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편하고 만만하게만 대해 온 동네 친구를 회사 근처에서 만났더니, 근사한 수트를 입은 멋진 비즈니스맨이었다는 놀라운 발견? 프리미엄 칠레 와인을 맛본다는 건 그런 경험이다.
합리적인 가격, 가격 대비 좋은 성능, 싸고 품질이 좋은 레드 와인. 칠레 와인에는 늘 ‘저렴하지만 맛있는’ 혹은 ‘맛있지만 저렴한’이라는 수식이 따라다닌다. 이렇게 가격 대비 뛰어난 품질이 가능한 건 포도 생산에 적합한 칠레의 자연 환경 덕분이다. 남북으로 4천 킬로미터가 넘을 정도로 긴 칠레 영토의 중부, 지중해성 기후 지역에 포도 생산지가 집중 분포한다. 낮에는 뜨겁고 건조하게 포도를 영글게 하고 밤에는 남극 부근 해류의 서늘한 바람이 불어와 식혀주는 이곳에서 색이 진하고 당도가 풍부한 포도가 생산된다. 16세기 스페인 정복자들과 선교사들에 의해 시작된 칠레 와인 산업은 유럽에서 다양한 프랑스 포도 품종을 수입하면서 발전했고, 프랑스에서는 보기 힘든 카르 메네르 품종을 생산하는 유일한 나라가 바로 칠레이기도 하다. 와인을 잘 모르는 사람도 원산지만으로 다가가기 편하게 느끼는 것이 바로 칠레지만 투자와 연구를 거듭한 90년대부터 칠레 와인 기술은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조금 특별한 칠레 와인을 선물하고 싶다면, 혹은 맛보고 싶다면? 그간의 수식어를 거부하는, 칠레 대표 와이너리들의 아이콘이라 할 만한 아래의 프리미엄 칠레 와인을 일별할 것. ‘저렴하다’는 프레임 속에만 갇혀 그동안 과소 평가되어온 칠레 와인도, 충분히 고급지다.
- 에디터
- 황선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