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상식도 아닌데, 셀렙들이 관객이 되어 무대 위에 오른 가수를 쳐다본 그날. 어반자카파와 특별한 친구들이 함께한 밤.
어반자카파의 목소리는 언젠가 당신이 의식하지 못한 순간에도 주변에 흐르고 있 었을 것이다. 커피 향과 어울리는 BGM을 고수하는 카페에서, 격에 맞는 무드를 조성하려는 파티에서, 어반자카파가 당신의 감정을 흔들어대고 있었을지 모른다. 혹은 스마트폰 광고나 <나인>, <식샤를 합시다2> 같은 드라마에 흐른 그들의 목 소리를 기억할 수도 있겠다. 최근 몇 년간 취향 좋다는 사람들의 SNS에서 어반자 카파를언급하는순간을자주봤다.흔한슬로템포음악들사이에서단지애잔하 기만한노래말고,섬세한결이살아있는세련된노래는우리각자의마음에담긴 다. 그렇게 마음에 담긴 음악을 꺼내놓고 보니 ‘어반자카파’인 사람들이 어느 날부 터그들의음원을찾아듣고,뮤직비디오를찾아보고있다.지난5월26일,어반 자카파는 특별한 방식으로 신보 <Still>을 발표했다. 쇼케이스에 그들의 친구들을 불러모아새로운음악을들려주고파티를즐기는자리를마련한것.그런데이친 구들명단이 예사롭지 않다. 가수 수지, 윤하, 임슬옹, 모델 겸 배우 이성경, 디자이 너등다양한분야에적을둔이들이그초대손님이다.<W Korea>는반얀트리클럽 앤 스파 서울에서 열린 ‘어반자카파의 시크릿 파티’ 현장을 독점 취재했다. 오직 순도 높은 ‘축하’를 위해 발걸음한 셀렙들과 무대에 서는 아티스트이자 파티 호스 트로서 친구들을 맞은 어반자카파의 순간들, 그리고 쇼가 끝난 후 이어진 사적인 파티의 밤은 <W Korea> 홈페이지와 페이스북을 통해 공개되기도 했다. 무르익은 음악을들려주는어반자카파세멤버가모두20대라는건그들의음악을즐겨듣 는팬도모를수있는사실.뜨겁게연애하고,가뿐하게술마시고,음악을매개로 친구들을 두루 사귀는 그들에게 음악 뒤편의 이야기를 들었다.
쇼케이스에 온 셀렙의 면면이 참 다양하다. 모두 회사 차원의 초대가 아닌 멤버들 각각의 친분으로 왔다고 들었는데, 어떤 인연으로 가까워졌나?
조현아 우리 음악을 좋아해서 가까워진 경우가 대부분이다. 고맙게도 그들이 우리를 좋아해서 먼저 다가와줬다. 이성경은 배우 최태준을 통해 우리를 꼭 만나보고 싶다고 전해와서 처음 만나게 됐다. 다들 우리를 대할때면 동네 친구와 편하게 음악 얘기하는 기분으로 가까워지는 것 같다.
권순일 방송 활동을 하면서 얼굴을 알리는 팀이 아니다 보니, 사석에서든 어디서든 우연히 만나면 반가워하면서 음악 좋다는 얘길 해주더라. 기상 캐스터로 활동했던 박은지처럼 우리 팬을 자처하며 콘서트에 와서 가까워진 경우도 있다.
박용인 현아의 지인이 많이 왔다. 나는 연락은 많이 했는데, 어쩜 다들 스케줄이 있더라.
똑같이 음악을 하지만 아주 다른 분야에 있는 미스에이의 수지, 블락비의 피오, 래퍼 인크레더블과 친분이 있다는 점도 신선하다.
조현아 아,수지씨는 가수 윤하 언니를 통해 처음 만났다. 수지씨가 곡을 쓰고 싶어해서 함께 곡작업도 하고, 음악적인 교류를 했다. 피오는…내가 블락비 곡에 피처링을 한 적이 있다. ‘프라이노크’라는 패션 크루가 있는데 피오와 송민호, 인크레더블이 그 무리여서 다 같이 친해졌다.
권순일 이번 쇼케이스에 온 게스트끼리 또 서로 아는 경우도 있어서, 자연스레 얘기 나누고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
미니 앨범 타이틀이 <Still>이다. 뭘 의미하나?
권순일 우리가 정식 데뷔로는 8년 차 가수인데, 여전히 어반자카파만의 색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가 있다. 총 5곡 중 1번 트랙이 이별노래, 2~4번 트랙이 사랑 노래, 마지막 5번은 다시 이별 노래로 끝맺는다. 이별로 시작해서 이별로 끝나는 셈이다. ‘우리는 여전히 매일 이별하며 살고 있구나’ 하는 메시지도 담았다. 다들 이별과 만남을 반복하며 사니까.
앨범 발매하자마자 음원 차트 순위가 좋다. 이젠 2~3일 만에 호응도가 결정되는데 지금 꽤 오랫동안 차트 성적이 상위권이다. 이번 앨범을 만들면서 가장 주력한 점은 뭔가?
조현아 간단하지만, 정말 좋은 노래만 선별해서 넣자는 마음이었다.
권순일 사실 우리가 앨범을 만드는 큰 틀은 늘 같다. 각자 곡을 쓰면 다 모아서 함께 들어보고, 그 중에서 다수결로 앨범에 실을 곡과 이틀곡을 결정한다. 3명이라서 뭔가를 결정하기가 용이하다. 2 대1이면 홀로 남는 한 사람이 그냥 포기하면 된다. 그 한 사람이 섭섭해하지도 않는다, 워낙 오랫동안 서로를 알아온 사이라 나머지 멤버의 의견이 일치하면 그런가 보다 한다. 만약 멤버가 4명이라 어떤 결정건에서 2 대2가 나오면 가위 바위 보를 하거나 ‘데덴찌’를 하거나 방법을 찾아야 할 텐데…. 우린 그런 면에서 문제가 없다.
음악계 뿐만 아니라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는 사실 콘텐츠 이면의 전략이 중요하다는걸 누구나 안다. 그런데 종종 그런 구조와 상관없이 콘텐츠만의 힘으로 세상에 회자되는 일이 생기곤 한다. 어반자카파는 2009년경 싸이월드상에서 ‘커피를 마시고’라는 곡이 퍼지면서 입소문으로 알려졌다. 혹시 그런 경험을 통해 ‘콘텐츠가 좋으면 결국 통한다’는 믿음이 생겼나?
조현아 우리가 입소문으로 이름을 알린 것은 순전히 운이라고 본다. ‘랜덤 게임’에서 운이 좋았던 것이다. 난 뮤지션에게 음악 외적인 요소나 마케팅이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어반자카파 이름으로 정규 앨범 네 장을 포함해 지금까지 앨범 아홉 장을 내면서 그런 확신이 들었다. 앨범 낼 때마다 매번 다른 프로모션을 했는데, 이번에 처음으로 그간 해보지 않은 일을 시도했다. 파티 형식으로 쇼케이스도 하고, 게릴라 콘서트도 하고. 앨범 재킷 이미지를 따로 디렉터까지 두면서 작업한 건 처음이다. 뮤지션 당사자 외에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각자의 역할에 따라 뭔가를 만들어 주니 결과물에 대한 호응도가 다르다. 사실 음악 콘텐츠 자체가 훌륭한 아티스트는 내 주변에만해도 너무 많다. 음악이 좋아야하는 건 그냥 기본으로 깔려 있는 전제다.
한국 음악 시장에서 소위 ‘감성 음악’이 차지하는 지분은 어느 정도일까? 싸이월드가 유행하던 시절에는 그것이 매일의 감상과 어울리는 수단이어서 탄력받은 부분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도 감성 장르에 대한 사람들의 애정이 식지 않는다.
박용인 나와 내 주변 많은 사람들이 슬픈 분위기의 음악을 좋아하는편인데, 알고 보니 그런 음악은 거의 안 듣는 사람도 꽤 있더라. 왠지 기분이 더 가라앉는다는 이유에서다. 그런 경우를 제외하면 아주 많은 사람들이 감성적인 음악을 듣고, 찾고 있다고 생각한다.
권순일 살면서 누구나 울적하고 안 좋은 일이 생긴다. 그런날 집에 들어와 늦은 시간에 이어폰을 끼고 조용히 음악을 듣는 사람이 많을거다. 그럴 때 위로가 될 만한 음악을 많이 찾는 것 같다. 우리도 마찬가지고.
사실 시간대와는 크게 상관없지 않을까? 사람들이 감성에 호소하는 음악을 꼭 밤이나 새벽에만 듣는건 아니다. 감성 음악이 지닌 ‘이지리스닝’의 힘이 있는 것 같다.
조현아 시간대에 상관 없다는건 맞는 말 같다. 어떤 때는 신나는 음악이 당기고, 또 어떤 때는 좀 더 차분한 음악이 당기고 그런거지. 우리는 처음부터 이지 리스닝 할 수 있는 R&B를 추구했다. 멤버들이 예전부터 보컬 면에선 팝 R&B를 좋아했지만, 음악적인 면에선 감성적인 어쿠스틱 사운드를 좋아했다. 박용인 R&B 라는게 좀 찐득찐득하다는 인상이 있지 않나.
권순일 음악 리뷰를 찾아보다가 네티즌이 쓴 이런 글을 봤다. ‘이렇게 날도 더운데 왜 이런 슬픈 노래가 차트 상위권에 있나.’ 거기에 달린 댓글이 인상적 이었다. ‘여름이라고해서 모두 댄스 곡만 듣는건 아니다, 학생들은 요즘 같은 시험기간이면 이런 발라드나 차분한 음악을 듣는 게 좋다’는 내용이었다. 아, 시험 공부를 하다가도 우리 노래를 들으면서 위로를 받는구나, 했다. 시험 기간이란게 결국 보통 때보다 힘든 기간이잖나.
이번 타이틀곡 ‘널 사랑하지 않아’ 뮤직비디오에서 유승호와 모델 이호정이 자아내는 분위기도 그렇고, 어반자카파 음악 중에선 사랑과 이별의 쓸쓸한 감정을 담은 곡이 주로 떠오른다. 사랑과 이별이 어반자카파 음악의 가장 큰 테마인가?
조현아 그렇다.
박용인 나는 삶에서 사랑의 가치를 엄청 크게 둔다. 연인 외에 친구 혹은 다른 사람과 인간 관계가 깊어지는 것도 좀 부담스러워 하는 편이다.
권순일 범주를 더 넓게 잡아, 그냥 ‘사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누군가에게 어떤 방식으로든 위로가 되는 음악을 하는 게 좋다.
사랑과 이별이라는 주제로 지구가 종말 할 때까지 음악을 만들 수 있을 것 같나?
조현아 물론이다. 아주 새롭진 않아도 조금씩 다르게 공감 가는 사랑 노래는 계속 나올 것이다. 사람들이 사랑은 계속하니까. 이별하면 그때가 가장 힘든 이별 같지만, 다음에 이별해보면 또 그 이별이 가장 힘들게 느껴지지 않나.
박용인 음악이 처음 탄생했던 시대엔 모든 테마가 사랑과 전쟁이었다. 지금은 전쟁에서 이별로 바뀌긴 했지만, 그 큰 테마가 현재까지 이어져오고 있다. 사실 그 테마가 아니라면 음악 만들기가 그리 쉽지 않을거다.
혹시 콘서트에 커플이 많이 오나?
조현아 아니, 그렇지 않은 경우와 반반인 것 같다. 남자나 여자끼리 오는 경우도 봤고. 우리가 이별의 아픔을 노래하고 있는데 커플끼리 스킨십 한다고 생각해보라….
권순일 하하, 사실 노랫말의 주제와 상관없이 커플들은 음악이 좋으면 그 자체를 즐기러 공연에 온다고 봐야 한다. 이소라 선배님 공연에 갈때마다 커플들이 손잡고 서로 기대고 그렇게들 잘 있더라. 알다시피 이소라 노래 가사들이 어마어마한 이별의 고통을 말하고 있지 않나? 공연장에서 그런 가사의 뜻을 곱씹진 않으니까.
멤버들이 모두 작사 작곡을 하니, 자신의 사랑과 이별에 얽힌 이야기를 가사에 담는 경우가 많을 것 같다. 내밀한 경험을 불특정 다수에게 털어놓는 기분이란 어떤가? 조금 부끄러울 때는 없는지 물으면 어리석을까?
조현아 어떤 이야기를 해도 대다수가 다 그런 경험을 가지고 있을거라고 생각해서 부끄럽진 않다. 설사 내가 차여서 힘든 이야길 노래로 불러도 그와 같은 처지를 겪어 본 사람이 많을거라고 생각해서 괜찮다. 다만, 그 소재를 제공한 사람만은 내 노래를 안 들었으면 좋겠다. 내가 자기를 모티프 삼아 음악한다는 생각을 할까봐서다. 지나간 경험을 꺼낸 것일 뿐인데, 아직도 중요하게 여긴다고 착각할까봐. 음악 할 때는 어떤 상처를 꺼내서 보는게 좋은 영감이 되기도 한다.
어반자카파 노래 중에서 지금 딱 떠오르는 가사를 읊어준다면? 아직 당신들을 잘 모르는 누군가는 그 구절을 보고 어반자카파에 대한 첫 인상을 만들 수도 있다.
조현아 ‘꼭 당신이 아니더라도 더 좋은 누군가라도 흐르는 강물에 지나지 않아요. 하지만 우리는 평생 흐르는 강물을 붙잡으며 살아갈거예요. 이해 할 수 없는 그대, 그대도 나를 절대 이해할 수 없죠.’
권순일 ‘나 그대의 외로움 모두 알아줄 순 없지만 그저 아무 말 없이 안아. 안아줄 수 있다면, 아무말 없이 안아준다면…’ 누군가 앞에 두고 막 쏟아부을때, 상대가 아무 말 안하는 게 가장 좋은 위로일 수 있다.
- 패션 에디터
- 정환욱
- 피쳐 에디터
- 권은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