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듬 속의 그 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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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아 그라치아 치우리가 펼쳐 보인 춤의 세계.

무용수들이 춤을 추고 그 곁으로 워킹 중인 모델들.

백스테이지에서 포착한 모델들.

백스테이지에서 포착한 모델들.

파리 패션위크의 문을 연 디올, 현대 무용가들의 아름다운 춤사위가 어우러진 무대는 쇼가 끝난 뒤에도 긴 여운을 남겼다. “이 이야기는 몸에서 시작됩니다. 이것은 신체의 완벽함에 관한 것이 아닙니다. 유연성과 움직임의 파워에 관한 것이죠.” 환상적인 무대를 연출한 안무가 샤론 에얄(Sharon Eyal)은 말했다. 춤은 이번 컬렉션의 핵심이다. 리듬, 움직임 그리고 음악을 통해 존재의 가장 깊숙한 부분을 건드려 의상으로 표현했다. 그런 의미에서 마리아 그라치아 치우리는 동시대 가장 재능 있는 안무가인 샤론 에얄과 이 쇼에서 꼭 함께하길 소망했고, 원한 바를 이루었다.

크로스로도 연출할 수 있는 새들백 디자인의 벨트백.

무용가 로이 풀러를 오마주한 만화경 프린트의 백.

발레에서 영감 받은 플랫 슈즈와 샌들.

발레에서 영감 받은 플랫 슈즈와 샌들.

마리아 그라치아 치우리의 영감을 자극한 것은 강고한 코드를 뒤흔든 예술가들의 작품이다. “춤이 주는 경험, 그 가장 은밀한 진실, 그리고 춤이 보편적인 표현의 수단이라는 사실과 현대 무용의 제스처가 지닌 급진주의가 나의 상상력을 자극했습 니다.” 로이 풀러(Loie Fuller), 이사도라 던컨(Isadora Duncun), 루스 세인트 드니스(Ruth Saint Denis), 마사 그레이엄(Martha Graham), 그리고 피나 바우슈(Pina Bausch)에 이르는 현대 무용의 주역들은 춤의 세계에 혁명을 일으킨 장본인들이다. 그들이 보여준 역사적인 작품들로 인해 시간과 공간 그리고 자연과의 새로운 이야기와 그 속에서 움직이는 신체의 아름다움이라는 또 다른 아이디어를 탄생시킬 수 있었다. 컬렉션을 수놓은 보디슈트, 언더셔츠, 가벼운 점프슈트는 누드의 무한한 뉘앙스를 드러내는 패션의 안무에 다름 아니다. 이는 다양한 변화 속에서 움직임이 수반되는 신체의 그것과 유사한데, 바로 이것이 컬렉션의 기초이자 완성이 된다. 만화경 모티프 프린트 의상과 다양한 아이템은 조명을 이용해 드라마틱한 효과를 내던 최초의 현대 무용가 로이 풀러의 영화적 실험에 대한 오마주이기도 하다. 마리아 그라치아 치우리는 신체의 통제와 해방, 엄격한 규율과 무한한 자유를 담은 극단의 에너지를 의상에 담아냈다. 그것이야말로 정교하고 세련된 안무와 여성적인 상상력의 강력한 폭발과도 같은 이번 컬렉션을 탄생시킨 에너지라고 할 수 있겠다.

패션 에디터
정환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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