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des of Sedu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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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매력적이고 스포티브하며 섹시한 여성을 상징하는 디스퀘어드2. 올해로 데뷔 20주년을 맞이한 딘&댄 형제와의 쿨한 랑데부.

20주년을 축하한다. ‘Decade’를 한국에서는 ‘강산이 변하는 시간’이라고 표현한다. 강산이 두 번 변하는 시간을 패션 월드에서 보냈는데, 소감이 어떤지 듣고 싶다. 패션업계에서 길게 생명력을 갖는다는 건 어려운 일임을 잘 알고 있다. 기본을 이룬 듯한 만족감과 함께 이젠 그 이상의 성장에 도전해야 한다는 책임감과 큰 전환점을 맞았다는 생각을 한다. 특히 올해는 LA, 뉴욕, 마이애미 등을 포함한 북미와 런던의 플래그십 부티크 오픈으로 디스퀘어드2의 1막을 완성한 시점이라 더더욱 그렇다.  댄과 딘은 완벽하게 서로를 이해하며, 모든 것을 함께한다고 알려져 있다. 형제가 같은 일을 오랜 시간 같이하기란 쉬운 일이 아닐 텐데, 서로 다른 것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나?우린 이렇게 하나처럼 태어났으니, 함께 살고, 함께 죽을 거다(웃음). 어릴 적 우연히 마주친 한 점성술사가 우리에게 이런 얘기를 했다. “딘은 댄에게 있어 날개이고, 댄은 딘에게 다리이다. 댄은 딘 없인 날 수 없고, 딘은 댄 없인 내려앉을 수 없다…” 둘이 함께라 만들어지는 균형과 완성에 대한 가치를 잘 알고 있고, 그 부분을 서로 존중하며 운명이라 믿는다.  강렬한 빨간색 수트 팬츠와 비즈 장식 데님 펌프스는 모두 Dsquared2 제품.

당신 형제가 패션을 시작하게 된 스토리를 듣고 싶다. 캐나다에서 태어나고 자란 형제가 어떤 과정을 거쳐 쿨한 이탤리언 패션 브랜드를 설립하게 되었는지, 그 과정을 간략하게 설명해달라.이유는 단순했다. “낯설고 깊은 물에 뛰어들자!” 이것이 모토였다. 살아남기 위해선 끊임없이,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헤엄칠 방법밖에 없으니 말이다. 뉴욕은 고향과 아주 가까운 곳, 조금만 헤엄치면 언제든 달려갈 따뜻한 집이 지척에 있는 곳이었다. 캐나다 사람으로서 대자연을 통해 갖게 된 영감의 원천과 뉴욕 파슨스에서 공부한 현실적인 실용성, 현대적 감성이 기본이 되었음은 물론이지만, “유럽으로 가자! 언어도 문화도 고향과 먼, 되돌아오기 어려운 먼 곳으로 가서 부딪치고 헤엄치고 살아남자”라는 건강하고 도전적인 용기는 밀라노 패션 인터스트리의 수공, 전통, 퀄리티 등의 강력한 장점과 매력을 모두 적절히 흡수할 수 있었던 중요한 줄기가 되었던 것 같다.2000년에 마돈나의 워드로브를 디자인하면서 더욱 유명해졌고 이후 할리우드의 스타들이 디스퀘어드2의 의상을 입고 대중 앞에 섰다. 디스퀘어드2가 지향하는 여성은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하나?쿨하고 활동적이며 자신감 넘치는 여성!  양털 시어링 장식 재킷과 하이웨이스트 브리프, 레이스업 부티와 에이비에이터 안경, 깃털 장식 네크리스는 모두 Dsquared2 제품.

디스퀘어드2가 처음 출범하던 시기에, 당신들이 선보인 ‘Alternative Luxury’의 신선한 가치는 대중을 열광시켰다. 이제 또 시대가 흘러 스트리트 웨어와 하이패션의 경계가 희미해지고, 디지털의 영향력이 막강해졌다. 예전에는 절대 하이패션이라고볼 수 없던 것들이 젊은 세대를 흥분시키고 있다. 90년대에 디스퀘어드2가 그랬던 것처럼. 이 같은 현상을 당신들은 어떻게 보고 있는지 궁금하다. 90년대는 남성에게서 ‘패션’이라는 개념 자체도 희미한 시기였다. 남성에게 ‘패션’이 없었다라기보다는 럭셔리, 하이 클래스 남성은 패션에 관심을 가지는 것 자체를 등한시해야 하는 분위기였다. ‘미’와 ‘패션’에 대한 솔직한 관심과 애정은 누구에게나 있다고 믿었다. 다만 우리는 그 접근 방법에 있어서 격식, 클래식과 더불어 자유로움, 캐주얼한 감성을 함께 표현하는 것에 대한 ‘가능성’과 ‘대안’을 제시했고, 그 생각은 즉각적이고 긍정적인 반향을 일으켰다. 럭셔리에 접근 가능한 다양한 채널이 존재하는 현재와 같은 디지털 세대에게서 비슷한 감성이 강하게 드러나고 쉽게 전파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일 수도 있겠다. 그러나 서브 컬처와 스트리트 감성이 충만한 메인스트림 패션과 생명력과 파급력이 짧은 스트리트 웨어의 차이는 명백하다고 믿는다.컬렉션과 함께 딘&댄 형제의 놀라운 크리에이티비티를 가장 단적으로 보여주는 또 하나의 예는 광고 캠페인이었다. 디스퀘어드2의 광고는 매 시즌 패션계에서 가장 화제가 되는 작품을 만들어낸다. 광고 캠페인에 있어 당신들의 철학은?캠페인의 기본 아이디어는 항상 컬렉션 콘셉트와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그러니 시즌의 디자인 콘셉트에 대해 아트디렉터와 포토그래퍼, 스타일리스트 등에게 잘 전달하는 과정이 가장 중요한 시작점이라 할 수 있겠다. 운이 좋게도 거의 모든 시즌 에서 만족스러운 협업을 진행할 수 있었다. 아, 며칠 전에 마무리한 2015-6 F/W 캠페인 촬영에 대해 살짝 언급하자면, 와일드하고 에스닉한 무드를 모던하고 파워풀하게 표현한 머트 & 마커스의 작품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드라마틱한 시폰 소재 맥스 드레스는 Dsquared2 제품

얼마 전 끝난 2015 F/W 쇼에 대한 이야기를 좀 더 듣고 싶다. 어떤 컬렉션을 만들고 싶었나?20년을 아우르는 디스퀘어드2 브랜드의 철학과 딘&댄의 영혼, 패션에 대한 진득하고 오래된 애정과 노력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여전히 긍정적이고 스포티브하며 섹시하지만, 쿠튀르 작업 과정을 그대로 흡수한 수공 자수와 최상의 공정으로 재정비된 다양한 소재를 통해 진지하게 기본에 충실한 패션을 표현해봤다.매 시즌 디스퀘어드2의 컬렉션 쇼는 최고의 빅 쇼 중 하나이며, 늘 좋은 자리에서 보고 싶은 컬렉션으로 꼽힌다. 컬렉션을 준비하는 데 있어 당신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은 무엇인가?무대 연출을 통한 시너지는 우리에게 항상 중요한 부분이었고 늘 그럴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번 시즌 심플했던 패션쇼 연출이 바로 이에 기인한 것 이다. 그래픽적인 심플한 계단과 프레스와 눈높이를 맞춘 낮은 캣워크 또한 의도된 무대였다. 이번만은 온전히 옷의 디테일만을 선보이고 그것에 집중하게 하고 싶었다. 가까이에서 봐달라는 건 물론 막 스물이 된 젊은이의 용기와 자신감일 수도 있겠지만, 이젠 성년으로서 우리 모습에 책임감을 가지고 가까이서 볼 수 있는 평가도 겸허히 받아들이겠다는 의미도 있었다.  빈티지 무드의 체크 쇼트 재킷, 밀리터리 무드의 트레이닝 팬츠, 스틸레토는 모두 Dsquared2 제품.

디스퀘어드2의 정수가 가장 정확하고 진하게 농축된 아이템은 무엇인가? 역시 데님인가?물론 데님을 빼놓고 디스퀘어드2를 논하긴 어려울 것이다. 가장 쉽고 편안한 아이템인 동시에 가장 변화무쌍한 생명력과 스타일링력을 갖춘 유일한 아이템이니 말이다. 하나 아쉬운 점이라면 한국 팬들에게 덜 알려진 드레시한 수트나 드레스 등이다. 이런 것들은 데님에 새로운 매력을 부여하는 아주 강력한 친구들이다.현대 패션은 많은 것을 요구한다. 지금의 시대는 디자이너에게 창조성뿐만 아니라 사업 감각, 사교력, PR과 마케팅 능력까지 기대한다. 당신들처럼 회사에 들어가지 않고 바로 자신의 브랜드를 내려 하는 젊은 세대에게 해주고 싶은 충고가 있다면?우리 브랜드 명이 왜 ‘Dean and Dan’이 아니고 ‘Dsquared2’인지 아는가? 새로운 브랜드를 성공 시킨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울 수 있을지 이미 잘 인식하고 있었고, 우리의 이름은 그때를 위해 아끼기로 마음먹었다. 성공을 믿고 도전하되 그때까지 겪을 실패와 재도전을 두려워하지 말라는 이야기다. 기본에 충실하고 차근차근 계단을 밟다 보면, 그에 맞는 능력과 기회를 갖추게 될 것이다. 브랜드의 100주년을 맞이할 때쯤, 세상에 어떤 디자이너로 기억되고 싶은가? 자신의 일을 진정으로 사랑했던 디자이너, 끊임없이 노력해서 행복했던 이들.  밀리터리 재킷과 베스트, 골드 태슬 장식 스커트와 스틸레토는 모두 Dsquared2 제품.

에디터
패션 디렉터 / 최유경
포토그래퍼
Sy Delorme
모델
Tiana Tolstoi @Newmadison models
스타일링 & 인터뷰
Woo Lee
메이크업 아티스트
Miriam Langellott @ Greenappleitalia
헤어 스타일리스트
Nicholas James @ Greenappleitalia
패션 & 프로덕션 어시스턴트
Eleonora Da via, Nami 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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