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야 발견한 놀라운 두 남자, 박형식 그리고 이현우.
이현우
<은밀하게 위대하게> 개봉 이후, 3개월 즈음이 지났다. 요즘은 어떻게 지내고 있나
영화와 관련된 일정은 거의 마무리됐고, 한동안은 이렇게 화보 촬영을 하거나 인터뷰를 하는 등 개인적인 활동을 하며 지냈다. 얼마 전엔 같은 회사 친구 박지빈과 함께 일본 여행을 다녀오기도 했다. 지금은 운동도 하고, 연기에 필요한 레슨을 받기도 하면서 다음을 준비하고 있다.
<은밀하게 위대하게> 이후 많은 것이 변했을 듯하다.
팬들이 많아진 것 같기는 하다. <SBS 인기가요>나 여타 공식 일정을 소화할 때면, 힘내라고 응원해주시는 서포터분들이 많아졌다. 평소에도 알아보는 사람이 많아졌지만, 아직 불편한 건 모르겠다. 개인적으로 축구를 하고 있는데, 경기장에 갈 때면 과일과 음료수를 사다 주시는 분이 많아서 고마울 뿐이다. 작품 제의도 늘어나서, 열심히 보고 있다.
2006년 데뷔 이후 꾸준히 작품에 출연했지만, <은밀하게 위대하게>의 리해진은 그 어느 때보다 비중이 컸다. 역할을 제의받았을 때, 겁나지는 않았는지?
영화의 원작인 동명의 웹툰 팬이었다. 그래서 캐스팅 제의를 받았을 때, 다른 생각은 들지 않았다. 무조건 하겠다고, 시켜만 주시면 열심히 하겠다고 했다. 걱정이나 불안보다는 그저 들뜬 마음으로 기다렸다. 그런데 막상 촬영 현장을 가보니, 내가 너무 부족한 거다. 그때부터 생각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가장 아쉬운 장면이 있다면?
아쉬운 걸로 치면야, 너무 많다. 내가 내 연기를 보고 있으면, 부족하고 맘에 안 드는 것투성이니까. 다만 연기가 아닌 장면으로만 치면, 해진이가 옥상에서 흰색 셔츠를 입은 채 자신의 몸에 물을 뿌리는 장면이 있다. 그게 만화에서는 정말 멋졌다. 셔츠가 막 시스루가 되어서 복근이…(웃음). 그런데 현실은 달랐다. 촬영 여건도 힘들었고, 셔츠는 젖어도 젖어도 비치지 않고, 더욱이 복근도 없었고. 하하하.
영화의 성공으로 인해 그 어느 때보다 주목받고 있다. 아역 배우로 데뷔한지라 ‘소년에서 남자가 되었다’는 말을 지겹게 들었을 것 같다.
지겹지는 않다. 물론 작품을 할 때마다 ‘2011년 떠오르는 신인 스타!’, ‘2012년 떠오르는 신인 연기자!’, ‘2013 떠오르는 샛별!’이기는 했다(웃음). 그런데 이번엔 <은밀하게 위대하게> 덕분에, 내 존재가 이전보다 명확히 각인된 것 같아 감사하다. 다음에 또 떠오르는 신인 연기자라고 해주셔도 좋지만, 다른 수식어가 붙을 수 있을 만큼 노력해야겠다는 생각도 한다. 그래도 아무튼 좋다, 전부 다.
아역 배우 출신 연기자들에게 성인 연기자로 넘어가는 관문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스무 살을 넘으면서 그런 고민을 해본 적은 없나?
그런 부담은 하나도 없었다. 전혀 없었다. 나만 이러는지 모르겠지만, 오히려 ‘그런 걸 왜 걱정해야 하는 거지?’란 생각을 한다. 십대의 배우가 또래에 비해 키도 크고 너무 어려 보이지 않다면 성인 연기를 할 수 있는 거고, 20대가 넘어도 앳된 외모와 분위기를 풍기면 아역 연기를 할 수 있지 않을까? 나이는 중요한 게 아니다. 게다가 어차피 시간이 흐르다 보면 자연스럽게 할 수 있으리라 여겼다. 십대 후반에서 이십대 초반의 나와 같은 친구들은 어쭙잖게 성인 연기에 욕심을 부리기보다는, 자신이 가진 조건과 처한 상황에서 잘할 수 있는 작품과 캐릭터를 통해 차근차근 필모그래피를 쌓아가면 되지 않을까. 시간이 흐르면서 그 필모그래피가 기반이 되고, 나라는 사람의 모습과 마음이 바뀌고, 그래서 나에게서 풍겨 나오는 것이 달라질 테니까. 그걸 그냥 기다리려고 한다.
애늙은이 같다.
엄청 낙천적이고 긍정적이다. 어린 시절부터 이 분야에서 일하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수도 있었겠지만, 이런 성격 때문에 큰 걱정 없이 물 흐르듯 술술 넘어올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과거 인터뷰에서, 연기 역시 어린 시절 경험해볼 수 있는 수많은 즐거운 경험 중 하나라고 여러 번 답했다. 앞으로 계속 연기자로 살 것인지 결정하지 못했다고도 했다. 지금은 어떤 마음인가?
지금은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우연한 기회를 통해 연기하게 됐고 운좋게 쭉쭉 여기까지 왔지만, 점점 재미를 느낀다. 전보다 더 힘들 때도 있고 포기해야 하는 부분도 있겠지만, 얻은 게 더 많다고 여긴다. 연기에 대한 욕심 역시 전보다 커졌다.
<은밀하게 위대하게>의 영향일까?
영화를 통해 많은 분들이 관심을 보여주니까, 더 잘해보고 싶은 욕심이 생긴 건 사실이다. 그런데 사실은 특별한 계기보다는 자연스럽게 여기까지 왔다. 연기보다 더 좋은 무언가가 나타나면 그걸 하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지만, 지금까지 연기보다 좋은 건 없었으니까.
그렇다면 연기에 대한 의지가 과거보다 확고해진 지금, 어떤 배우가 되고 싶다는 목표도 생겼는지 궁금하다.
솔직히 예전에도, 지금도 똑같다. 비단 배우로서뿐만 아니라 이현우라는 사람을 떠올렸을 때 좋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면 좋겠다. ‛아, 이현우 걔. 괜찮더라, 좋은 애인 것 같아.’ 이렇게.
지금 수많은 기회가 눈앞에 닥쳐왔다. 잠시 쉬면서 숨을 고르고 싶은가, 전력질주하고 싶나
쉬는 것도 좋다. 별탈 없이, 바쁘지 않게, 일상생활을 즐기는 거 좋아한다. 그런데 지금은 새로운 작품이나 캐릭터를 찾아서, 얼른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마지막으로 요즘 가장 많이 하는 생각이 있다면? 연기 빼고.
자동차! 면허는 있는데 차가 없어서, 가끔 부모님 차를 운전하곤 한다. 좋아하는 차가 내년에 새로 나온다고 해서 기다리고 있다. 돈을 많이 벌면 살 수 있으려나? 작품을 몇 개나 해야 하지? (웃음)
- 에디터
- 피처 에디터 / 김슬기
- 포토그래퍼
- 안주영
- 스탭
- 비주얼 디렉터 / 김우리(코오롱 fnc), 스타일리스트 / 구동현, 헤어 | 김승원(르네 휘테르), 메이크업 / 이미영
- 기타
- 진행|다오(비주얼 컴퍼니)세트 디자이너|차은영 프로덕션|커스텀멜로우 로케이션|카페 에이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