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방해도 받지 않고 오로지 맛을 음미하고 싶은 날, 꼭 찾아가보고 싶은 레스토랑 3곳
데판 비스트로 티 씩스(T6)
일본식 철판 요리인 데판야키를 선보이는 티 씩스에 VIP석이 있다면, 철판을 둘러싼 기다란 바가 될것이 분명하다. 뜨겁게 달궈진 철판 위에 온갖 재료를 올린 다음 굽고, 뒤집는 흥미로운 장면은 물론 그 향긋하고도 고소한 향을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런 과정을 보고 있노라면 적당한 허기가 느껴져, 재료의 식감이 고스란히 씹히는 이곳의 메뉴들을 더욱 즐겁게 맛볼 수 있을 것이다. 질 좋은 채끝 등심은 별다른 소스가 필요없을 만큼 씹는 순간 육즙이 입안 가득 퍼지고, 춘권피에 시소 잎과 다진 새우를 넣어 만든 새우롤을 입에 물면 쌉싸래하고도 담백한 맛 덕분에 입안이 온통 상쾌해진다. 특히 철판 위에서 누룽지처럼 눌러낸 밥과 살짝 구운 명란을 김에 싸 먹는 명란구이의 감칠맛은 자꾸 손이 갈 만큼 중독적이다. 혹시 VIP석이 꽉 찼다면 바람이 잘 통하는 6층 테라스로 나가보면 어떨까. 청담동 골목골목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풍경과 차가운 사케, 그리고 뜨끈한 철판요리 한 점만큼 좋은 궁합은 없을 테니 말이다.
위치: 청담동 분더숍 맞은편, 네스카페가 1층에 있는 힐사이드 빌딩 6층
영업시간: 오후 6시 ~ 새벽 2시 (마지막 주문은 밤 12시 30분까지, 일요일 휴무)
문의: 02-542-2388
그라노(Grano)
드라마 <파스타>의 셰프 최현욱은 흥건한 소스와 설탕 범벅인 피클을 ‘해고’하지만, 여전히 빵을 찍어먹을 수 있을 만큼 풍부한 소스와 아삭한 피클을 곁들이는 다소 한국적인 이탤리언 요리를 선호하는 사람들 역시 존재한다. 취향은 다양할 뿐 어느 것이 우위에 있다고 결론 내릴 수 없지만, 확실한 건 이탈리아의 맛 그대로를 경험하고 싶다면 셰프 소르티노의 새로운 레스토랑 그라노로 가야 한다는 것이다. 팬에 구운 각종 버섯과 흑돼지 볼살, 크로스티니 빵 등을 토마토소스에 담은 후, 위에 수란을 얹은 전채요리를 비롯해, 풍미가 강한 포치니 버섯을 넣고 와인에 숙성시킨 오리 가슴살을 얹은 리조토까지, 처음엔 약간 짜거나 강하게 느껴질 수 있을 만큼 이탈리아의 맛을 그대로 살린 메뉴가 가득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모든 맛은 제주도산 흑돼지와 아스파라거스와 같은 우리나라의 식재료로부터 시작된다고 하니, 이탈리아 정통의 맛인지 한국적인 맛인지 구분할 욕심은 버리고 그저 혀끝에 닿는 맛 그대로를 즐기는 것이 더 현명할지도 모르겠다.
위치: 서울 강남구 신사동 645-1
영업시간: 오전 11시 30분 ~ 오후 3시, 오후 5시 ~ 밤 12시 30분(일,월,화,수), 오전 11시 30분 ~ 오후 3시, 오후 5시 ~ 새벽 2시(목,금,토)
문의: 02-540-1330
피콜로 에오(Piccolo Eo)
요리사의 유명세가 좋은 식당의 유일한 기준은 아니지만, 그 이름값이 실력을 검증 받은 결과라면 믿어볼 만하지 않을까. 그런 의미에서 피콜로 에오는, ‘구르메 에오’와 ‘리스토란테 에오’를 통해 여러 번 합격점을 받은 셰프 어윤권이라는 이름만으로도 주목을 끌기에 충분하다. 이곳만의 캐주얼하고 편안한 인테리어와 메뉴 구성은 기존의 ‘에오’와 다르지만, 질 좋은 재료를 활용한 창의적인 요리만큼은 변함이 없기 때문이다. 바닷가재 한 마리를 통째로 넣은 바닷가재 샌드위치, 숭어알을 말린 보따르가를 갈아 얹은 스파게티니에선 비릿한 바다 향이 물씬 풍긴다. 오후 9시 이후에만 맛볼 수 있는 아스파라거스와 명란찜 구이 역시 아스파라거스와 명란을 포일에싼 후 참기름을 넣고 불을 붙이면 고소한 향기가 가득 퍼져 입보다 코가 먼저 호사스러워지는 요리다. 만약 식사가 부담스럽다면 9시간 동안 차갑게 내린 더치커피를 주문할 것. 달콤한 초코스프레드를 가득 넣은 누텔라 크레이프와 함께라면 그 누구도 부럽지 않은 시간이 될 것이다.
위치: 성수대교 남단 LG패션 서관(LF빌딩) 1층
영업시간: 오전 11시 ~ 새벽 2시(라운지), 오전 11시 30분 ~ 오후 2시, 오후 6시 ~ 8시 30분(다이닝 레스토랑)
문의: 02-511-1874
- 에디터
- 에디터 / 김슬기
- 포토그래퍼
- 김범경, 서원기