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루룩 짭짭 후루룩 짭짭 맛 좋은 칼국수. 추운 겨울이면 더욱 그리워지는 뜨끈한 칼국수가 있는 서울의 다섯 풍경.
1. 국시집
사골, 양지 등으로 우려낸 담백하고 구수한 소고기 국물과 푹 삶은 가는 면발이 특징인 국시. 성북동 국시집은 성북동과 혜화동 지역에 널리 퍼져 있는 국시집의 원조로 알려진 곳이다. 가늘고 부드러운 면발을 국물과 함께 후루룩 들이켜면 속이 뜨끈해지고 입안에 구수한 맛이 감돈다. 경상도식 전통을 따른 칼국수를 내세우는 만큼, 칼국수를 기다리는 동안엔 경상도에서는 제사 음식으로 올린다는 쫄깃한 문어 숙회와 고소한 어전 또는 육전으로 입맛을 돋우는 것도 좋겠다.
서울 성북구 성북동1가 9
2. 임병주 산동손칼국수
식탁에 배달되는 순간 바다내음이 훅 끼치는 산동손칼국수. 바지락 덕분에 더욱 개운한 국물 맛만큼이나 이곳의 칼국수를 자꾸 생각나게 하는 건 유난히 두툼한 면발이다. 손으로 빚어 그 두께가 일정치 않지만, 오히려 그 덕분에 쫀득쫀득한 씹는 맛이 더해지기 때문이다. 여기에 쫄깃한 만두피에 소를 가득 채운 평양식 왕만두를 곁들이고, 마늘 향이 알싸한 겉절이로 입가심까지 하고나면, 충분히 호사스러운 이 겨울의 한 끼가 될 것이다.
서울 서초구 서초2동 1365
3. 종로 할머니 손칼국수
종로의 시장 한구석에 위치한 할머니 손칼국수의 메뉴라곤 칼국수, 칼제비, 손만두, 그리고 여름 메뉴인 검은 콩국수밖에 없다. 이곳에서 맛볼 수 있는 칼국수 역시 칼국수 그 이상의 특별할 것이라곤 없다. 멸치로 우려낸 국물에 손으로 빚어 투박한 면발, 그리고 감자와 파, 채 썬 호박, 김가루가 전부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선 맑고 개운한 국물을 떠먹고, 젓갈향이 확 도는 김치를 얹어 쫄깃한 면발을 꼭꼭 씹어 맛보고, 그러다 마지막엔 짭조름한 양념까지 국물에 휘휘풀어 먹고 나면 가장 칼국수다운 칼국수의 진가를 알아챌 수 있을 것이다.
서울 종로구 돈의동 49-1
4. 문배동 육칼
얼마 전까진 ‘칼국수 전문’이라는 허름한 간판이 전부인 이름 없는 칼국수 파는 집이었는데, 육개장에 칼국수를 넣어 먹는 일명 ‘육칼’에 중독된 사람들은 기꺼이 줄을 서서 기다리곤 했다. 양짓살과 대파를 충분히 넣고 푹 끓여 얼큰하고 달큰한 육개장과, 칼국수 면발을 따로 내는 것이 이곳의 특징인데, 덕분에 면발을 조금씩 육개장에 넣어가며 마지막까지 탱글하게 즐길 수 있다. 칼칼한 육개장에 따끈한 밥을 말아 먹는 즐거움을 포기할 수 없다면, 면의 양을 줄이는 대신 공기밥이 함께 나오는 육개장을 주문할 것.
서울 용산구 문배동 34-1
5. 체부동 잔치집
체부동 잔치집을 칼국수 맛집으로 부르기엔 아무래도 아쉽다. 잔치국수부터 골뱅이 무침, 도토리묵, 메밀전병에 이르기까지 약 서른 가지의 감칠맛 도는 음식이 잔뜩 대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매번 빼놓지 않고 주문하게 되는 메뉴는 부담스럽지 않을 만큼 적당히 걸쭉하면서도 고소한 들깨 향이 코를 자극하는 들깨 칼국수. 물론 1만원을 넘지 않는 메뉴들이 빼곡한 메뉴판을 보고 있노라면 들깨 칼국수만 먹고 가는 것은 왠지 아쉬워, 결국 몇 가지 음식을 추가 주문하는 것은 물론 막걸리까지 한 잔 걸치고 가게 되겠지만 말이다.
서울 종로구 체부동 190
- 에디터
- 피처 에디터 / 김슬기
- 포토그래퍼
- 박종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