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세 개는 가장 권위 있는 미식 평가 기관인 미슐랭 가이드에서 레스토랑을 평가할 때 주는 만점이다. 2014년 교토에는 미슐랭 3스타 레스토랑이 7개, 인구가 그 다섯 배 넘는 뉴욕과 같은 수다. 일본의 이 오래되고 작은 도시에 어떤 특별함이 있는 것일까?
가을비가 내리는 교토의 한적한 거리를 걸어 교료리(京料理, 교토 전통 요리) 식당 효테이(瓢亭)를 찾았다. 작은 뜰이 내다 보이는 고즈넉한 다다미 방에 앉아서 요리가 나오길 기다린다. 식전주로 나온 우메슈(梅酒, 매실주) 잔에는 그새 이슬이 맺혀 있다. 목조 가옥을 가볍게 울리는 빗소리와 이름을 알 수 없는 새소리를 제외하면 어떤 소음도 들리지 않는다. 뜨거운 물수건으로 손을 씻는다. 마치 신사(神社)에 들어가기 전에 데미즈야(手水舎)에서 손을 씻고 입을 헹구는 것처럼 앞으로 3시간에 걸쳐 이어질 식사를 준비하는 작은 의식이다.
효테이는 400년 전부터 난젠지(南禅寺)에 들르는 순례자들에게 차와 간단한 요리를 대접하던 식당이다. 이 집의 메뉴는 계절에 따라 그때마다 가장 맛이 드는 식재료를 사용하지만, 그 큰 틀은 거의 100년 넘게 유지하고 있다. 곧 식사가 이어졌다. 무화과를 튀겨 참깨 식초로 입맛을 돋우는 사키즈케(先付, 일본 전통 가이세키의 첫 번째 코스)로 시작해, 도미회와 자라를 졸여 만든 요리, 400년 전부 터 순례자들에게 내왔다는 효테이 타마고(瓢亭 玉子, 삶은 계란), 그리고 계절의 생선 코 모치아유(子持鮎, 은어) 구이가 차례로 나왔다. 반숙으로 익힌 노른자가 입안에서 부드럽게 부서졌다. 생선의 모습을 그대로 남겨둔 채 뼈를 다 손질해 나온 은어는 ‘Sweet Fish’ 라는 영어 이름처럼 살에서 단맛이 돌았다.
이곳은 키치센(吉泉)에 이어 이번 교토 여행에서 들른 두 번째 미슐랭 3스타 식당이다. 키치센은 작년까지 2스타 레스토랑이었다가 올해 처음으로 3스타 레스토랑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교토의 전통 요리라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지만 두 식당의 느낌은 전혀 달랐다. 효테이는 정말 순례자들이 먹었을 법한 질박한 재료를 사용하는 반면, 키치센은 이세에비(이세 지방에서 나는 큰 새우), 오토로(참치 대뱃살)나 마츠다케(松茸, 송이버섯)와 같은 화려한 식재료를 과감하게 사용한 게 눈에 띈다. 효테이에서의 식사가 물 흐르듯 소박하게 흘러갔다면 키치센에서는 매 코스마다 입이 벌어질 정도로 확실한 색깔을 가진 요리가 나왔다. 그것은 아마도 키치센을 이끄는 다니가와 요시미(谷河吉巳) 씨가 “이것이 내가 생각하는 교료리이다”라는 자의식을 보다 적극적으로 음식에 담아내기 때문일 것이다.
완모노(椀物, 국물 요리)가 나왔을 때에는 요시미씨가 직접 카운터에서 먹는 순서와 방법을 하나하나 정해주었다. 향을 느끼는 것 이 첫 번째다. 칠기의 뚜껑을 열자 은은하게 스다치(酢橘, 초귤)의 향이 올라왔다. 왼손으로 그릇 아래를 받치고 오른손으로 그릇을 잡는다. 여름이 제철인 하모(ハモ, 갯장어)와 가을이 제철인 송이 버섯을 하나의 그릇에 담았다. 다음으로 국물을 마신다. 갯장어의 고소한 맛과 송이버섯의 향이 어우러져 깊은 맛을 낸다. 그리고 위에 올려져 있던 초귤 껍질을 국물에 넣고 잠시 기다린다. 그런 다음 다시 국물을 마신다. 어느새 국물에 초귤의 향긋함이 배어 있다. 그리고 여름의 갯장어를 먼저 먹고 이어 가을의 송이를 먹는다. 한 번 더 국물을 마신다. 이 작은 칠기 안에서 교토의 계절이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고 있었다.
교토의 식당들에게 3개의 별을 주겠다고 결정했을 때 미슐랭 평가단의 마음이 어떠했을지 조금은 이해가 되는 것 같았다. 미슐랭 가이드북은 간사이 지방을 평가하기 시작한 이래 2014년 기준으로 교토 한 곳에만 7개 레스토랑에 만점에 해당하는 별 3개를 주었다. 참고로 인구 850만의 도시인 뉴욕에 미슐랭 3스타 레스토랑이 7개이다. 인구가 150만이 채 되지 않는 작은 소도시에 뉴욕과 같은 숫자의 3스타 레스토랑이 있다는 것이다. 교토의 어떤 점이 미슐랭 평가단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일까?
교토의 교료리 식당들은 과거와 현재의 시간을 갈무리하는 곳이다. 세계 어느 도시의 레스토랑들도 해내지 못했던 일이다. 천년을 넘게 지켜온 한 도시의 역사와 삼면이 산으로 둘러싸인 아늑한 분지 지형이 가져온 뚜렷한 계절의 차이가 작은 원형의 젠(膳, 개인 상)이라는 공간 안에 완벽하게 재현되어 있다. 교료리를 만드는 사람들은 누구보다도 민감하게 계절의 변화를 감지하고, 이 고장에서 자라는 산물(産物)을 통해 이를 표현한다. 단순히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아니라 계절이 변화하는 그 찰나까지 포착한다. 교토의 신사를 산책하며 본, 끝이 살짝 붉은색으로 물들기 시작한 단풍잎이 어느새 상 위에 올라와 있다. 400년 동안 순례자들을 지켜온 작은 달걀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상에 오른다. 식사를 마치고 나면 신사를 순례한 것 같은, 교토의 어느 숲을 산책하고 난 듯한 기분이 든다. 이런 음식에 무엇을 더하고 무엇을 덜어낼 수 있을 것인가.
불변의 진리를 설파하는 것이 평론의 목적은 아니지만 절대적인 객관에 대한 욕심은 모든 평론가들에게 치명적인 유혹이 된다. 마치 신이 율법을 내리듯 전지전능한 이의 입장에서 “내가 맞고 너는 틀려”라고 이야기하고 싶은 유혹, 세상의 모든 다양한 레스토랑을 별의 개수라는 자신의 질서에 포함시키고 싶은 유혹은 어느 평론가나 가지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미슐랭의 별 세 개, 즉 음식에 만 점을 주는 것은 어쩌면 비평이 스스로 항복하는 순간일지도 모른 다. 식당과 비평의 긴장 관계 사이에서 결국 식당이 승리했음을 선언하는 순간, 이들 레스토랑에 달린 별 3개는 평가라기보다는 헌사가 될 것이다.
- 에디터
- 황선우
- 글
- 신현호 (음식애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