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여의도>는 사람들 사이에서 점점 섬처럼 고립되다 끝내는 자신의 내면으로 파고들어버리는 남자를 묘사한다. 이제 막 첫 영화를 완성한 감독 송정우에게 서울 안의 분주하고도 쓸쓸한 섬에서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진 건지 물었다
서울의 여러 지역 중에서 굳이 여의도를 택한 이유가 있었나?
당연한 말이지만 첫 영화에선 잘 아는 이야기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외국 생활을 오래 하다 2000년쯤 한국에 들어왔는데 그때부터 줄곧 여의도에서 지내고 있다. 세계 많은 도시를 다녔지만 서울만큼 흥미로운 곳도 없다. 서울, 그리고 그 안에서 살아가는 남자들의 이야기에 관심이 갔고 여의도가 적합한 배경이 될 거라 생각했다.
언론에선 배우 황수정의 복귀작이란 점이 부각됐다. 캐스팅 의도는 무엇이었나?
흔한 주인공의 아내 역할로 보이기 쉽지만 극이 진행되면서 다른 면을 보인다. 의외의 모습을 드러낼 때 더욱 인상적일 배우라고 생각했다. 김태우도 역할을 무척 훌륭히 소화해줬다. 배우들에게 대단히고맙게 생각한다.
무기력하게 살아가던 남자가 매력적이지만 어딘가 위험해 보이는 친구를 만나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설정에서 얼핏 커티스 핸슨의 <배드 인플루언스>나 데이비드 핀처의 <파이트 클럽>이 연상되기도 한다.
그렇지 않아도 <파이트 클럽>을 언급한 분들이 좀 있었다. 그런데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그와는 많이 다른 이야기다. 가족,그리고 인생에 대한 영화라고 생각한다. 반전이나 스릴러의 문법보다는 드라마에 집중했다.
서울에 대한 이야기를 좀 더 해보고 싶다고 했다. 여의도처럼 유독 주목하게 되는 또 다른 지역이 있나?
그렇진 않다. 그냥 서울에 아직 찾아야 할 이야기가 많다고 생각한다. 여의도, 청담동, 한남동… 이런 식으로 서울 지도를 다 찍으려는 건 물론 아니고(웃음). 사실 지금까지 구상해둔 프로젝트가 5개 있는데 모두 서울에 관한 내용이다. 그중 하나가 데뷔작이 된 거다.
서울의 어떤 점이 그토록 흥미로운가?
특히 남자의 경우, 놀 것도 많고 참 즐거운 도시다. 그런데 막상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은 충분히 행복하지 못한 것 같다. 그렇게 묘하게 쓸쓸한 이면이 대단히 매력적이고 영화적으로 다가온다.
결국 서울의 우울한 색깔에 끌린다고 볼 수 있겠다.
그렇다. 치열하고 힘든 그늘을 분명 품고 있다. 성급하게 발전한 곳이라 사람들의 매너에서 미처 여물지 못한 부분도 눈에 띄고. 예를 들어남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고 살아야 한다는 생각이 부족하지 않나 싶다. 대수롭잖게 상처를 주고, 그래서 힘든 사람들이 많다. 난 피해자를 표현하는 일에 항상 끌린다. 가끔 누군가는 악의에 의해서가 아니라 상황을 이겨내지 못해 스스로를 포기하면서 살인을 저지르기도 한다. 자신이 죽을 각오가 됐을 때 다른 누군가도 죽일 수 있으니까. 이런 건 좀 슬픈 범죄라고 생각한다.
서울의 여자보다는 서울의 남자가 영화로 풀기에 더 흥미로운 대상이라고 생각하나?
개인적으로는 그렇다.
데뷔작을 완성하면서 얻은 교훈을 하나 꼽는다면?
관객의 감정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됐다. 물론 모든 예술에서 자기 표현은 중요하다. 하지만 어떤 분야의 어떤 작업이든 감상자를 필요로하기 마련이다. 특히 후반 작업을 하며 나 혼자만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 에디터
- 피처 에디터 / 정준화
- 포토그래퍼
- 이상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