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스키와 모임 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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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쌀해진 계절 뜨겁고 향기로운 위스키를 마신다. 그리고 모임 별의 음악을 듣는다.

피처_위스키기사

왼쪽부터 | 셰리 와인을 저장해둔 오크통에 숙성한 위스키 원액을 함께 블렌딩한 ‘조니워커 블랙 레이블 셰리 에디션’, 셰리 캐스크와 아메리칸 버번 캐스크에서 숙성시켜 만든 싱글 몰트위스키 ‘아벨라워 12년 더블 캐스크’, 모임 별의 새 음반 <주인 없는 금>, 금속이 장식된 화이트 테이블은 ‘사이드테이블 by 메종티시아’ 제품.

<프루프 술의 과학>이란 책에는 증류 과정을 매력적으로 표현한 구절이 곳곳에 등장한다. 이를테면 “증류는 뭔가를 줄임으로써 더 강력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농축하는 과정이고 초점을 맞추는 과정이다.” “증류하기 위해서는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자만심이 필요하다.” 문명이 곧 증류와 함께 시작됐다고 설파한다. 증류주인 위스키(Whisky)의 어원은 ‘생명수(Usquebaugh)’에서 유래했다. 위스키에 입문하는 계기는 저마다 다르지만, 강렬하고 뜨거운 기억으로 자리한다. 이 생명수는 고독의 시간과 싸우는 작가들에게 적적함을 달래는 음료가 되어주곤 했다. 이런 문장을 남긴 소설가 레이먼드 챈들러처럼. “세상에 나쁜 위스키란 없다. 그저 덜 좋은 위스키가 좀 있을 뿐이다.”

위스키를 마시다 보면 생각나는 밴드가 있다. 2000년 술자리에서 탄생한 밴드 모임 별이다. 이들의 음악은 술과 술 사이 어디쯤이다. 영화 <고양이를 부탁해>의 OST, <월간뱀파이어>라는 이름의 잡지, ‘비단뱀클럽’이라는 자체 레이블. 무엇으로 기억하든 모임 별을 안다는 것, 이들의 음악을 듣는다는 것은 어떤 기호와 암호를 품고 있다. 이번 앨범 <주인 없는 금>에는 밴드 새소년의 황소윤이 새 멤버로 합류했다. 이번 앨범을 끝으로 밴드를 떠나는 이윤이의 신시사이저 연주가 담겨 있다. 모임 별의 오랜 동료이자 친구인 아티스트 양혜규가 앨범 커버를 작업했다. ‘친밀한 적들’, ‘은유의 끝’ ‘더러운 더러움’ ‘해안도시에서의 낮술’ 등 총 열네 곡이 수록되어 있다. 특히 12번 트랙 ‘불량배들, 서울’이라는 곡에는 홍어, 위스키, 삼치구이, 샴페인, 당근, 소주 등 먹고 마신 온갖 것이 등장한다. 모임 별의 음악을 들으면 독주를 마시면 나타나는 반응이 비슷하게 일어난다. 두근거림, 상승하는 체온, 어지러운 기운, 빠르게 스쳐 지나가는 어떤 이미지들. 주목받는 미디어 아티스트 김희천 작가가 연출한 신곡 ‘친밀한 적들’의 뮤직비디오도 정말 근사하다.

피처 에디터
김아름
포토그래퍼
이창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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