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OTHER LEV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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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기 있게 록을 외치던 소년들은 춤추고 랩하는 소년들보다 상대적으로 엄격한 시선을 받아왔다. 감내하고 성장한 끝에 이제는 다 함께 단단해진, FT아일랜드의 다음 스테이지.

왼쪽부터ㅣ재진이 입은 줄무늬 티셔츠는 Cheap Monday, 실크 셔츠와 베레모는 Kimseoryoung, 분홍색 팬츠는 Ordinary People 제품. 홍기가 입은 소매가 긴 니트 톱은 Ordinary People, 물방울 무늬 팬츠는 Kimseoryoung 제품.

왼쪽부터ㅣ재진이 입은 줄무늬 티셔츠는 Cheap Monday, 실크 셔츠와 베레모는 Kimseoryoung, 분홍색 팬츠는 Ordinary People 제품. 홍기가 입은 소매가 긴 니트 톱은 Ordinary People, 물방울 무늬 팬츠는 Kimseoryoung 제품.

홍기가 입은 프린지 재킷과 흰색 톱, 팬츠, 슈즈, 스카프, 핸드워머는 모두 Gucci 제품.

홍기가 입은 프린지 재킷과 흰색 톱, 팬츠, 슈즈, 스카프, 핸드워머는 모두 Gucci 제품.

그동안 각자 어떤 활동을 했나?
이홍기 난 김광석의 노래로 만들어진 뮤지컬 <그날들>이 8월부터 공연이라 연습에 들어갔다. 김광석 선배님 곡들은 요즘 발라드에 비하면 구성이나 악기 편성이 신선하다. 계속 듣다 보니 요즘 쓰는 멜로디마다 자꾸 옛날 느낌으로 나와서 큰일이다. 우리 앨범 준비는 마쳤으니까 당분간 곡 작업은 안 해야겠다.
이재진 독립영화 <걷기왕>을 촬영했다. 심은경씨가 멀미증후군으로 몇 시간씩 걸어서 통학하다가 경보에 재능이 있다는 걸 발견하는 주인공으로 나오는데, 그녀의 첫사랑 역할이다. 툭, 하고 등장했다가 어느 순간 또 툭, 하고 사라지는 냉면 배달부 소년.
송승현 웹 드라마를 촬영했다. 마약 정책과 사무관 역할로 나름 진지하다. 드라마에는 처음 도전해봤는데, 아주 재밌더라. 난 작은 기회 하나하나에 목숨 거는 타입이다. 나를 그냥 스쳐 지나가며 보는 사람에게도 내가 못한 모습 보이는 게 싫어서 늘 완벽하게 일하고 싶다. 웹 드라마도 그런 마음으로 임했다.

7월 중순, 6집 앨범 <Where’s The Truth>가 나온다. 타이틀 곡 뮤직비디오를 불 속에서 촬영했다고?
송승현 불이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가운데 서서 촬영했다. 조명 기구에 불이 붙기도 하고, 엄청 조마조마했다. 홍기 형은 뜨거워서 자꾸 얼굴 가렸지?
이재진 글쎄, 머리가 탔다. 가스 냄새가 진동하고. 8시간 정도 대기하고서 불 신은 2시간 만에 촬영했다.

지난해 초 발매한 5집 앨범 음악도 하드록이었다. 당시 멤버들 모두 비로소 FT아일랜드가 원하는 음악 작업을 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때 얘기부터 해보자. 원하는 음악을 세상에 내놓으니 결과가 어땠나?
이홍기
마니아 층이 더 생겼다. 인디에서 우리를 무시하던 사람 중에 앞으로는 좀 기대해봐야겠다고 하는 경우도 있었다. 평론도 좋았다.

재진이 입은 가죽 재킷은 Munsookwon, 흰색 터틀넥은 Lacoste Newyork Collection, 벨벳 팬츠는 Etro 제품.

재진이 입은 가죽 재킷은 Munsookwon, 흰색 터틀넥은 Lacoste Newyork Collection, 벨벳 팬츠는 Etro 제품.

한때는 장윤정과 박현빈 같은 트로트 가수의 히트곡이 줄줄이 나오면서 연말 시상식 무대에 아이돌과 트로트 가수가 함께 서기도 했다. 음악 방송이나 시상식의 의미가 퇴색한 느낌은 있지만, 장르의 다양성이 공존하는 가요계를 위해서라면 그런 자리에서 FT아일랜드를 좀 더 찾아주길 바라는가?
최종훈 라이브 공연을 하게 해주면 참여한다. 근데 그 조건이 충족 안 되는 경우가 많아서 방송 무대에 잘 못 선다.
최민환 밴드가 라이브 연주를 할 수 없다는 건 댄스 가수에게 춤추지 말고 가만히 서서 노래 부르라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재진 방송이란 게 우리에겐 쉽지 않다. 공간의 규모 문제도 있고, 라이브를 해도 라이브의 맛을 못 낸다.

방송사 측에서 라이브 자체를 허락하지 않는다기보단, 가수의 성에 찰 만큼 섬세하게 여건을 조성해주지 못한다는 뜻인가?
일동
아니다, 둘 다 문제다!
이홍기 아무래도 댄스 가수가 많다 보니 그들 위주로 리허설 시스템이 자리 잡힐 수밖에 없다. 밴드는 악기 설치와 사운드 문제 등등 때문에 리허설 때부터 시간이 많이 소요되고, 비용도 많이 든다. 그러니 우리는 골치 아프지 않게 핸드싱크를 하면서 4분짜리 곡을 2분대로 줄여달라는 주문을 받곤 한다. 우리는 4분치를 상상해서 곡을 만들었는데… 우리 돈을 들여 스태프를 꾸린다 쳐도 원하는 대로만 할 수가 없다. 방송에서는 보여 줄 수 있는 걸 100% 보여줄 수 없을뿐더러 이리저리 치이면서 스트레스만 받을 때가 있다.

종훈이 입은 벨벳 재킷은 Kimseoryoung, 붉은색 티셔츠는 Gosha Rubchinskiy by 10 Corso Como 제품.

종훈이 입은 벨벳 재킷은 Kimseoryoung, 붉은색 티셔츠는 Gosha Rubchinskiy by 10 Corso Como 제품.

승현이 입은 재킷과 팬츠는 모두 Kimseoryoung, 붉은색 톱은 Obey by Worksout, 검은색 부츠는 Punktshoes 제품.

승현이 입은 재킷과 팬츠는 모두 Kimseoryoung, 붉은색 톱은 Obey by Worksout, 검은색 부츠는 Punktshoes 제품.

멤버들이 10대 때 만나 합주하다 지금까지 왔다. 자작곡을 만들기 시작하면서 서로의 스타일을 잘 아는 점이 자연스럽게 활용 됐나?
이홍기 물론 그렇기도 하고, 곡 스케치 단계에서부터 서로 질문을 많이 한다. 내 경우 연주에 대해 어느 정도는 알고 있어도 내 영역은 보컬이니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각 전문가에게 의견을 구하는 게 낫다. ‘한번 죽어봐라’ 하는 마음으로 만들면서 ‘근데 이게 가능은 하겠어?’ 하고 물어본다거나.
최민환 ‘죽어봐라’ 식으로 곡 써주면 사실 고맙다, 공연 때 선보이면 멋있고. 근데 신보에 실릴 ‘Out of Love’라는 곡은 정말 드러머가 죽어나는 곡이다.
이홍기 재진이가 만든 곡 중에선 분명 ‘보컬 한번 죽어봐라’라 는 마음으로 만들었을 노래가 있다. 우리끼린 ‘우리 엄마’라는 제목으로 부른다.
이재진 그 곡에서 ‘Youre in Mind’라는 가사를 계속 반복하는데, 그 부분이 마치 ‘우리 엄마’라고 하는 것처럼 들린다. 그래서 노래 가이드를 잡을 때도 계속 이렇게 불렀다. ‘우리 엄마~ 우리 엄마~’

어느덧 데뷔 10년 차다. 밴드라는 정체성을 의심하는 세간의 시선도 있었고, 일본으로 건너가 밑바닥부터 다시 시작하는 고난도 있었다. 그간의 커리어 중에서 가장 기쁘고 의미 있었던 순간이 언제였나?
이홍기
작년 5집 앨범 <I Will>이 나왔을 때. 우리가 앨범 내고 나서 처음으로 뿌듯했다. 데뷔 앨범은 그저 첫 앨범이라는 이유만으로 뿌듯함이 있었지만, 그 이후부터는 긴 싸움의 시간이었던 것 같다. 뭐, 밴드는 무르익을수록 더 멋있어지니까.
최종훈 우리 자작곡으로 구성한 작년 5집이 우리 안에선 1집이라고 보면 된다. 과거는 모두 그립고 추억이기도 하지만, 음악적인 면에서 봤을 때 우리가 행복하고 즐겁게 일했다고 말할 수가 없다. 아무 생각 없이 회사에 끌려다녔다. 이젠 회사와 우리가 함께 해나가는거다. 처음 일본으로 넘어가 투어를 하면서 점점 밴드로 스며들었고, 아직도 스며들고 있는 중이다. 아직도 어린만큼 이제야 진짜 인생을 시작한다는 느낌이 우리에게 있 다. 멈추고 싶지 않다.
이재진 2007년에 데뷔하고 2008년에 일본 인디 활동을 시작 했다. 일본에서 미니 앨범 녹음할 당시의 기억이 난다. 그전까진 밴드가 뭔지, 내가 뭘 하는지도 모른 채 그냥 연주를 했던 것 같다. 당시 음반 제작자나 관계자들에게 우리 가지고는 음반 못 낸다는 얘기도 들으면서 이 악물고 연습했다. 그때가 겨우 열여덟 살이었다.
송승현 나는 재작년에 일본에서 ‘The Passion’ 투어를 할 때 그간 했던 라이브 중 가장 솔직한 감정으로 임한 것 같다. 연주 하는데 이렇게 행복해도 되나 싶어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연주가 끝나가니 슬프면서 이상하게 또 울컥하더라.
최민환 나는 힘든 기억은 잘 잊는 편이다. 데뷔 초기 무대를 다시 봐도 겨우 열여섯, 열여덟 살짜리 아기들이 그 정도로 해냈다는 게 신기하고 기특하다. 최근에는 콘서트 앙코르 무대를 하면서 마지막 곡의 마지막 후렴구를 향할 때 행복하다. 물론 그 순간이 다 끝나면 말할 수 없이 허무하지만.

민환이 입은 우주 프린트 셔츠는 Valentino by 10 Corso Como 제품.

민환이 입은 우주 프린트 셔츠는 Valentino by 10 Corso Como 제품.

참, FT아일랜드는 춤추는 것 대신 악기를 잡은 아이돌인가? 아이돌 소리를 들으면 화나나?
이홍기
누군가 아이돌이라고 하면 화나진 않고 살짝 무시하면서 반문한다. ‘아, 우리가 아직도 아이돌이에요?’

한번 아이돌은 영원한 아이돌 아닌가?
이홍기
아이돌은 10대의 우상이라고 생각하는데, 우리는 10대의 우상이 되고 싶은 마음은 없다. 사실 그 아이돌 타이틀, 처음부터 우리 스스로나 회사 측에서 붙인 것도 아니고 기자님들이 붙인 거다.
이재진 이젠 당당해져서 오히려 좋다.
최종훈 잘생기고 어리면 아이돌이다.(웃음)

왼쪽부터 I 승현이 입은 니트 톱은 Ann Demeulemeester, 팬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레오퍼드 슈즈는 Allsaints 제품. 종훈이 입은 스웨이드 셔츠는 Dolce & Gabbana 제품. 민환이 입은 초록색 니트 베스트는 Cos, 검정 터틀넥은 Etro, 검은색 첼시부츠는 Punktshoes 제품. 홍기가 입은 페도라와 톱, 팬츠, 목걸이는 모두 Bottega Veneta, 슈즈는 A.testoni 제품. 재진이 입은 셔츠는 Acne Studios, 붉은색 줄무늬 티셔츠는 Cheap Monday, 검은색 와이드 팬츠는 Juun.J, 검은색 첼시부츠는 Lost Garden 제품.

왼쪽부터 I 승현이 입은 니트 톱은 Ann Demeulemeester, 팬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레오퍼드 슈즈는 Allsaints 제품.종훈이 입은 스웨이드 셔츠는 Dolce & Gabbana 제품. 민환이 입은 초록색 니트 베스트는 Cos, 검정 터틀넥은 Etro, 검은색 첼시부츠는 Punktshoes 제품. 홍기가 입은 페도라와 톱, 팬츠, 목걸이는 모두 Bottega Veneta, 슈즈는 A.testoni 제품. 재진이 입은 셔츠는 Acne Studios, 붉은색 줄무늬 티셔츠는 Cheap Monday, 검은색 와이드 팬츠는 Juun.J, 검은색 첼시부츠는 Lost Garden 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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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에디터
이예진
피쳐 에디터
권은경
포토그래퍼
장덕화
스탭
스타일리스트 | 전진오(vott), 헤어 | 조영재, 메이크업 | 안성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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