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니, 랑방, 마크 제이콥스에서의 인턴십, 끌로에와 루이비통, 아크네, 샬롯 올림피아의 프리랜스 디자이너로 활동한 . 이탈리아 라벤나 지역 출신이자 런던 베이스의 디자이너인 그녀는 이탈리아 특유의 화려하고 쾌락적인 터치가 담긴 세련되고 여성스러운 옷을 만든다.
이사 아르펜(Isa Arfen)에 대해 간단히 소개해준다면?
이사 아르펜은 웨스트 런던의 여성복 브랜드다. 2012년에 론칭했고 이상적이면서 웨어러블한 옷을 만들려는 아이디어를 토대로 한다. 자신의 삶을 살면서 재미도 추구할 줄 아는 모던한 여성을 위한 옷이다.
브랜드명을 이사 아르펜으로 정한 이유는 무엇인가?
스튜디오 곳곳에서 내 이름이 불리는 것이 어색하고 불편했다. 나 자신을 제3의 인물처럼 만들고 싶어서, 세라피나(Serafina)라는 본명의 철자 순서를 바꾼 이름을 택했다. 이사는 외할머니의 이름으로 그녀에 대한 존경의 뜻을 담았다.
마르니, 랑방, 마크 제이콥스, 끌로에 등에서 경험을 쌓은 후 레이블을 론칭한 것으로 알고 있다. 경험상 터득한 것은 무엇이었고, 현재의 작업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궁금하다.
학교를 다니던 중에 운 좋게도 마르니, 랑방, 마크 제이콥스에서 인턴 과정을 거칠 수 있었다. 1년정도 일하면서 디자인 스튜디오가 어떻게 운영되는지 배웠다. 특히 마법과 같은 알버 엘바즈, 절충주의 미학을 아름다운 컬렉션으로 승화시키는 콘수엘로 카스틸리오니를 비롯해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대가들을 볼 수 있어서 감사했다. 센트럴 세인트 마틴을 졸업한 후엔 파리로 옮겨와 끌로에 일을 시작했는데, 이곳에서 만난 두명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파울로 멜림 앤더슨과 한나 맥기본 역시 내게 큰 영향을 미쳤다. 지금도 난 종종 파울로의 자유롭고 추상적인 실루엣, 한나의 럭셔리에 대한 타협 없는 안목을 떠올리곤 한다.
이사 아르펜은 소규모의 서머 드레스 컬렉션으로 시작됐다. 상류층의 바캉스 문화를 촬영한 슬림 에런스의 레트로 글래머 스타일의 사진에서 영감을 얻은 서머드레스 이야기를 해줄 수 있나?
코튼과 워싱된 컬러 블록 실크로 이루어진 여름 드레스다. 코럴핑크,아이보리, 블랙 등 쉽고 편안한 느낌을 주는 색감을 주조로, 매듭과 묶음 장식으로 사이즈를 조절할 수 있게 했다. 처음엔 그저 재미로 시작했지만 오프숄더, 페플럼, 매듭디테일 등이 사아르펜의 시그너처가 이미 담겨 있었다.
2016 S/S와 2016 F/W 컬렉션의 테마와 콘셉트에 대해 설명해준다면?
2016 S/S 컬렉션을 구상할 무렵, 벽면에 발리 여인을 찍은 오래된 사진을 붙여놓았다. 그녀들이 흑백 체크로 이뤄진 전통직물인포 렝(Poleng)을 두르는 즉흥적인 방식이 마음에 들어서다. 이 사진들은 체크 패턴, 래핑, 매듭, 레이어 링, 비대칭 실루엣 등을 혼합한 모노크롬 스토리를 만드는 출발점이 되어주었다. 에어 볼륨의 행커치프 셔츠, 하이웨이스트산둥 실크 카프리 팬츠,감각적인 톤의 히비스커스와 난초프린트 등은 70년대 쾌락주의와 이국적인 감각에서 힌트를 얻었다. 또 비대칭 스커트와 드레스 그리고 로브 코트의 ‘트로피컬 레이브 (Tropical Rave)’ 스크린 프린트와 애시드 컬러 스트 라이프는 90년대 레이브 문화에서 영향을 받은 것이다. F/W컬렉션의 경우엔 좀 더 어둡고 연극적이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피에로, 70년대 유럽의 귀족적인 글래머, 독특한 블리츠 키즈(Blitz Kids) 룩 사이의 어딘가로 규정할 수 있다. 일종의 도피주의적 스타일로, 낮 뿐만 아니라 밤을 살아가는 현대인을 위한 룩이다.
이사 아르펜이 지향하는 이상적인 여성상이 있다면?
디자인할 때 특정한 타입의 여성을 염두에 두진않는다. 다양한 여성들이 그들의 옷과 삶에 내 디자인을 조합하기를 바란다. 강한 개성을 지닌 자신감 넘치는 여성들이 저마다의 스타일을 연출하면서 스스로를 위해 옷을 입고 재미를 추구하는걸 두려워하지 말길 바랐달까.
이사 아르펜의 시그너처는?
이사 아르펜 미학의 핵심은 편안함, 세련됨, 미완성에 가까운 여성스러움, 유머, 독특한 이탤리언 터치로 정의할 수 있다.
런던에서 활동 중인 이탈리아 출신의 디자이너다. ‘이탈리아의 뿌리’가 디자인에 어떠한 영향을 주는지?
내 디자인은 이탈리아의 영향이 강한데, 특히 이탈리아 직물 공장에서 엄선한 패브릭이 그렇다. 이탈리아 패션 중에서도 80년대 후반과 90년대 초반(맥시멀리즘과 화려한 과잉이 미니멀리즘과 그런 지로 대체되던 과도기)을 좋아한다. 두 극단 사이의 교차점이 ‘나’다운 디자인이라고 생각한다.
이사 아르펜의 렌즈를 통해 바라본 ‘쿨함’이나 ‘스타일리시’, ‘글래머’의 정의를 내린다면?
개인적으론 ‘쿨하다’는 말을 좋아하진 않는다. 사실 난 ‘쿨하지 못한 것’에 더 매료되기 때문이다! 또 ‘스타일리시함’은 자신만의 개성과 독특한 룩을 지닌 누군가가 이를 아주 편안하게 다루거나 연출할 때 형성된다 고 생각한다. ‘글래머’는 내게 욕망과 약간의 데카당스의 의미로 다가온다.
패션의 주기는 점점 짧아지고, SNS는 폭발 지경에 이르렀다. 디지털 시대의 패션에 대한 생각은 어떤가?
테크놀로지를 통해, 디자인과 개인적인 취향을 전 세계와 커뮤니케이션하고 공유한다는 건 환상적인 일이다. 이 방법이 아니었더라면 만나지 못했을, 영감을 주는 수많은 사람들과 뛰어난 아트 작품과도 연결될 수 있다. 특히 나를 포함한 신생브랜드의 경우에는 소셜 미디어를 통해 많은 도움을 받는다. 그점에 대해 감사하고 있다. 하지만 우린 너무 스크린에 매달리면서 자기 중심적이고 외로운 존재가 되어갈 위험도 안고 있다. 가상의 ‘좋아요’에 지나치게 중요성을 두기 때문이다.
디자인 작업을 할 때 가장 중요한 원칙은?
거의모든 직물을 직접 걸쳐보는 편이다. 뭔가가 불편하거나 제대로 돋보이지 않게 커팅되었는지를 살펴보는 데 만일 옷을 걸쳤을때 나와 함께 춤추는 느낌이 든다면, 그건 좋은 징조다!
뮤즈를 꼽는다면?
80세가 된 나의 숙모 인디나.
‘이것없이는결코살수없다’고생각할때‘이것’은 무엇인가?
여섯살 소년 아리(Ari)의 키스.
이사 아르펜의 아이템과 가장 잘 어울리는 장소가 있다면?
파티가 끝날 무렵, 사람들이 다 집으로 떠나고 당신은 여전히 춤을 추고 있을 때!
당신의 ‘꿈’은 무엇인가?
시간여행.
- 에디터
- 정진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