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로, 스트레인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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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경리단길에서 마주친 태국의 맛과 향

까올리포차나

태국어로 까올리포차나, 즉 ‘한국 식당’이라 써붙여놓고는 ‘태국의 길거리 맛’을 보여주겠다는 이 식당의 정체는 무얼까? “카오산로드를 걷다가 쉽게 만나는 서민적인 식당을 만들어보고 싶었어요.” 그래서 두 청년은 우선 촌스러운 색깔의 철제 테이블은 물론 결코 고급스럽지 않은 플라스틱 의자와 그릇 그리고 심지어 쓰레기통까지 태국에서 들여왔다. 여기에 한국인의 입맛에 맞추느라 변형한 태국 요리 대신, 진짜 태국에서 가져온 고수를 큼지막하게 뜯어 넣어 그 강렬한 향이 죽지 않은 톰얌쿵, 갈아 놓은 돼지고기와 바질을 짭조름하게 볶은 팟카파오무처럼 다소 낯선 요리를 호기롭게 내놓는다. 꽃게 한 마리가 통째로 들어간 해산물 커리 볶음은 한국 손님을 위한 예외라고 고백했지만 말이다. 여기에 식당 중앙에 얼음을 가득 채운 아이스박스를 쌓아놓고 소주와 맥주까지 촘촘히 꽂아놓았으니, 술이 세 잔 이상 들어갈 즈음이면 짜릿한 음식 냄새와 습한 공기가 뒤섞인 태국의 어느 길거리 식당에 앉아 있는 듯한 환각에 시달릴지도 모를 일이다. 월요일 휴무, 경리단길 ‘베이커스 테이블’과 ‘테이크아웃 드로잉’ 사이 골목.

테이스트 오브 타일랜드

테이스트 오브 타일랜드에는 어젯밤 70킬로그램에 달하는 각종 소스와 허브가 도착했다. 지난 나흘간 태국에서 직접 공수한 식재료다. 가능한 한 태국 현지의 식재료를 이용해 요리를 하려면, 잦은 출장은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만들어 파는 인스턴트 소스 대신 일종의 절임 열매인 타마린에 피시 소스를 곁들여 팟타이 소스를 직접 만들고, 국내에서 유통되는 옐로 커리는 성에 차지 않는다며 굳이 고생스럽게 태국에서 구해오는 덕분에, 거의 모든 태국 요리 레스토랑의 대표 메뉴라 할 수 있는 팟타이와 푸 팟 퐁 커리(옐로 커리 향으로 볶은 꽃게 요리)에선 이곳 특유의 달지않고 진한 맛이 배어 나온다. 오랜 경력의 태국인 요리사들이 닭뼈 국물 대신 소고기 육수로 깊게 우려낸 소고기 쌀국수, 새우와 각종 야채 그리고 당면을 고소하게 볶아낸 팟 운 센 또한 꼭 한 번 맛보시길. 경리단길 초입 ‘녹사라운지’ 2층.

에디터
피처 에디터 / 김슬기
포토그래퍼
박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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