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한 평론가는 망소의 노래 ‘Lady Killer’가 비틀스의 앨범에 섞여도 어색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틀스처럼 다채롭게 밝은 음악을 만들고 싶어 하지만 동시에 세르주 갱스부르 같은 나쁜 남자의 삶도 부럽다고 말하는 프랑스 밴드, 망소를 만났다.
2013년 지산 월드 락 페스티벌 이후로 1년 만의 방문이다.
맞다. 어제 도착했는데 시차 적응을 못하고 호텔에 와서 바로 잠들었다. 밤늦게 일어나서 늦은 저녁으로 한국 음식을 먹었다. 입맛에 잘 맞았다. 1년 전을 돌이켜보면 지산 월드 락 페스티벌 이후 우리는 한동안 흥분 상태였던 것 같다. 우리에게는 엄청난 기회나 마찬가지였으니까. 한국을 떠난 이후로도 팬들이 계속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을 통해 메시지를 보내줘서 고마웠다.
새 앨범 작업은 어떻게 되어가고 있나?
내년 여름쯤이면 앨범을 발매할 수 있을 것 같다. 아직 녹음 단계다. 애초 예상한 것보다 오래 걸리고 있다. 이번 앨범은 전 과정을 우리가 책임지고 있는데, 좋은 노래를 만들려다 보니 자꾸 지체되는 듯하다. 이러다 2015년에나 발매하진 않을까.
타히티80이 프로듀서로 참여한 첫 앨범과 달리, 새 앨범은 셀프 프로듀싱을 택했다고 들었다.
우리만의 소리, 우리만의 음악을 만들고 싶었다. 이번 앨범 작업은 작사, 작곡부터 녹음까지 직접 다 한다. 그래야 우리만의 색깔을 낼 수 있다고 믿는다. 이번 앨범은 여러모로 특별한데, 특히 키보드 사용을 줄이고 기타 연주 비중을 훨씬 늘렸다. 첫 번째 앨범이 일렉트로닉 팝 느낌이 강했다면, 이번 앨범에는 좀 더 간결하고 자연스러운 느낌을 더했다. 물론 1집 때 타히티80과 함께한 건 굉장히 즐거운 작업이었고, 지금도 우리는 좋은 친구다. 팬들이 오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웃음).
아직도 렌 지역을 중심으로 활동하나?
물론이다. 우리는 모두 렌에서 태어났고 지금도 그곳에 살고 있다. 렌은 작은 규모에 비해 많은 뮤지션들이 활동하는 도시기 때문에 렌에서 음악을 한다는 건 굉장히 흥미로운 일이다. 물론 렌의 음악은 로큰롤 느낌이 강해 우리 스타일과는 조금 거리가 있다. 그래도 렌이 파리보다는 느린 호흡이 가능한, 여유로운 도시라는 점이 마음에 든다. 2시간이면 파리에 갈 수 있으니까 딱히 불편한 점은 없다. 파리에서는 타히티80의 서포팅밴드로 활동도 하고 작은 클럽에서 공연을 자주 한다. 클럽 공연은 관객과 거리를 좁힐 수 있는 기회라서 특히 좋다.
넷은 어떻게 처음 만났나?
각자 다른 밴드에서 활동하고 있다가 2009년 어느 콘서트에서 우연히 만났는데, 같이 연주하면 재미있겠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그것이 망소의 시작이다.
망소는 영어로 노래한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쉽게 접근하기 위해서인가?
우리가 영국인이 아님에도 영어는 우리에게 굉장히 자연스러운 언어다. 특히 영어는 프랑스어랑 비교했을 때 더 직접적이고 더 음악적이다. 좀 역설적일지도 모르지만, 모국어로는 말할 수 없는 것, 또는 미묘한 느낌을 영어로 더 편하게 표현할 수 있는 것 같다. 좀 더 내밀한 이야기를 쉽게 털어놓을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도 프랑스어로 노래할 계획은 없다.
많은 한국 팬들이 망소가 프랑스 뮤지션이라는 점에 호기심을 갖는다.
그런가? 우리가 프랑스인이기 때문에 우리의 음악도 확실히 더 시적이거나 로맨틱할 수 있다. 프랑스인 특유의 정서가 우리 노래에 자연스럽게 스며들 테니까. 프랑스에서 나고 자랐으니 영어로 노래하지만 영국인이나 미국인과는 다른 프랑스적 태도, 표현, 리듬이 그 안에 묻어나는 건 피할 수 없을 것이다.
한 인터뷰에서, 멤버들이 가장 좋아하는 앨범을 물어봤을 때 프랑수아(드럼)는 비틀스의 <Sgt.Pepper’s Lonely Hearts Club Band>, 줄리앙(보컬)과 사뮤엘(기타)은 라디오헤드의 <Ok Computer>, 빈센트(베이스)는 프린스의 <Around the World in a Day>라고 답했다. 같은 질문을 던진다면 지금은 어떻게 답하겠는가? 최근에 가장 많이 듣는 음악은?
네 명 다 지금도 같은 마음이다. 최근에는 90년대에 출시됐지만 지금 들어봐도 여전히 세련된 펄프의 ‘Help the Aged’에 빠져 있다.
비틀스나 프린스 같은 영어권 뮤지션 외에, 망소에게 영향을 준 프랑스 뮤지션은 없나?
세르주 갱스부르. 그가 가사를 쓰는 방식은 정말이지 천재적이었다. 노래와 멜로디까지 하나도 빼놓을 것 없이 전부 다 주옥같다. 특유의 성격 또한 빼놓을 수 없다. 여자를 무척이나 좋아했다는 점도 그렇고 무척이나 로맨틱하면서도 나쁜 남자 특유의 본질은 잃지 않는 점도 매력적이다.
또 다른 인터뷰에서 망소는 항상 뭔가 다른 것(‘do something different’)을 추구한다고 말한 것이 기억에 남는다.
최대한 그러려고 노력한다. 음, 예를 들자면 사뮤엘은 머리카락이 없다는 점? 줄리앙은 특이한 헤어스타일을 추구한다는 것 정도? (웃음) 어쨌든 우리는 최대한 밝은 느낌을 주는 음악을 만들려고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가끔은 우울한 음악을 만드는 게 더 쉽다. 특히 우리가 망소 음악을 하기 전에는 각자 어두운 음악을 하는 편이었고, 지금 망소의 음악은 그거에 대한 약간의 저항이기도 하다. 우리가 비틀스를 좋아하는 이유도 그들이 즐겁고 다채로운 음악을 했기 때문이다. 우리가 다른 밴드보다 더 특별히 공을 들이는 요소가 있다면 그건 멜로디다. 한 단어로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우리는 굳이 돌려서 말하기보다는 좀 더 직설적인 멜로디를 쓰려고 한다. 물론 그 이후에 최대한 세련된 색을 덧입히는 것이 중요하다.
이번 내한은 그린플러그드 서울 2014에 참가하기 위해서다. 이후 계획은 무엇인가?
일단 프랑스로 돌아가서 앨범을 잘 마무리하기. 팬들을 생각해서 열심히 작업한다면 9월에 싱글을 발매할 수 있을지도 모르고!
- 에디터
- 피처 에디터 / 이채린
- 포토그래퍼
- 엄삼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