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재.페 이제는 말할 수 있다

이채민

서울재즈페스티벌(이하 ‘서재페’)처럼 다양한 아티스트가 참여하는 큰 규모의 행사를 치르면 비하인드 스토리가 한 보따리는 생긴다. 공연 기획사 프라이빗 커브 측으로부터 각종 에피소드를 수집했다.

서재페

직원들만 안다는 서재페 단기 다이어트
이틀 동안 열리는 서재페를 준비하며 공연 기획사 직원들의 몸무게는 평균 2~3킬로그램이 빠진다. 드넓은 올림픽공원 내 각 구역에서 펼치는 행사 준비를 위해 기본 4만 보를 걷기 때문. 잔디마당에서 올림픽홀까지, 홀에서 수변무대까지 공원을 누비며 앉을 새도 없이 일주일간 돌아다니면 저절로 다이어트가 된다. 이른바 ‘서재페 다이어트’를 몸소 경험하고픈 사람은 공연장을 한 곳도 빠뜨리지 말고 돌아다녀보길. 이틀 만에 살이 빠지는 기적을 체험할 수 있다.

아티스트 실종 사건
작년 서재페에 출연한 아비샤히 코헨은 덥수룩한 수염이 매력적인 색소포니스트다. 그가 공연을 앞두고 사라졌다! 이 긴급 상황에 놀란 공연 관계자들은 단체 카톡방에서 “긴급 긴급! 아비샤히 코헨을 찾습니다”라고 공지를 띄우며 애를 태웠다. 그러자 잔디 마당 구역을 담당하는 직원이 아무렇지 않게 메시지를 보내길, “코헨 지금 잔디에서 공연 보고 있는데요?” 아티스트마저 시간을 잊고 다른 이의 공연에 몰입하게 만드는 서재페다.

절친 무대에 깜짝 등장한 마크 론슨
2016년 서재페 라인업에 나란히 이름을 올린 프로듀서 마크 론슨과 싱어송라이터 루퍼스 웨인라이트. 둘은 아주 친하지만 서로 사는 곳이 멀어 만나기가 쉽지 않았다. 서재페가 그런 둘 사이의 오작교 역할을 했다. 서울에서 친구와 상봉한 마크 론슨은 본인 공연 전 루퍼스 웨인라이트의 무대에 깜짝 등장했고, 특급 게스트가 나타나자 관객은 당연히 깜짝 놀라며 환호했다. 두 남자는 공연이 끝난 후에도 대기실에 남아 늦은 시각까지 술을 마셨다. 올해 서재페에서도 기대되는 만남이 있다. 바로 제시 제이와 켈라니. 둘은 각자 인스타그램에 서재페 공연 소식을 알렸는데, 제시 제이가 먼저 켈라니의 인스타그램에 “너의 공연을 보러 갈 수 있다면 좋겠어”라고 멘션을 남겼다. 제시 제이가 켈라니의 무대에 서든 관객석에 자리하든, 그녀를 마주친 사람들의 비명 소리가 벌써부터 들리는 듯하다.

긴박한 순간, 마마스건
작년 서재페 무대에 선 마마스건은 공연 전과 후 모두 관계자들을 긴장하게 만들었다. 공연 전날 도착할 예정이던 비행기가 영국 항공사의 문제로 지연되면서, 공연 당일 아침에 도착하는 일정으로 갑자기 바뀐 것. 마마스건 팀이 인천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직원들은 007 작전처럼 기민하게 움직였고, 멤버들은 결국 공연 시작 10분 전 공연장에 도착했다. 기적처럼 무사히 공연을 마친 그들이 한숨 돌리면서 공원을 산책하고 다른 아티스트의 공연을 보기 위해 이동하 는데…. 멤버들을 알아본 팬들이 순식간에 우르르 몰려들면서 즉석 팬 사인회가 열렸다. 이 기분 좋은 소동에 혹시나 사고가 생기진 않을까 하여 직원들은 다시 007 작전 태세에 돌입. 본의 아니게 스릴 넘쳤던 마마스건이다.

우리들의 스타 혼네, 그리고 혼네의 스타는?
서재페에 참여하는 아티스트 라인업에 관심 갖는 건 관객들만이 아니다. 매해 화려한 라인업을 자랑하는 만큼 아티스트들 역시 누가 서재페를 찾는지 촉각을 세우는 경우가 많다. 작년에 공연을 코앞에 둔 시점에서 부상을 당한 자미로콰이가 불참하게 되자, 그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이틀 모두 출동한 주인공은 바로 혼네다. 둘째 날 공연을 앞둔 시각, 앤디와 제임스는 자신들의 앞 순서에 섰던 재즈 빅밴드 타워 오브 파워의 무대를 넋 놓고 바라봤다. 파워풀한 그 공연을 보던 제임스는 갑자기 “나도 연습 좀 해야겠다!”라면서 큰 소리로 발성 연습을 시작했다. 여느 내한 뮤지션과 달리 서울에 충분한 시일을 머문 그들은 <더블유>와 따로 만나, <더블유>가 페이스북 이벤트를 통해 추첨한 팬 서른 명과 유쾌하게 화보 촬영도 했다. 당시 ‘사’와 ‘랑’이라고 쓰인 티셔츠를 각각 입고 나란히 찍은 화보 컷과 영상을 보고 싶다면 <더블유> 웹사이트를 검색하시라.

맞춤 슈트에 반한 T.O.P
마커스 혼네가 넋 놓고 감상한 타워 오브 파워의 보컬 마커스는 연륜이 느껴지는 재즈 선율에 매력적인 목소리로 많은 관객을 사로잡았다. 그가 공연 때 입은 회색 빛깔의 슈트는 사실 한국에서 급히 맞춘 의상이었다. 그러나 저렴한 가격에 질까지 좋은 슈트에 반한 마커스는 공연 이후 추가로 세 벌이나 더 맞추고 갔다는 후문.

서재페의 ‘인포 요정’, 개그우먼 박지선
작년 서재페에서 공연 기획사 식구들에게 천사 같은 존재가 있었으니, 바로 박지선. 그녀는 해마다 서재페를 방문하며 이 페스티벌과 음악 팬임을 입증한 인물이다. 이를 계기로 기획사와 친분이 생긴 박지선은 급기야 인포메이션 부스에서 수고하고 있는 관계자를 위해 귀여운 행동을 보여줬다. 길을 물어보는 사람이 많이 몰렸던 시간에 피켓을 직접 만들어 “공연장은 이쪽입니다” 하며 몸소 안내요원을 자처한 것. 뜨거운 햇살 아래 지친 직원들에게 시원한 단비와 같았던 박지선을 올해도 만날 수 있을까?

한국 코즈메틱의 팬이 된 베벨 질베르토
2015년 서재페에 참여한 보컬리스트 베벨 질베르토. 깜박하고 호텔에 화장품을 두고 온 그녀를 위해 한국 여자 스태프들이 파우치를 오픈했다. 유독 한 스태프의 화장품을 마음에 들어 한 베벨은 공연을 마칠 때까지 쓰고 돌려주겠다고 했는데, 그 제품은 올리브영에서 판매하는 국내 브랜드의 파우더. 공연이 끝난 후에도 어디 가면 그 화장품을 쓸 수 있냐 고 호기심 어린 눈으로 문의하는 그녀에게 스태프는 말했다. “쓰던 거지만 제 것 가지실래요?” 그렇게 파우더는 1초의 망설임도 없이 활짝 웃으며 좋다고 대답한 베벨의 품으로 갔다.

피처 에디터
권은경
아트워크
허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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