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런스를 부탁해

W

둘이 적당히 균형을 이룬 상태가 가장 좋다. 연애 말고, 피부 말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남녀 사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밀고 당기기, 이른바 ‘밀당’이다. 어느 한쪽이 너무 밀어붙이거나 당기기보다는 양쪽을 사이좋게 오가는 탁구공처럼 적절한 주거니 받거니가 이뤄져야 알콩달콩한 관계를 오래 지속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피부는 연애와 닮았다. 좋은 피부란 유·수분이 적절한 밀당을 주고받는 상태라고 할 수 있으니 말이다.

이상적인 피부의 유·수분 비율은 유분 3 : 수분 7이다. 여기서 상대적으로 유분이 과해지면 지성 피부, 수분이 부족해지면 건성 피부로 분류된다는 것은 초등학생도 알 법한 상식. 그러나 가벼이 넘길 건 아니다. 피부의 유·수분 밸런스가 무너지면 pH 밸런스도 깨져 트러블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과학 시간에 한 번쯤은 들어봤을 pH는 산성 혹은 알칼리성의 정도를 나타내는 수소이온 농도 지수를 말한다. 피부의 pH 지수는 피지선에서 분비되는 피지와 땀샘에서 분비되는 젖산과 아미노산이 섞여 생성되는 산성막에 의해 결정된다. 건강한 피부의 pH는 4.4~5.5 사이의 약산성 상태로 외부 박테리아가 침투하는 것을 막으며 오래된 각질층을 스스로 탈락시킨다. 그렇다면 중심이 한 방향으로 쏠린 피부의 pH는 어떨까? 건성 피부는 알칼리성에 가깝고 지성 피부는 산성에 가깝다. 피부 보호막이 깨진 트러블성 피부는 pH 7~8, 아토피 피부는 pH 7.5~9로 강한 알칼리성을 띤다. 이렇게 무게중심이 치우친 피부에는 ‘중화’작용이 필요하다.

pH의 균형을 깨뜨리는 것은 유전적 요인과 같은 환경적 요인을 들 수 있지만 잘못된 생활습관 또한 한몫한다. 어떤 습관이 피부를 망치는지 지금부터 하나하나 짚어보자.

첫째, 뽀득뽀득한 느낌이 들 때까지 세안하는 것. 대부분의 세안제는 알칼리성이 강해 피부를 건조하고 민감하게 만들 수 있다. 특히 거품이 풍성하게 나고 뽀드득하게 닦이는 제품이라면 강알칼리성 제품일 확률이 크다. 그러므로 약산성의 세안제, 또는 솝-프리인 제품을 권한다.

둘째, 필링 제품을 과도하게 사용하는 것. 보통의 필링 제품에는 AHA, BHA, 또는 아미노 과일산 등 ‘산성’을 띠는 성분이 들어 있다. 이들은 각질을 부드럽게 만들어 손쉽게 제거되도록 돕는다. 그러나 함유량이 너무 높으면 피부의 피지 장벽을 망가뜨릴 수 있다. 따라서 필링 제품을 고를 때는 산 성분 함량을 꼼꼼히 살펴보고 일주일에 1~2회만 사용한다.

셋째,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지 않는 것. 뷰티 에디터들이 기사에 가장 많이 쓴 문장 순위를 매긴다면 자외선 차단제를 꼭 챙겨 바르라는 말은 분명 상위권에 오를 것이다. 자외선 차단제는 태양에 의한 피부 손상과 노화를 막는 것은 물론 자체 보호 능력을 증가시켜 피부의 산성막을 방어해준다. 집 앞이니까, 자외선 차단 기능 있는 비비크림을 발랐으니까 하고 안심하지 말고, 양치질하듯 매일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자.

위에 언급된 습관이 너무 자주 들어온 것들이라 왠지 김 빠진 기분이 들 수도 있겠지만 피부는 사소하고 작은 습관 하나하나에 영향을 받는 민감한 존재다. 수고스럽겠지만 자신의 피부 상태를 잘 체크하고, 그에 맞는 제품을 사용해 밸런스를 맞추는 데 주력하는 수밖에 없다. 지금 혹시 밀당 중인 ‘썸남’이 있는지? 없다면 피부와 열심히 밀당해보자. 꾸준히 하면 남부럽지 않은 꿀 피부를 득템할 수 있을 테니까.

1. DARPHIN 미르 아로마틱 케어 오메가 3,6,9가 함유된 코리앤더와 살구씨 오일 등 식물성 오일 성분이 풍부한 영양을 공급하고 보들보들한 피붓결로 가꿔준다. 15ml, 10만원.

2. OM 페이스 토닉 오일 필요한 영양은 공급하고 과잉 분비된 피지는 잡아주는 지성 피부용 페이스 오일. 레몬, 라벤더 등의 향이 더해져 아로마테라피 효과 역시 볼 수 있다. 10ml, 7만8천원.

3. LANCOME 무스 두쐬르 소프트닝 클렌징 폼이나 비누는 pH 지수 9~10에 해당하는 강알칼리 물질. 비누 성분을 쏙 빼낸 솝-프리 제품으로 피부 보호막을 깨뜨리지 않는다. 125ml, 4만원.

4. FRESH 엄브리안 클레이 매티파잉 세럼 주원료인 화이트 클레이는 알칼리성 소금을 다량 함유하고 있다. 산성화된 피부를 중화하고 독소와 노폐물 배출을 돕는다. 30ml, 6만2천원.

5. CLARINS 더블 세럼 펌핑 시 오일과 수분 에센스가 피부의 이상적인 유·수분 밸런스와 동일한 3:7의 비율로 믹스되어 나온다. 외부의 스트레스로부터 피부를 보호한다. 30ml, 12만원.

6. BLISS 데일리 디톡시파잉 페이셜 토너 상큼한 시트러스 향의 워터가 고르게 분사되는 스프레이 타입. 로즈 워터 성분이 피부 속에 쌓여 있는 독소를 제거한다. 200ml, 4만2천원.

7. SISLEY 로씨옹 또니끄 오 플뢰르 건성 피부나 민감성 피부를 위한 토너. 알코올 성분은 배제하고 보습 효과가 있는 장미, 수레국화 등 식물성 성분을 가득 함유했다. 250ml, 9만5천원.

8. CHANEL 수블리마지 나노 로션 플래니 폴리아의 과일에서 추출한, 독자 성분 ‘플래니 폴리아 PFA’ 성분이 깨져버린 pH의 균형을 잡고 강력한 피부 보호막을 생성한다. 125ml, 15만원.

9. LIRIKOS 마린 하이드로 인텐스 크림 미네랄이 풍부한 심해 침적수 성분이 피부의 갈증을 해소하고 녹색 해조류 추출물이 영양분을 공급해 피부 밸런스를 맞춰준다. 70ml, 8만5천원대.

10. AESOP 비 트리플 씨 페이셜 밸런싱 젤 비타민 B와 C를 안정화해 담은 젤로 피부 밸런스를 최적화한다. 크림 전에 사용하며 도톰하게 발라 팩처럼 쓸 수도 있다. 60ml, 12만7천원.

에디터
어시스턴트 에디터 / 강혜은
포토그래퍼
김기현
기타
도움말┃윤성은(브랜뉴 클리닉 원장), 참고 서적┃ (이상준, 김현주, 신민경 지음), (폴라 비가운 지음)

SNS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