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세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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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일에 싸인 디자이너, 케이 니노미야

누아 케이 니노미야는 꼼데가르송의 소속 디자이너 ‘케이 니노미야’가 전개하는 브랜드다. 꼼데가르송의 패턴 디자이너로 입사해 레이 가와쿠보와 8년을 일했고, 2016년 처음으로 자신의 브랜드를 발표했다. 그의 옷들은 하나의 유닛으로 시작해 유기적으로 형상화되며, 창의적인 실루엣으로 완성된다. 40벌이 넘는 의상을 모두 수작업으로 마무리하는 이 숭고한 검은 창조물은 아무것도 말하려 하지 않는다. 그저 새로운 것을 발견하고 만드는 즐거움을 느끼고 표현할 뿐. 한국 매체로는 처음으로 베일에 싸인 디자이너를 파리에서 만났다.

한국 매체로는 당신을 처음 인터뷰한다고 들었다. 한국에 가본 적 있나? 아직 한국에 가본 적은 없지만, 한국은 지금 너무나 유명하고 인기가 많은 나라다. 나 역시도 한국이 무척 궁금하다.

한국에서도 당신을 굉장히 궁금해한다. 특히 패션계에 종사하는 사람 사이에서 당신은 굉장히 유명하다. 정말? 진짜인가?(웃음) 감사하다.

쇼 잘 봤다. 초대해줘서 고맙다. 이번 시즌의 영감은 어디에서 받았나? 이번 시즌의 영감은 쇼의 테마와 같다. 느꼈겠지만 온통 장미로 만들어진 컬렉션이다.

이번 시즌을 위해 새롭게 개발한 소재가 있는지, 이번 시즌 주로 사용한 패브릭과 그 활용 기법에 대해 듣고 싶다. 여러 가지 소재를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했다. 예를 들어 장미를 표현하기 위해 오간자 소재를 사용했고, 블랙 가죽으로 긴 튜브를 만들어 엮기도 했다. 이번 시즌에는 장미를 더욱 과감하고 추상적으로 표현해보았다. 장미를 형태 그대로 나타내기보다 내가 느끼는 장미를 어떻게 표현하느냐가 이번 컬렉션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였기 때문이다.

27kg에 달하는 거대한 드레스는 누아 by 케이 니노미야 제품.

한 벌 완성하는 데 엄청난 시간이 소요될 것 같다.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지 궁금하다. 그리고 이번에 소개한 착장 중 심지어 35kg짜리 의상도 있다고 하던데. 정확하게는 27kg이다(웃음). 입기는 어렵겠지.

그중 가장 작업하기 힘들었던 의상이 있다면? 모든 의상이 작업하기 힘들었다. 일일이 수작업을 하기 때문이다. 내 브랜드를 처음 만들었을 때부터 그렇게 해온 터라 오래 걸리기는 하지만 결국 만들어낼 수 있다.

당신의 이번 컬렉션은 마치 점점 만개하는 꽃봉오리 같았다. 쇼 후반부로 갈수록 확장되는 실루엣과 볼륨이 느껴졌다. 무엇을 보여주려는 거였나? 사실 내 컬렉션에서 볼륨은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그보다는 실루엣을 통해 나의 창의력을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머릿속에 그려진 디자인을 현실로 구현하기 위해 어떤 기법을 썼는지? 처음부터 머릿속에 완벽하게 그려지는 디자인은 없다. 내 모든 작업은 단계적이고 점진적으로 이루어진다. 최후의 이미지는 작업하면서 천천히 완성되어간다. 작업을 하면 할수록 이미지는 더욱 분명해진다.

당신의 작업은 마치 장인의 수공예 같다. 궁극적으로 당신의 컬렉션을 통해 표현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특별히 언표하고 싶은 것은 없다. 노 스테이트멘트.

작업 과정도 궁금하다. 영감을 받고, 스케치하고, 어떤 패브릭을 쓸지 고민하는 과정 말이다. 나는 우선 작업실에 널려 있는 여러 가지 소재를 만지작거리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것을 가지고 하나의 유닛을 만든다. 이 유닛이 기본적으로 가장 중요하다. 유닛이 완성되면 하나하나 연결하면서 서서히 의상을 형상화한다. 그런 다음 의상의 형상을 바꾸어가며 다양한 실루엣을 만든다.

작은 시폰 주름 유닛으로 시작해 거대한 실루엣을 만든 케이프와 팬츠, 검은색 슈즈, 시스루 글러브는 모두 누아 by 케이 니노미야 제품.

이번 시즌 런웨이에 선 모델들은 장미로 머리를 가득 장식했다. 플로리스트 ‘마코토 아즈마’와 함께한 작업인가? 몇 시즌 전에도 그와 작업했던데, 그는 당신의 옷에 판타지를 더해주는 듯하다. 맞다. 이번 시즌 역시 그와 함께했다. 아! 그래! 당신 말대로 내 작품에 판타지를 더해준다. 나는 옷을 만들지만 페이스 피스와 헤어 피스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그야말로 퓨전이다. 언제나 그렇듯이 나는 마코토에게 “이번 시즌의 테마는 장미야”라고 말했다. 그리고 어떤 콘셉트나 컬러를 쓰면 좋겠는지 언급했다. 그러면 그는 파리에서 꽃들을 사서 멋진 작품을 뚝딱 만들어준다. 그의 꽃꽂이 작품은 완성될 때까지 계속해서 변형된다. 마치 나의 작업물처럼. 그의 작업이 더해지고 나야 비로소 내 옷이 완성되는 느낌이다.

당신은 꼼데가르송의 패턴 제작자로 일을 시작했다. 어떤 인연으로 그곳에서 일하게 되었고, 그곳에서 당신은 어떤 작업을 했나? 앤트워프에서 2년간 공부하는 도중에 여름방학 동안 인턴십을 하기 위해 회사에 이력서를 냈다. 굉장히 평범한 방식으로 인연이 시작되었다. 레이 가와쿠보가 인터뷰하자고 연락이 왔고, 인터뷰를 본 뒤 그녀가 오케이했다. 꼼데가르송에서는 보통 실루엣을 결정한 후에 소재를 결정 한다. 나는 그곳에서 패턴 제작자로 일했다. 꼼데가르송 에서의 작업은 무척이나 어려웠다.

레이 가와쿠보와 함께 일하면서 배운 것은 무엇인가? 나는 모든 것을 그녀에게 배웠다. 어떻게 그 시간이 지나갔는지 기억은 잘 나지 않지만 나는 그곳에서 언제나 최선을 다했다. 쉽지 않은 과정이었다.

꼼데가르송에서 일하지 않았다면, 당신이 옷을 만드는 방향성은 크게 달라졌을까? 나의 비전은 처음부터 꼼데가르송과 비슷했다. 그렇기 때문에 그곳에서 일하고 싶어했고.

소재와 패턴의 반복을 통해 만들어진 창의적인 실루엣의 드레스는 누아 by 케이 니노미야 제품.

당신의 옷은 온통 블랙으로 이루어진다. 당신이 만드는 옷에 색채가 없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냥 나는 블랙을 좋아한다.

검은색이 주는 매력은 무엇인가? 그냥 그 색이 좋다. 검정은 단어일 뿐 이지만, 강하고, 매우 아름답고, 그리고 매우 깊은 오묘한 색이라고 생각한다. 당신도 검은색을 입고 있지 않은가.

만약 단 하나의 색깔을 써야만 한다면, 어떤 색으로 작업해보고 싶나? 화이트.

당신은 일반적인 패션 디자이너와는 확실히 다른 길을 걷는 것 같다. 트렌드에 흔들리지도 않으며 오로지 자신의 미학을 따른다. 그리고 끊임없이 연구하고 당신만의 길을 간다. 판매나 비즈니스에 신경을 쓰기도 하는지? 당연히 중요하다. 안 그래 보이지만 나도 무척 신경을 쓴다.

그렇다면 당신의 옷은 어떤 사람이 입고 즐겼으면 좋겠나? 자신만의 비전이 확고한 사람들, 그리고 강인한 애티튜드와 개성이 있는 사람들.

당신은 늘 새로운 것을 발견해 옷으로 만든다. 새로운 무언가를 발견하기 위해 당신은 어떤 노력을 하는가? 매일 작업하는 것. 나는 매일 새로운 소재나 그것을 다루기 위한 테크닉을 구상한다. 무엇보다 끊임없이 노력하는 태도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내 작품들은 카피가 아니다. 모든 것이 내가 일해서 성취한 것이다. 어떤 의미에서 참 쉬운 일이지 않나?

앞으로 꼭 해보고 싶은 특별한 작업이 있다면? 쇼 직후라 현재는 특별한 것이 없다. 조금 지나면 또 생각이 나겠지.

요즘 당신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은 무엇인지 궁금하다. 오늘 가장 답하기 어려운 질문인 듯하다. 패션? (웃음) 짐작했겠지만 나는 워커홀릭이다. 지금은 온통 일밖에 생각이 나지를 않는다.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얼마 뒤에 일본에서 열릴 내 전시로, 그곳에 온통 신경이 쏠려 있다.

패션 에디터
김신
포토그래퍼
김형식
모델
하나령
헤어
Mike Desir Using @oribe (@B Agency)
메이크업
나세영
통신원
이길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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