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hn Yuyi is everywhere

W

<W Korea>는  아티스트 존 유이에게 ‘패션과 테크놀로지’라는 주제로 협업을 제안했고, 존 유이가 그리는 테크놀로지의 미래에 서울의 친구들이 힘을 보탰다. 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도 없는 유이의 재기 발랄한 상상력이 거침없는 무한의 세계를 날았다.

존 유이가 생각하는 테크놀로지의 미래를 한글로 작업해 타투 스티커를 온몸에 붙였다. 초록색 비즈 장식 미니 드레스는 2019 봄/여름 셀린 by 에디 슬리먼 제품, 무선 이어폰은 애플 제품.

뉴욕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대만 태생 아티스트 존 유이(John Yuyi).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타투 스티커로 제작해 온몸에 새기고 그 의미를 표현하는 흥미로운 작품으로 유명하다. 이 재능 있는 아티스트를 일찍이 알아본 구찌는 그녀와 함께 창의적인 협업을 펼친 바 있다. 지난 6월, 처음 서울을 방문한 유이는 이 곳의 친구들과 ‘패션&테크놀로지’에 대해 자유롭게 생각을 주고받으며 이미지 작업을 했고, 그 과정을 <W Korea>가 함께했다

존 유이가 생각하는 테크놀로지의 미래를 한글로 작업해 타투 스티커를 온몸에 붙였다. 초록색 비즈 장식 미니 드레스는 2019 봄/여름 셀린 by 에디 슬리먼 제품, 무선 이어폰은 애플 제품.

<W Korea> 서울의 젊은 아티스트(비주얼 아티스트 메이, 포토그래퍼 조기석, 헤어 스타일리스트 이현우, 메이크업 아티스트 오성석, 모델 선혜영)들과 다양한 의견을 주고받으며 작업했다. 결과는 만족스럽나? 정말 충격을 받았다. 이전에도 다른 나라, 다른 도시의 젊은 예술가들과 자주 일해보았는데, 이번에 함께 작업한 <W Korea> 팀에 정말 감명받았다. 다들 어리지만 자신만만하고 프로페셔널하다. 메이크업 룸에서 두세 시간 동안 메이크업을 받은 기억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촬영 결과물에 시간이 중요하다는 얘기는 아니지만 한 컷에 이렇게 많은 시간을 할애한 경우는 처음이었고, 이런 창의적인 일을 하는 태도에 감탄할 따름이었다. 이 팀은 여러 번의 협업 과정을 거쳤는지 움직임에서 서로에 대한 깊은 신뢰가 느껴졌다. 직접 대화하지 않아도 서로가 원하는 바를 잘 알고 있는 듯했다. 한국에 와서 유일하게 한 촬영을 이들과 함께해 정말 기쁘다.

‘상상’, ‘공간’, ‘미래’ 같은 문구의 타투 스티커를 붙이려는 생각은 어떻게 했나? 그것이 다른 이미지보다 훨씬 더 눈길을 끌 것이라고 생각했다. 다른 나라를 방문할 때 그 나라의 언어를 작업에 활용하는 것을 좋아한다. 언어 자체가 아름답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캐릭터가 너무 다르니까. <W Korea> 팀과 브레인스토밍할 때 한글 문자가 얼마나 독특하고 아름다운지 새삼 느꼈다.

‘상상’, ‘미래’ 등의 문구를 스티커로 제작해 자신의 얼굴에 붙인 존 유이. 시그너처 로고 패턴 니트 베스트는 2019 구찌 프리폴 제품.

사람들이 당신을 타투 아티스트로 소개하는 데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그 작업만 하지는 않는데. ‘타투 아티스트’는 사람들이 나를 묘사하는 전형적인 방식이다. 뉴욕에서 대학을 갓 졸업했을 때, 꿈을 이루기 위해 약간의 자금이 필요했다. 돈을 벌기 위해 삽화를 그리기 시작했고, 문신 스티커를 만들어 온라인에서 팔았다. 사람들이 나를 예술가로 분류하곤 하지만 나는 여전히 내 자신을 어떻게 소개해야 할지, 또는 내가 하는 일에 대해 약간 혼란스럽다. 하나로 정의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대만에서 자라 뉴욕에서 공부했고, 세계 무대에서 활동한다. 당신이 태어난 곳과 당신이 공부한 환경은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 대만은 정말 작은 시장이다. 재능 있는 사람이 많지만 그들이 하고 싶은 일을 하기에 환경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는 사실은 슬픈 일이다. 뉴욕에서 대학을 다니던 때는 매우 경쟁적인 환경에서 패션 디자인을 공부했다. 학생들에게 과도한 경쟁 에너지를 요구했고, 많은 친구들이 정신적으로 병들어갔다. 이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전히 대만을 사랑하고 내가 그 학교에 간 것에 감사한다. 나에게 일어난 모든 일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테크놀로지를 이미지화했을 때 존 유이는 ‘전자기판’을 떠올렸고 메이크업 아티스트 오성석은 실제 기판을 뜯어 그녀의 몸과 얼굴에 아티스틱하게 재구성했다. 사이버틱한 비즈 장식 톱은 2019 봄/여름 엠포리오 아르마니 제품.

당신을 얘기할 때 패션 브랜드 ‘구찌’와의 작업을 빼놓을 수 없다. 협업은 어떻게 진행됐는가?  온라인 아티스트가 하우스 브랜드와 협업하는 트렌드를 선도한 것이 구찌다. 구찌와 함께한 작업은 내 경력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라고 할 수 있다. 구찌와 내가 협업한다니,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 다른 패션 브랜드나 언론이 나를 더 주목한 계기가 되었고 말이다. 그 당시 그들이 원하는 일을 하기 위한 작업자로 나를 선정했을 뿐인데, 나에게는 정말 랜덤 추첨에 당첨된 것과 같은 일이었다.

많은 패션 브랜드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있다. 가장 최근에는 나이키와 전시했는데, 이런 것들이 당신에게 어떤 에너지를 주나? 패션 디자인을 전공했지만 내가 패션 디자이너가 될 인재는 아님을 일찍 깨달았다. 좋아하는 것을 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을 찾았고, 그 길은 내가 사랑하는 패션과 연관되어 있었다. 가장 최근에 한 나이키와의 작업은 대만에서 진행했다. 대만에서 태어나고 자랐기 때문에 뉴욕에서 쓰는 어떤 것보다 더 많은 자원의 출처를 알고 있고 예산도 아낄 수 있었다. 기쁘게도 나이키는 큰 자유를 줬다. 새로운 시도는 결과보다 과정에서 더 많은 배움을 준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새로운 경험들은 나에게 많은 자극과 영향을 준다.

비주얼 아티스트 메이는 여기에 전자기판 네일 아이디어를 더했다.

작업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무엇인가? 언젠가 예술이 역사와 같다는 것을 깨달은 순간이 있다. 박물관에서 전시를 보면 작품 속에서 살고 있던 예술가, 시대, 시대적 배경 등을 느낄 수 있다. 만약 내가 나의 모든 것을 일기로 기록한다면? 내가 어떻게 변했고 그 순간에는 무엇이 유행했는지, 내가 무엇을 바꾸려고 했는지 등 내 감정의 역사를 알 수 있다. 전시회에서 작품을 볼 때처럼 그냥 느낄 수 있는 거다.

당신의 작업물은 매일 접할 수 있는 일상과 가까이 있다.  특별한 영감을 찾으려고 애쓰는 스타일이 아니다. 예를 들어 지하철에 앉아 있다가 사람들의 신발을 보다 보면 몇 가지 생각이 떠오르고, 그것을 실현하기 위한 작업으로 이어지는 식이다. 늘 일상에서 뭔가를 포착하고 작업하지만 지금의 나에게는 조금 벅차다. 너무 많은 일이 빨리 일어났기 때문이다. 지금은 조금 쉬고 싶다. 창조적인 일은 나에게도 엄청난 스트레스다.

작업을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나?

그럴 때도 그렇지 않을 때도 있다. 내 일을 설명하는 것은 나에게 참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예술 작품을 만드는 거다. 말로 내 표현과 주장을 잘 못 하기 때문에. 작업 뒤에 늘 깊은 뜻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저 직관적으로 멋있고 재밌다고 느끼는 것을 할 뿐이다.

일상에서 영감을 얻는 존 유이와 헤어 스타일리스트 이현우의 협업으로 완성된 휴대폰 헤어스타일링. 풍성한 퍼프 소매가 특징인 패턴 재킷은 2019 봄/여름 루이 비통 제품.

패션 에디터
김민지
포토그래퍼
조기석
비주얼 아티스트
메이킴
모델
존 유이, 선혜영
헤어
이현우
메이크업
오성석

SNS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