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는 섞어 쓰라 말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한 제품을 여러 번에 걸쳐 나눠 바르라 한다. 도대체 누구 말이 맞는 걸까?
나만 봐
스킨, 로션, 에센스, 크림을 열심히 챙겨 발라도 해소되지 않던 환절기 속땅김이 토너 하나만 여러 번 덧발랐을 뿐인데 해결됐다며 간증하는 사람들이 많다. 겨울에야 속땅김이 느껴지면 유분감이 가득한 크림이나 밤을 덧발라도 되고, 애초에 스킨케어 단계를 늘려 건조함을 해소할 수 있지만, 봄이 다가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겨울에 쓰던 리치한 크림을 덧바르면 뾰루지가 나고, 스킨케어 단계를 늘리면 메이크업이 때처럼 밀리기 일쑤다. 쳇바퀴처럼 매년 반복되는 이 고질적인 문제를 피부 전문가들은 어떻게 해결하고 있을까? 토너나 세럼, 크림처럼 동일한 카테고리의 화 장품을 몇 번이고 레이어링한다는 몇몇 뷰티 엑스퍼트의 팁을 통해 그 실마리를 찾을 수 있었다. 고질적인 속땅김을 해결해준다는 입소문을 타고 뷰티 커뮤니티에서 유행하는 7스킨 보습법을 생각하면 쉽다. 다만 7스킨 보습법이 한 가지 토너만 7번 덧바르는 것이라면, 전문가들은 토너와 세럼, 크림 레이어링까지 한 단계 진화한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미파문피부과 문득곤 원장은 피부 기능이 떨어져 뭘 발라도 효과를 못 볼 때 두 개의 토너를 레이어링한다. 물처럼 흐르는 워터 타입 토너를 솜에 덜어내 피붓결을 정리한 뒤 콧물 스킨처럼 점성이 살짝 있는 제품을 솜에 적셔 스킨 팩처럼 사용한다. 그런 다음 토너를 손바닥에 살짝 고일 정도로만 덜어내 피부 속으로 흡수시키듯 꾹꾹 밀어넣는 느낌으로 발라 침투력을 높인다. 고가의 크림을 발라도 해결되지 않던 속땅김이 로드샵 브랜드의 토너를 7번 레이어링하는 걸로 해소됐다는 인터넷상의 숱한 간증과 피부 기능이 떨어져 뭘 발라도 효과를 못 볼 때 점성 있는 토너를 겹겹이 발랐다는 문득곤 원장의 사례를 좀 더 깊게 들여다보면 왜 한 가지 제품을 여러 번 덧발라야 하는지를 알 수 있다. 고가 크림을 치덕치덕 발라도 피부 위에서만 겉돌고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는 건 각질층과 표피층으로 이뤄진 피부 장벽이 무너져, 진작에 탈락됐어야 할 각질이 피부 위에 얼기설기 얽혀 있음을 의미한다. 그래서 아무리 비싼 화장품을 치덕치덕 발라도 그 유효 성분이 피부 표피층 아래로 흡수되지 못하는 거다. 다만 한 제품을 여러 번 레이어링할 때는 바르는 양과 시간, 제품의 성분까지 꼼꼼하게 따져야 한다. 여러 번 바른다고 해서 한 번에 많은 양을 여러 번 덧바르는 게 아니다. 피부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선 한 번에 바르는 양을 쪼개서 바르는 게 좋다. 덧바르는 사이사이의 시간 또한 중요하다. 제품의 유효성분이 피부 속으로 제대로 흡수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 토너라면 약 15초, 에센스는 1분, 크림은 3~5분 간격을 두고 바르길 권한다. 동일한 질감의 제품을 여러 번 덧바른다는 건 결국 성분의 흡수력을 높이는 방법이기에, 사용하는 제품의 성분 또한 세심하게 파악하자. 고질적인 건조를 해소하기 위함이라면 비타민 C나 레티놀처럼 예민한 성분이 들어간 고기능성 제품보다는 무알코올 토너나 식물성 세럼처럼 보습에 집중한 제품을 선택하는게 안전하다. 정말 뭘 발라도 해결 안 되는 진퇴양난의 피부 상태라면, 세라마이드와 콜레스테롤, 지방산처럼 피부 장벽을 튼튼하게 하는 성분을 함유한 제품을 사용한다.
사이 좋게 지내자
최근에 단독으로는 사용할 수 없고 반드시 다른 제품과 믹스해 발라야 하는 생경한 제품이 출시됐다. 클라란스 ‘부스터’가 바로 그 주인공. 크림 혹은 크림 제형의 마스크에 3~5방울 덜어 사용하는데 제형이 특별하지 않아 더 눈길이 간다. 정말 뻑뻑한 텍스처의 제품이라면 당연히 섞어 써야겠거니 할 텐데, 이 제품은 묽은 세럼 포뮬러여서 단독으로 사용해도 전혀 무리가 없기 때문이다. “텍스처 자체만 봤을 땐 여타 세럼과 크게 다르지 않죠. 그러나 이 제품은 특정 고민을 빠르게 해결해주기 위해 몇 가지 성분만 고농축시킨 제품이에요. 그래서 얼굴에 직접 닿으면 트러블이 생길 수 있죠.” 클라란스 교육팀 배주희 과장의 이야기다. 클라란스 ‘부스터’처럼 고농도로 만들어 반드시 믹스해 사용해야 하는 제품이 있는가 하면, 드라이 오일처럼 제형적 특성 덕분에 섞어 쓰기 좋은 제품도 있다. 피부 위에 특유의 막을 씌우는 오리지널 오일 포뮬러와는 달리, 드라이 오일은 아무것도 바르지 않은 듯 쏙 흡수된다. 피부 위에 남는 느낌이 없다고 보습력 마저 가벼운 건 아니다. 오히려 흡수력을 높이기 위해 입자를 미세하게 쪼개고, 친수성을 높여 표피 아래 깊숙한 곳까지 유효 성분을 전달한다. 가벼운 질감에 흡수력마저 높였으니 그 어떤 질감과도 잘 어울리는 건 당연지사. 스킨케어 단계가 줄어들어 좋기는 한데, 각기 다른 기능과 성분으로 무장한 화장품을 마음대로 믹스해 발라도 되는지 걱정스럽다. 이에 대해 피부과 전문의들은 제품의 성분과 기능, 제형을 보다 면밀히 따져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함께 쓰면 안 좋은 성분의 대표주자는 비타민 C와 콜라겐이다. 피부 톤을 환하게 만드는 동시에 탱글탱글한 피부 탄력도 탐하겠다며 각각의 성분이 들어간 제품을 섞어 사용하는 순간, 당신의 피부는 지옥행 급행열차를 타게 된다. 콜라겐의 단백질 성분이 비타민 C를 응고시켜 피부 세포 속으로 유효 성분이 흡수되는 것을 막기 때문이다. 레티놀과 AHA, BHA 성분 또한 주의해야 한다. 세 가지 성분 모두 산성을 띠어 함께 사용하면 피부가 붉고 예민해진다. 영영 헤어져야 할 인연이 있다면 운명처럼 함께해야만 하는 성분도 있다. 전반적으로 칙칙한 피부 톤과 군데군데 점처럼 까맣게 변한 색소 침착이 고민이라면 비타민 C와 알부틴 화장품을 믹스할 것. 비타민 C는 이미 생성된 멜라닌 색소를 탈색하고 알부틴은 기미나 주근깨, 점처럼 색소가 비정상적으로 축적되지 않게 억제한다. 결론적으로 이 두 성분을 함께 사용하면 피부 톤을 전방위적으로 밝힐 수 있다는 말씀! 가뜩이나 홍조 띤 피부인데 기온 차나 히터로 인해 더 붉고 예민해졌다면 비타민 B와 비타민 K 화장품을 섞어 발라라. 비타민 B는 트러블의 원인이 되는 세균 증식을 억제해 외부 자극으로부터 피부 저항력을 높이고, 비타민 K는 비정상적인 혈관 확장으로 인해 붉으락푸르락 보기 싫은 홍조 피부를 균일하게 만든다. 이처럼 각기 다른 텍스처의 제품을 섞어 바를 때 또 하나 우려되는 점은 제형 간의 궁합이다. 가령 연고 크림에 오일을 믹스하면 물과 오일을 섞은 것처럼 각각의 포뮬러가 둥둥 뜨기 때문. 성분 궁합도 머리가 아픈데 제형까지 따져야 하냐며 울분을 토하려는 찰나,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어떤 포뮬러의 제품을 믹스하느냐에 따라 기존 질감보다 묽어질 수는 있지만 제품 본연의 기능과 효과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아요. 겉도는 느낌이 들더라도 제품의 효능은 온전하다는 거죠.” 이솝 마케팅팀 정인선 대리의 설명이다. 시간을 절약해준다는 것 외에, 제품끼리 섞어 쓰는 게 무슨 장점이 있느냐 묻는다면 두 제형 간의 시너지 효과라 이야기하고 싶다. 드라이 오일의 경우 단독으로 사용했을 때보다 다른 제형의 제품과 믹스해 발랐을 때 발림성이나 흡수력이 훨씬 좋았다. 게다가 몇몇 화장품은 단독으로 사용했을 땐 T존 주변에 지저분한 기름이 꼈는데, 다른 제품과 믹스해 사용한 날에는 동일한 부위에 맑은 유분이 형성되기도 했다. 제품끼리 섞어 쓰는 게 눈에 보이는 발림성의 차이 이상으로 피부에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믿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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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디터
- 김선영
- 포토그래퍼
- EOM SAM CHEOL
- 어시스턴트
- 임다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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