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마 푸드 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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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유독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은 영화 속 음식 다섯 가지의 매력을 파헤쳐 봤다.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의 코르티잔 오 쇼콜라Power : 종신형을 선고받을 정도로 무시무시한 범죄를 저지른 조폭 아저씨의 마음까지 녹여버리는 깜찍한 자태를 자랑한다.For : 엄청난 실수를 저지른 죄로 애인에게 사과하러 갈 때 청산유수로는 부족할 것 같다면 코르티잔 오 쇼콜라를 준비해보는 건 어떨까? 때로는 김수현의 한 CF에서처럼 몇 마디 말보다 달콤한 디저트 한 입이 ‘차가운 그녀의 마음을 녹이는’힘을 발휘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의 마들렌Power : 마담 프루스트가 끓인 괴상한 버섯차의 씁쓸함을 한 순간에 잊게 해주는 상큼한 맛과 폭신폭신한 질감의 유혹을 뿌리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For : 마담 프루스트에게는 버섯차라는 묘약이 있고 우리나라에는 수많은 허약 체질 보유자들의 희망, 보약이 있다. 보약의 짝궁이라 하면 할머니 방에 있는 새하얀 박하사탕이 먼저 떠오르지만 적당히 씹는 맛을 더 오래 즐길 수 있는 마들렌이야말로 약의 쓴 맛을 없애주기에는 더 제격이다. 

<님포매니악 Vol.I>의 러걸러흐Power : 러걸러흐를 먹을 때 포크를 사용하는지 아닌지에 따라 그 사람의 성격은 물론 성적취향까지 엿볼 수 있다.For : 마치 ‘식습관으로 보는 심리학’같은 제목의 책에서 나올법한 이야기다. 하지만 손으로 먹는 것이 일반적인 음식을 굳이 포크를 사용해 먹는다는 것을 통해 강박의 정도를 가늠할 수 있다는 건 나름대로 설득력이 있는 이야기라고도 할 수 있다. 다만 한국에서는 프랑스식 빵집의 홍수 속에서 괜찮은 러걸러흐를 만드는 독일식 빵집을 찾기가 어렵다는 것이 흠이라면 흠이다. 

<해무>의 컵라면Power : 서늘한 긴장감 속에서 잠시나마 모두를 하나로 만들어주는 라면의 뜨끈한 국물과 강렬한 MSG 맛은 감히 최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For : 술 마실 때, 술 마신 다음날, 밥해먹기 귀찮을 때, ‘라면먹고 갈래?’를 실전에서 선보일 때, 라면이 필요할 때를 읊자면 끝도 없을 만큼 그 존재감은 언제 어디서든 빛을 발한다. 하지만 사람 수에 비해 라면이 터무니 없이 부족할 경우 눈뜨고는 못 볼 치사한 감정 싸움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것을 염두해야 한다. 

<족구왕>의 우유Power : 일반 흰 우유뿐만 아니라 딸기, 초콜렛, 커피우유까지 챙김으로써 관심있는 이성 앞에서 자신이 겸비한 섬세한 배려심을 은근히 내비칠 수 있다.For : 이제는 피크닉을 위해 값비싼 와인대신 다양한 맛의 우유를 챙기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어린시절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우유팩과 우유가 가진 순수함의 상징은 가히 매력적이다. 다소 호불호가 갈리는 음식이기 때문에 ‘모 아니면 도’의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에디터
피처 에디터 / 이채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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