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보다 먼저 새로운 옷을 직접 보고, 매일 옷과 관련해 이야기하는 이들이 입고 싶은 이번 시즌의 룩은? 더블유 패션 에디터들이 고백하는 사적인 위시 리스트.
낭만적인 방랑자
자칫 고루해지기 쉬운 가을의 체크 룩을 시적으로 풀어내 나의 마음을 사로잡은 런웨이가 있다. 바로 하이더 애커만의 F/W 컬렉션! 쿠튀르 터치를 더한 하운즈투스 체크 아우터에 하늘거리는 스커트를 더하고, 여기에 대담한 스티치의 강렬한 사이하이 부츠를 매치한 룩은 신선한 매력으로 가득하다. 강하고 남성적인 느낌과 부드럽고 서정적인 분위기를 모두 가지고 있어 다채로운 느낌으로 다가오는 것. 이 룩이 정말 잘 어울릴 것 같은 인물은 우아한 동시에 전위적인 틸다 스윈턴이다. 런웨이에서 얻은 영감을 올가을 나만의 방식으로 소화하기 위해 꼭 구입하고 싶은 아이템을 고른다면 스티치 디테일이 더해진 슬림한 가죽 팬츠(사이하이 부츠 대신!), 하운즈투스 체크 패턴의 아우터와 셔츠. 여기에 첼시 부츠를 매치하고, 튤 장식이 사랑스러운 이번 시즌 생로랑의 체인 백을 메면 로맨틱하고 위트 있는 로큰롤 룩이 완성된다. 에디터 박연경
가장 동시대적인 여성성
피비 파일로가 만드는 셀린의 룩은 볼 때마다 탐난다. 그녀의 컬렉션을 보면 ‘대체 무엇을 먹고 살면 저런 옷을 만들 수 있는 것일까’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특히 2015 프리폴 시즌에서 F/W 컬렉션으로 이어지는 피비식의 드레스 룩은 망설임 없이 엄지손가락을 치켜들 정도. 그중 F/W 컬렉션에 다섯 번째로 등장한 모델 카렌이 입은 오렌지색 드레스는 장바구니에 당장 담고 싶은 아이템이다. 벼룩시장에서 흔히 볼 수 있을 법한 복고적인 무드를 풍기면서도 그토록 동시대적이고 세련된 느낌을 줄 수
있다니! 새틴과 실크 소재의 이질적인 광택이 어우러진 부분도 참 멋스럽다. 올가을엔 이 드레스를 입고, 같은 맥락의 여성스러움을 가진 미우미우 파이톤 미니 백(체인 핸들이 포인트!)을 들고 싶다. 그러고는 루이 비통의 컷아웃 샌들로 전체적인 분위기가 너무 소녀스럽지 않도록 완급을 조절하는 것. 내가 그리는 이상적인 새 시즌 룩이다. 에디터 정진아
파워 삼단 콤보
지난 2월 뉴욕에서 3.1 필립 림 F/W 쇼를 직접 본 순간, 쿨한 스트리트 룩이라고 생각했다. 남성적인 테일러링, 스포티즘, 밀리터리. 이 세 가지 요소가 어우러져 완성된 룩이 마음에 들어 ‘저렇게 입어봐야겠다’고 다짐했다. 일단 가장 먼저 구입하고 싶은 아이템은 날렵하게 재단된 슬라우치 팬츠. 다각도로 활용이 가능한 이 아이템을 이번 가을엔 카린 로이펠드나 캐롤라인 드 마그렛처럼 관능적인 레이스업 힐이나 시스루 블라우스와 매치해 성숙하게 소화할 테다. 여기에 액세서리는 이번 보테가 베네타 런웨이에 등장한 것 같은 굵직한 체인 목걸이가 어떨지. 또한 겨울엔 그 위에 테일러드 코트 대신 필립 림 컬렉션처럼 오버사이즈 아노락 점퍼를 걸치고 싶은데, 커다란 퍼트리밍이 장식되어 있다면 좋겠다. 왜냐고? 더 고급지고, 더 따뜻하고, 더 파워풀하니까! 에디터 이예진
의외의 조우
이번 가을엔 2년 전부터 밀라노에서 각광받고 있는 디자이너 스텔라 장의 F/W 런웨이처럼 의외성을 가진 믹스 매치를 즐기고 싶다. 빈티지스러운 니트 스웨터와 헤링본 체크 팬츠, 거기에 이국적인 액세서리를 매치한 컬렉션을 보고 푹 빠졌다. 런웨이를 보고 가장 먼저 떠오른 인물은 클래식한 체크 슈트와 코듀로이 슈트를 즐겨입는 영화감독 웨스 앤더슨. 그를 닮은 팬츠에 여성스러운 요소를 섞는 식으로 응용해볼까 싶다. 중요한 건 팬츠의 실루엣과 패턴으로, 꼭 낙낙하게 뚝 떨어지는 라인의 헤링본 체크 팬츠를 구입할 예정. 위에는 재니스 조플린을 닮은 낡은 느낌의 스웨터를 입고. 백은 여름내 들던 에코백 대신 브라운 톤의 클래식한 토트백이나 빈티지 가게에서 구입한 것 같은 70년대풍의 미니 백이 좋겠다. 슈즈는 누구나 떠올릴 수 있는 옥스퍼드 슈즈나 로퍼는 좀 지루하니, 셀린 런웨이에 등장한 펌프스처럼 앞코가 각진 로힐을 신어보면 어떨까? 에디터 김신
거침없이 담대하게
얼마 전 헤어스타일을 바꿨다. 일본 농구 만화 <슬램덩크> 속 황태산 캐릭터를 좋아하는데, 그를 닮은 핀펌을 했다. 헤어스타일을 확 바꾸고 나니 그 때문인지 이제까지와 또 다른 룩에 마음이 간다. 너무 캐주얼한 아이템보타 살짝 힘이 들어간 아이템이 눈에 들어온다고 할까? F/W 시즌 요지 야마모토의 마블링 패턴 슈트는 그중 위시리스트 0순위에 올린 룩이다. 슈트라는 성숙한 아이템을 그토록 대담하게 변주할 수 있다니. 이 룩을 보자마자 나의 스타일 아이콘이기도 한 조니 뎁과 스눕독이 떠올랐다. 여기에 평소 자주 신는 운동화를 믹스해도 재미있는 룩이 되겠지만, 아크네 스튜디오 컬렉션에서 본 등산화 스타일의 클리퍼를 매치한다면 더욱 감각적인 룩이 완성될 것 같다. 슈트 자체의 패턴이 화려하니 가방은 최대한 간결했으면 좋겠다. 지금 당장 떠오르는 건, 에르메스의 딱 떨어지는 토트백. 에디터 정환욱
철들지 못하는 시절
뻔하지만 나도 서른이 넘으면 펜슬 스커트, 블라우스, 스틸레토 힐이 멋지게 어울릴 줄 알았다. 현실은? 여전히 옷장에 가장 많은 건 티셔츠, 스웨트셔츠, 짧은 쇼츠와 미니스커트, 바이커 재킷. 이런 나의 취향을 정확하게 저격한 F/W 런웨이가 있다. 바로 파리의 신성 디자이너 팀, 베트멍의 컬렉션. 그중 군더더기 없는 하얀 미니 드레스에 극단적인 오버사이즈 가죽 재킷을 걸치고 엄청난 플랫폼 앵클부츠를 신은 룩은, 보자마자 당장 그대로 입고 싶어 마음이 두근거렸다. 커다란 상의에 짧은 하의 혹은 타이트한 하의를 매치하고 굽이 엄청나게 높은 슈즈를 신는 건, 취향의 문제도 있지만 본인 체형 커버에도 효과적이라 오랫동안 가장 좋아하고 즐겨 입어온 룩. 일단 아이폰 메모장엔 별다른 설명 없이 이렇게 적어놨다. ‘베트멍 패턴 가죽 점퍼’. 아, 그러고 보니 갖고 있는 플랫폼 앵클부츠도 다 낡았다. 장바구니에 오프닝 세레머니 부츠도 넣을까? 에디터 이경은
- 에디터
- 이경은
- Artworks
- Heo Jeong E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