을 대변하는 단어다. 당신들이 생각하고 느끼는 한국은 어떤 이미지인지 궁금하다.

로리 케이팝 같은 부분을 통해서 한국 문화가 관심받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그로 인해 사람들이 다른 분야까지 관심을 넓혀가는 것을 보면 좋은 시작점이 아니었나 싶다. 나 역시 한국 뮤지션들이 패션을 접하고 옷을 입는 방식이나 표현하는 스타일을 관심 있게 보고 있다.

관심 혹은 친분 있는 한국 뮤지션이 있나?

로리 씨엘, 지드래곤이 가장 처음으로 우리와 접촉했다. 씨엘은 예전에 같이 사진 작업을 한 적이 있고, 그 이후로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제시(딸)가 씨엘과 많이 친해서 같이 공연도 하고, 이제 가족처럼 느껴진다. ‘땡스기빙 데이’에 우리 집에서 지낼 정도로(웃음).

아마도 어린 친구들은 크롬하츠를 지드래곤이 착용한 반지, 아이돌 누가 한 목걸이로만 인식할지 모른다. 프라이드 높은 브랜드로서 이런 현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리처드 글쎄, 전 세계로 넓게 보면, 뮤지션만 우릴 좋아하는 건 아니다. 프랑스, 일본 등 나라마다 우리를 대표하는 유명 인사가 다르다. 칼 라거펠트도 우리의 팬이었고, 레이 가와쿠보도 그랬다. 한국에선 운 좋게 젊은 아티스트들이 알려주는 역할을 했다. 협찬이나 광고를 한 것도 아닌데, 스스로 선택해서 자기만의 스타일로 선보였다는 데 대해 기쁘게 생각한다. 선택받은 거니까.

매장 10주년을 맞아 출시된 스페셜 에디션 라인업.

매장 10주년을 맞아 출시된 스페셜 에디션 라인업.

매장 10주년을 맞아 출시된 스페셜 에디션 라인업.

매장 10주년을 맞아 출시된 스페셜 에디션 라인업.

매장 10주년을 맞아 출시된 스페셜 에디션 라인업.

이야기한 것처럼, 크롬하츠는 뮤지션이 사랑하는 브랜드다. ‘플렉스(Flex)’의 시초였달까? 마치 돈 벌면 롤렉스 시계를 사는 것처럼, 액세서리는 크롬하츠를 사는 것이 플렉스라 여겼다. 그들은 크롬하츠의 어떤 부분을 사랑할까?

로리 우선, 다른 브랜드에 비해 생산 수량이 굉장히 적다. 리미티드 아이템이라는 개념이 있는 것 같다. 우리 제품을 착용했을 때 ‘강해졌다’라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단순히 비싼 걸 살 수 있다는 것뿐 아니라, 그 사람에게 개인적으로 굉장히 강한 느낌을 주는 감정적인 부분을 선택하는 것 같다. 매장마다 가지고 있는 제품도 다르고 수량도 적고, 웨이팅도 길다. 마음에 드는 걸 쉽게 살 수 있는 시스템이 아니다. 매장도 많지 않고.

지금 내가 끼고 있는 크롬하츠 반지도 일본에서만 발매하는 제품이라 10년 전쯤, 일본에 있는 친구에게 부탁해서 구입한 거다.

로리 오! 이 반지 알고 있다. 사람들이 크롬하츠를 좋아하는 이유 중에 그런 이유도 클 거다. 여행을 갈 때 그 지역의 크롬하츠 매장에서만 살 수 있는 것이 따로 있고, 그것을 구입하는 과정까지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아시아는 전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세일즈 시장으로 떠올랐다. 한국 그리고 아시아는 크롬하츠에게어떤 시장인가?

리처드 사람들이 “어떻게 그렇게 잘 진출해서 성공하게 됐냐”라고 묻는데, 우리는 아시아가 성장하고 유행하기 한참 전부터 함께했다. 하지만 이건 계획된 게 아니었다. 브랜드를 시작한 지 3년 정도 됐을 때였나, 아시아에서 먼저 접촉이 왔다. 90년대 초반 꼼데가르송의 레이 가와쿠보가 우리에게 소량을 주문했다. 그걸 매장에 전시하고 VIP를 초청해서 이벤트를 했는데, 시작하자마자 전부 매진됐다. 그때부터 인연이 시작됐고, 그날 만난 사람들과 지금까지도 함께 작업하고 있다. 1015년이 지나면서, 한국과 홍콩, 중국 등으로 진출하게 된 거다. 지금 그들과는 가족 같은 친구가 됐다.

크롬하츠와 꼼데가르송이 그런 인연이 있었을 줄은 몰랐다.

로리 리처드는 레이 가와쿠보가 디자인한 ‘스커트’를 입고 파리 쇼에 참석하기도 했다(웃음).

한국과 다른 아시아 시장의 특이점이 있을까?

리처드 아시아 시장은 미국이나 유럽과는 완전히 다르다. 아시아 안에서도 또 다르고. 캘리포니아와 뉴욕이 다른 것처럼 명확하게 다른 지점이 있어 그 시장의 차이를 살펴보는 것도 꽤 재미있는 일이다. 만약 우리가 계획해서 들어왔으면 알지 못했을 것들, 긴 시간 지내면서 이 시장에서 배우는 것도 많고, 사람들과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는 점도 흥미롭다. 한국에 처음 진출할 때 모두가 무조건 백화점에 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직접 마음에 드는 동네를 찾아 돌아다녔다. (매장이 있는) 이곳에 왔을 때, ‘딱 여기다’라는 느낌을 받았다. 물론 나중에 백화점에도 진출했지만. 백화점에 진출한다는 건, 매출과 직결되지만 우린 그것 때문에 일하지 않는다.

리처드 스타크의 2016년식 할리 데이비슨 소프트테일 커스텀.

오렌지 색상이 인상적인 청담 플래그십 스토어 10주년 기념 바이커 재킷.

최근 많은 럭셔리 브랜드들이 변화하고 있다. 크롬하츠 역시 클래식한 브랜드로서 과거에 비해 달라지거나 발전한 부분이 있을까?

리처드 우리는 이것을 ‘진화’라고 말한다. 가치관이나 철학 면에서 변화는 전혀 없다. 자연스럽게 시간이 지나면서 진화하는 거다. 우리 아이들이 컬렉션이나 여러 가지 일에 참여하다 보니, 젊은 사람들의 신선한 의견과 시각이 제공되고 그것들이 다양한 부분에 반영될 뿐이다.

로리 우리가 가진 핵심 가치 중 하나이자 가장 강조하는 부분은 ‘친환경’이다. 낭비를 줄이고 유해한 화학용품을 덜 쓰기 위한 시스템 마련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환경은 우리뿐 아니라 미래 세대에게 굉장히 중요하니까. 아이들에게 많이 가르치고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고 말한다. 우리가 받은 것들로 인해 사업적으로 성공했고, 아이들도 그걸 누렸기에 사회에 환원할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말만 하는 게 아니라 직접 실천하면서 아이들에게 가르친다. ‘크롬하츠 스쿨’이라는 게 있다. 리처드가 주얼리 만들고 염색하고 크로셰 만드는 것 등을 직접 가르친다. 여기 졸업한 아이들이 우리 회사뿐 아니라 다양한 곳에서 일하고 있다.

크롬하츠의 시그너처 아이콘들이 있다. 각각 가장 사랑하는 아이콘을 하나씩 꼽는다면?

리처드 CH PLUS’. 우리의 오리지널이니까. 늘 기본으로 들어가는 디자인이다. 만약에, 그럴 일은 없겠지만, 우리가 브랜드를 닫아야 한다고 하면, 나는 내 사이즈의 가죽 바지를 여러 벌 만들 거다. 그리고 나이 들면 뚱뚱해질 테니 더 큰 사이즈도 만들어야겠지. 그리고 그 바지마다 CH PLUS로 버튼을 만들 생각을 할 만큼 그 디자인이 좋다.

로리 나는 베이비 팻 크로스가 제일 좋다.

주얼리뿐만 아니라 라이프스타일 전반을 아우르는 제품을 생산해낸다. 오너 패밀리의 집은 어떤 모습일지 궁금한데.

리처드 우리는 다른 디자이너들이 만든 것도 좋아한다. 대신 곳곳에 크롬하츠의 터치가 있다. 예를 들면, 문에 부분적으로 들어가 있다든지. 우리가 이걸 만들었을 때 실제 배치하면 이런 모습일까 하는 테스트용 제품도 많다.

로리 공방에 가면 대부분 크롬하츠 제품으로 되어 있기는 하다. 특별하게 거기서만 볼 수 있는 것도 있고 다양한 아카이브가 있지만, 집은 그렇지 않다. 집까지 다 크롬하츠면 정신병 걸린 사람처럼 보일지도 모른다(웃음).

패션 에디터
정환욱
포토그래퍼
박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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