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부에게 영감 받은 패션 아이템

사공효은

바캉스 끝 자락의 미련을 놓으면 부쩍 다가온 가을을 만끽할 수 있다. 아름다운 계절 가을이 점점 짧아진다는 기상청의 슬픈 소식을 뒤로한 채 붉고 노랗게 물들어 추수할 때를 기다리는 제철 과일과 채소처럼 이 가을을 만연하게 느낄 수 있는 농부 아이템에 주목했다.

내리쬐는 해를 피할 그늘도 없는 광활한 논 밭의 곡식을 수확하는 농부의 그을린 피부와 흐르는 땀, 머리에 눌러쓴 볏짚 모자. 송아지 여물 주러 걸어가는 농부의 고무장화, 흐르는 땀을 막아줄 두건. 양봉업자가 쓸 법한 뒷목을 가리는 모자까지. 친근하고 실용적이기만 한 농부 아이템을 패션계는 어떻게 재해석했을까? 패션 하우스부터 아웃도어 브랜드에 이르기까지, 위트 있게 해석된 디자이너의 룩과 지금 당장 쇼핑 가능한 아이템들을 모아 모아 소개한다.

GANNI 2019 S/S

GANNI 2019 S/S

구찌

커버낫

디스이즈네버댓

바람에 날아갈까 노심초사할 일 없는 끈 달린 모자

고개를 숙이거나 들어 올릴 때 흘러내리고 벗겨져 버리는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턱을 조여 묶는 모자는 필수. 특히 챙이 넓어 뜨거운 햇볕을 막아 그늘을 만들어 주는 모자라면 더할 나위 없이 좋다. 2019 봄/여름 컬렉션에서 가니(Ganni)는 얼굴과 턱을 넉넉하게 덮는 모자를 새로운 컬렉션 아이템으로 선택했다. 넓은 챙과 넙적한 끈 장식은 얼굴이 햇볕에 그을릴 걱정을 덜게 해줄 것만 같다. 구찌, 로에베 외 스트리트 브랜드 커버낫도 턱 끝까지 조여 맬 수 있는 모자를 선보였고 디스이즈네버댓은 하이킹 무드의 모자를 출시했다.

PRADA 2018 F/W

PRADA 2018 F/W

돌체앤가바나

랙앤본

프라다

송아지 여물 주러 가는 농부의 장화 신은 발걸음

시골 할머니 댁에서 언젠가 한 번쯤 마주쳤을 법한 고무장화는 비가 오거나 가축의 축사에 들어가는 농부의 발걸음에 항상 함께 한다. 발목 길이부터 무릎을 넘어서는 길이까지 프라다 2018 가을/겨울 컬렉션에 다양한 길이로 등장했다. 입구를 조여 외부의 비와 눈을 완벽히 차단할 수 있도록 천과 조임 줄을 더한 것이 특징이다. 돌체앤가바나는 전체를 금빛으로 물들인 장화를 선보였고 랙앤본이 소개한 디자인은 일상에서 신는 신발과 비슷한 디자인으로 발목을 조금 넘는 길이다.

GUCCI 2019 RESORT

GUCCI 2019 RESORT

버버리

줄리아 클랜시

로스코

머리를 동여맨 스카프

시야를 가리거나 흘러내리는 땀을 매번 닦는 수고를 덜기 위해 두건을 매거나 스카프를 둘러매는 방식의 스타일링은 도시나 농촌이나 다름없다. 2019 봄/여름 리조트 컬렉션에서 구찌는 고운 색의 패턴이 들어간 실크 스카프를 머리에 둘렀다. 얼핏 시골 미용실에서 파마 중화 시간을 대기하는 어여쁜 할머니의 모습이 연상되기도 한다. 버버리의 시그니처 체크 패턴의 실크 스카프와 동여맨 매듭이 특징적인 줄리아 클랜시(Julia Clancey)의 터번, 그리고 밀리터리 브랜드 로스코(Rothco)의 페이즐리 스카프도 지금 당장 구매 가능하다.

DIOR 2019 S/S

DIOR 2019 S/S

아쉬시

토리 버치

베트멍

계절만큼 화려한 꽃무늬 패턴

구름 한 점 없는 가을 하늘과 산을 물들이는 단풍의 조화. 시골길을 걷는 아낙네들의 꽃무늬 옷속 가을 풍경은 정겹기만 하다. 익어가는 곡식과 환하게 피어난 꽃무늬로 이 계절을 진하게 즐겨보는 건 어떨까? 2019 봄/여름 레디투웨어 컬렉션에서 찾은 디올 드레스 위엔 꽃밭이 펼쳐졌다. 베트멍의 점퍼와 토리 버치의 살랑거리는 스커트 그리고 아쉬시(Ashish)의 스웻 셔츠에도 활짝 핀 꽃이 그득.

BURBERRY 2017 F/W

BURBERRY 2017 F/W

캘빈클라인 205W39NYC

크리스토퍼 케인

미라 미카티

비가 오는 날을 대비한 비옷

굵은 빗줄기나 흩어지듯 내리는 이슬비에 젖으면 체온이 급격히 떨어지고 몸이 무거워 불필요한 에너지를 낭비하게 된다. 이때, 바닷가 근처에서 조업을 하는 이들에겐 몇 차례 입어도 끄떡없는 탄탄한 비옷은 필수다. 2017 가을/겨울 레디투웨어 컬렉션에서 패션으로 스타일링이 가능하며 비가 와도 안심시켜줄 레인코트를 여러 벌 선보였다. 버버리의 투명 코트, 캘빈클라인205W39NYC과 미라 미카티(Mira Mikati)의 생동감 있는 컬러 레인코트, 동그란 태양 패턴이 뒤덮인 크리스토퍼 케인 레인코트까지 각자 독특한 매력이 있다.

프리랜스 에디터
오지은
사진
Indigital Media, Courtesy of Covernat, Dior, Gucci, Matchesfashion, Mytheresa, Netaporter, Prada, Rothco, Thisisneverth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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