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ucci 2016 F/W

공서연

알레산드로 미켈레가 구찌에 합류하면서 현대 패션의 지형도는 완전히 다른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출처가 모호한 인스피레이션들이 하나의 룩 안에서 충돌하지만 그 조화는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훌륭하다. 일단 보기에 뭐가 너무 많은데, 그게 또 너무 예쁘다. 레이어링이란 단순히 옷을 겹쳐 입는 것이 아니라 감각의 믹스라는 것을 미켈레가 제대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번 컬렉션에서 미켈레는 스트리트 스타일과 이탈리아 르네상스, 70년대, 여기에 약간의 80년대까지 섞어 넣되, ‘다른 방식으로 이야기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큼직하게 부풀려진 어깨와 사이키델렉한 색은 80년대, 이탈리아 예술이 응집된 디테일은 르네상스 시대, 빈티지한 색감과 실루엣의 조화는 70년대, 그리고 이 모든 것이 섞였어도 여전히 미켈레의 시그너처인 너드 스타일의 소녀들이 튀어나오는 데에서 그 의도를 알아챌 수 있다. 브루클린 출신의 그래피티 아티스트 트러블 앤드류가 스프레이로 페인팅한 구찌 고스트가 가죽 바이커 재킷 위에 올려진 데에서도 알 수 있듯이, 젊은 세대가 원하는 디지털적인 감각 또한 놓치지 않았다. 당분간 구찌의 태양은 쉽게 지지 않을 것 같다.

에디터
최유경
PHOTOS
Indigit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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